AG 야구 2연패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이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이 9월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역대 대회를 통틀어 유난히 구기종목들의 선전이 빛난 대회였다. 특히 국내 4대 프로스포츠로 꼽히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에서 모두 금메달이 나왔다. 야구는 대만을 꺾고 2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고, 축구는 남북간 결승전에서 28년만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녀 농구는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동반 제패에 성공했다. 여자배구 와 핸드볼 역시 중국과 일본을 각각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남자의 한을 대신 풀었다.

한편으로 구기종목의 선전과 함께 이슈로 떠오른 것이 바로 남자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병역혜택이었다. 예년과 달리 단체 구기종목에서 메달이 대거 쏟아지다보니 병역혜택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남자축구의 경우, 선수단 20명이 모조리 미필자로서 단일 종목에서 가장 많은 병역혜택자가 나왔다. 야구는 13명, 남자농구는 4명(상무 복무 중인 오세근 포함)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은 대부분이 인기 종목의 프로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것으로 병역 의무를 대체하게 된다.

운동선수에게 병역혜택은 곧 엄청난 금전적 보상과 직결된다. 다른 분야와 달리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되어 있고 몸이 재산인 운동선수에게 한창 전성기를 달려야 할 20대에 2년간의 공백은 분명히 큰 부담이다. 특히 프로선수들에게는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을 손해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해외진출까지 꿈꾸는 선수들이라면 금액과 활동 조건의 차이는 더욱 커진다.

축구의 박지성, 야구의 류현진 같은 선수들이 해외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도 병역혜택의 영향이 컸다.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 4강, 류현진은 올림픽 금메달로 각각 병역혜택을 받았다. 이들은 병역혜택을 통하여 얻은 기회와 시간을 잘 살려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전했고,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스포츠의 국위선양에도 기여했다. 병역혜택의 순기능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축구의 박주영, 농구의 방성윤, 야구의 나지완 등은 병역혜택이 오히려 독이 된 대표적 케이스다. 이들이 지금도 도마에 오르는 것은 스스로 병역혜택을 얻을 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거나 오히려 병역혜택을 개인의 이익을 탐하기 위한 도구로서 악용하려 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프로선수 차출 위한 '당근'... 본말 전도된 특혜에 논란 계속

병역혜택은 엄밀히 말해 국가와 국민에게 지는 빚과도 같다. 특정분야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인정받아 병역의무를 면제해주는 대신, 그만큼 한국 스포츠의 영광과 발전에 기여하라는 대승적 의무가 주어진다. 병역혜택이 곧 개인의 이익만을 누리기 위한 특혜가 아니라는 의미다.

최근 국제대회 때마다 병역혜택의 본질을 놓고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을 생각해볼 문제다. 이번 대회의 경우 야구대표팀은 금메달을 차지하고도 국민들의 여론은 찬사보다 싸늘한 여론이 더 강하다. 특히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부상을 숨긴 사실을 고백하며 드러난 나지완의 '먹튀' 논란은, 대표팀을 둘러싼 비판 여론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국가의 영광이나 명예보다는 병역혜택이라는 당근에만 눈이 멀어 태극마크의 가치가 왜곡되었다는 비판이었다.

병역혜택이 없었던 지난 2013년 WBC의 경우, 일부 프로 구단들이 선수차출에 비협조적이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선수구성에서부터 팀내 미필자들을 합류시키기 위한 각 구단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최상의 선수구성을 공언했던 야구계는 뚜껑을 열자 미필자들이 대거 포함된 명단을 발표하며 팬들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았다.

프로 2군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아마급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아시안게임에서 유일하게 프로 1진을 내보내 손쉽게 우승을 차지하고 병역혜택을 거머쥔 야구대표팀의 행보를 두고, 기존 타 종목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나온 것도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 역시 같은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농구나, 심지어 야구대표팀보다 미필자가 더 많았던 축구가 치열한 경쟁 끝에 어렵게 우승을 차지하며 병역혜택을 둘러싼 잡음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병역혜택을 바라보는 체육인들의 근본적인 마인드다. 국제대회에서 어쩌다 메달 한번 따서 운좋게 병역혜택을 얻었다고 다 끝나는 게 아니다. 실제로 병역혜택을 얻고 나자 대표팀 차출을 기피하거나 혹은 불성실한 선수생활로 도마에 오른 선수들도 여럿 있었다.

프로선수들, 특히 국가대표팀에 오를 정도의 선수들이라면 이미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는 스타들인 경우가 많다. 사회적 지위로 치자면 상류층 중에서도 상위 1%인 셈이다. 그 정도 선수들은 경찰이나 상무 등을 통하여 운동을 하면서도 선수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대안이 이미 존재한다. 그것만 해도 이미 일반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특혜라는 것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국민 의무를 포상 도구로 전락시켜... 현실적 보완책 고민해야

축구선수 박주영이 2012년 병역논란으로 물의를 빚었을 당시, 이영표는 한 인터뷰에서 "축구선수가 군대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나"라는 발언으로 많은 팬들을 충격에 빠뜨린 일이 있었다. 이영표 역시 박지성과 마찬가지로 2002년 월드컵 4강으로 인한 병역혜택의 수혜자였다.

이 제도는 훗날 폐지되었지만, 냉정히 보면 야구의 2006년 WBC 4강과 더불어 포퓰리즘에 인한 병역혜택의 대표적인 사례로도 꼽힌다.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얻은 분수에 넘치는 특혜를 당연히 여기는 일부 체육인들의 그릇된 행태는 많은 이들에게 병역혜택의 정당성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했다.

자기 일 잘하고 유명해지는 것이 국위선양이라면, 외화를 많이 벌어들이는 기업인이나 한류 연예인이 이미 체육인 이상의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고도 볼수 있다. 올림픽 동메달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 한 번 땄다고 국가대표로서의 자기 의무를 다했다거나, 혹은 본인이 잘나서 얻은 당연한 보상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운동선수들 스스로도 자신이 병역을 면제받아서 누리는 기쁨보다도, 국가와 국민이 허용해준 혜택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과 책임감을 먼저 깨닫는 것이 절실하다.

이러한 병역혜택 제도의 근본적인 모순은 처음부터 모든 이에게 평등해야 할 국방의 의무를 '포상'의 도구로 변질시켰다는 데 있다. 병역혜택제도가 처음 도입되던 시기에는 국제대회 메달만으로 국위선양의 잣대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무려 40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감이 있다.

오히려 병역혜택이 일부 배부른 프로 선수들의 '이중 특혜' 내지는 합법적인 병역 면제를 위한 도구로 악용되고있는 현실은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병역 면제가 아닌 '대체'의 방식으로 대안을 고민하거나, 혹은 병역혜택 이후 대표팀과 사회봉사에 대한 구체적인 의무조항을 삽입하는 식으로 현실적인 보완책을 고민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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