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대하드라마 <정도전>의 이재훈 PD와 강병택 PD, 정현민 작가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대하드라마 <정도전>의 이재훈 PD와 강병택 PD, 정현민 작가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최근 종영한 KBS 1TV <정도전>은 전작들의 부진으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던 KBS 1TV 대하사극을 한 순간에 부활시킨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퓨전 일색의 사극 사이에서 정통 사극의 힘을 보여줬을 뿐더러, 새로운 시청자 층까지 유입시킨 덕분이다.

팬들의 '앓이'도 계속되고 있다. 덕분에 타이틀 롤을 맡았던 조재현을 비롯해 여러 배우들이 팬미팅을 열고 감사 인사에 나섰고, 사극 최초로 블루레이 DVD를 만들겠다는 움직임도 일었다. '이토록 뜨거운 열풍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정도전>을 만든 장본인 강병택 PD 이재훈 PD, 그리고 정현민 작가를 한 자리에 모아 보자는 생각은 여기에서 시작했다. 

그리하여 세 명의 <정도전> 제작진과 <오마이스타>의 '선택 14세기' 특집에 참여해 준 <정도전> 팬 4명이 한 자리에 모이는 '역사적인 순간'이 성사됐다. 당초 2시간을 예상했던 이들의 대화는 무려 5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그러고도 뭔가 부족했던 듯, 자리를 털고 일어서던 이들은 자연스럽게 '치맥'이라도 하고 헤어지자며 근처 치킨 가게로 걸음을 옮겼다.

생생히 기록한 그들의 대화를 여기에 싣는다. 원 대화는 A4 용지 기준 15장에 달했지만, 이를 대화의 주제에 맞추어 총 4개의 기사로 나누었다. 대화는 <오마이스타> 기자를 포함한 <정도전> 팬 4명이 질문을 던지고, 이에 맞추어 강병택 PD와 이재훈 PD, 그리고 정현민 작가가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2010년부터 기획한 '정도전', 2014년에 방송하게 된 건"

- 가장 먼저 궁금한 건 정도전 역의 조재현이 정현민 작가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낸 일이다. 당시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답장했나.

정현민 작가(이하 '정'):  "정말 고마운 게, (조재현이) 단 한 번도 나에게 우는 소리를 안 했다. 그런데 그땐(41, 42회 방송 이후) 진짜 고민이 되었던지 문자가 왔더라. 바로 전화를 해서 '형님, 미안하다. 그런데 이게 끝나면 정도전이 '흑화'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사실 나도 굉장히 힘들 때였다. 조선시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방송) 횟수는 정해졌고…. 잠시 정도전이라는 캐릭터를 고민하지 못했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그때 마침 문자가 온 거였고."

 KBS 1TV 드라마 <정도전> 포스터.

KBS 1TV 드라마 <정도전> 포스터. ⓒ KBS


- 그가 마음고생을 했다는 건 인터뷰에서도 잘 알겠더라. (웃음) '20부작짜리 대하사극 <이인임>' '8부작짜리 <최영>' 등등의 표현을 쓰더라.

강병택 PD(이하 '강'): "이건 내가 먼저 말해야 할 것 같다. 정현민 작가를 처음 만난 건 2010년이지만, <정도전> 때문에 본 건 작년 1월이었다. (정현민 작가가) 짧은 시간에 공부를 많이 해서 이걸 한 거다. 사실 내가 2010년도에 <정도전> 기획을 하면서 여러 작가와 접촉했는데, 다들 거절하더라. 시대도 재밌고 드라마틱한 인물도 많은데 제목을 <정도전>으로 한다니 다들 거부하는 거다. 그런데 정말 작업을 해보니 왜 <정도전>을 하기 힘들어했는지 알 것 같았다."

정: "나는 그걸 몰라서 한 거고. (웃음)"

강: "뭘 하려고 하면 얘(정도전)가 어디론가 빠진다. 유배를 가거나, 사신으로 가거나. 대신 당시 더 중요한 인물이 그 일을 한다. 그러니 (정도전은) 계속 겉돌 수밖에 없었다. 만약 퓨전 사극이었으면 (주인공에게) 다 몰아주었겠지만, 이건 정통 사극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부분이 정 작가에게 미안하다."

정: "덕분에 땡잡았지, 뭐. (웃음)"

강: "(정 작가가)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1월에 만나고 6개월 만에 시놉시스를 써 내줬는데, 정몽주(임호 분)가 죽을 때까진 공부를 많이 했다. 그런데 조선 건국 이후로는 못 했다. 어차피 익숙한 부분이니 '어느 정도만 해도 되겠지' 했는데 막상 보니 힘들었던 거다. 압축해야 할 부분도 있고. 인터뷰서도 계속 얘기했지만 막판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진 각종 실록 논문 자료를 보고 공부하고, 나머지 3일 만에 대본 두 편씩을 써 냈다. 그래서 '내가 6개월만 시간을 더 줬으면 드라마가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화살은 정 작가가 다 맞은 거다."

정: "그런 것 같다. 오늘 오면서도 이 질문은 안 나왔으면 했다. (웃음) 사실 '대하드라마 <이인임>이었다는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공식적으로는 작가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왜 주인공이 정도전이었냐면…. 이게 <용의 눈물>의 리메이크가 아니지 않나. <용의 눈물> 같은 경우 이방원이 주인공이었고, 이방원 중심으로 만들어진 세상이었다. 그러니 등장인물이나 에피소드도 이방원이 왕이 되는 구조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정도전>이라고 제목을 정한 건 정도전이라는 사람이 드라마 안에서 보여주는 세상의 기준점이었기 때문이었다. (극중) 정몽주에 밀착됐던 것도 정도전 중심의 세상에서 사대부를 다룰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성계나 이방원 중심이었으면 못 그랬을 거다. 타이틀 롤이 정도전이니까 정도전을 기준으로 가능한 거였지. 결국 드라마의 기준점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또 하나, 초반에 정도전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비판이 나올 줄 몰랐다. 초반엔 정도전의 분량이 작지 않다. 분량이 적어지는 건 위화도 회군으로 이성계가 도성에 들어올 때부터다. 초반 15부까지의 부제를 '천명'이라 했던 것도 정도전이 혁명을 결심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었다. 상당부분 픽션도 있었고.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했다. (웃음)

조재현의 담백하고 내공 있는 연기가 잘 버텨줬다 생각한다. 악역이나 칼을 쓰는 역할이었다면 캐릭터가 잘 보일 텐데, 가만히 앉아 있는 사대부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정통 사극인 마당에 (인물을) 너무 희화화할 수도 없었고. 조재현도 갑갑했을 거다."

 KBS대하드라마 <정도전>의 정현민 작가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대하드라마 <정도전>의 정현민 작가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KBS대하드라마 <정도전>의 강병택 PD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대하드라마 <정도전>의 강병택 PD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강: "그랬다. 늘 당하기만 하고, (감정을) 눌러야만 하고. (웃음)"

정: "그런 고충이 있을 것 같아 (조재현과) 통화할 때마다 '미안하다,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렇다고 원톱 드라마로 갈 수도 없었다. 주인공이 1회부터 50회까지 모든 걸 다 하게 되면, 시청자가 <정도전>을 사랑해 준 이유인 '역사에의 성실성'을 잃었을 거다."

강: "기획의도가 그거였다. 정도전이든 누구였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당시 시대'였으니까. 대하드라마 <이인임> <정몽주>로 봐준 건 오히려 기획의도에 충실했던 거다. (웃음) 제목…은 나에겐 처음부터 <정도전>이었다. 인물 중 가장 오래 사니까. (웃음)"

정: "그런 건 있는 것 같다. 지금 서점에 가 보면 정도전 관련 책은 많아도 이인임이나 이성계 관련 책은 없지 않나. 결국 시청자는 '정도전의 드라마'로 봐준 것 같다. 배우들에게 조금 아쉬움이 있고, 우리들이 봤을 때도 그렇지만 그래도 여러 반응을 보면 시청자들에겐 '정도전의 드라마'로 보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남다른 '정도전'의 '남남케미', 다 이유가 있었다

- 극중 정도전과 정몽주의 남다른 '케미스트리'도 화제였다.

정: "내가 기억하기론 처음 강 PD가 '정몽주와 정도전이 친구였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끼고 드라마를 기획했다'고 얘기했다. 당시 나는 역사적으로 무식해서 '그래요?' 했던 것 같고. (웃음) 그 얘길 듣고 '이건 남자 얘기네'라고 생각했다. 남자들의 진한 우정 같은 거. 또 우리들은 홍콩 영화 세대기도 해서 남자들끼리 <영웅본색>(주윤발 주연의 홍콩산 느와르 영화. 남자들 간의 우정과 배신 등이 담겨 있다-기자 주) 하면 기본적으로 통하는 게 있다. 그래서 애초 시놉시스에도 '이건 사대부들의 난세의 절명시다'라고 써 놨다.

그 당시 신진 사대부들은 현대로 따지면 '엘리트 운동권' 아닌가. 남녀 간의 사랑만큼이나 동지적 사랑이라는 게 굉장히 끈끈하다. 그런 게 나에게도 남아 있었나 보다. 5회에 정몽주가 "삼봉(정도전의 호-기자 주)"이라며 정도전의 손을 잡는 장면이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썼는데 인터넷에서 난리가 난 거다. 그걸 보며 '이거 먹히나?'라고 생각했다. (웃음) 그때  '브로맨스'(형제를 뜻하는 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를 조합한 신조어로 남자 간의 애정을 뜻하는 단어-기자 주)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KBS 1TV <정도전>의 스틸컷

KBS 1TV <정도전>의 스틸컷 ⓒ KBS


강: "극중 명장면이 많지만, 내가 특히 아끼는 신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가 초반 정도전과 정몽주가 선죽교에 앉아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그걸 찍을 땐 장소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 원랜 주막 앞에서였는데, 드라마에 멜로가 없다 보니 '멜로에 적합한 장소가 어딜까' 했던 거다. 마침 그날이 늦가을 단풍 때였는데 (선죽교 인근) 앵글이 예쁘더라. 그래서 배우들에게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멜로다, 둘이 키스하기 직전까지 가라'고 요구했다. (웃음)"

정: "작가는 우정이었는데 감독이 브로맨스였던 거구만? (웃음)"

강: "둘(조재현, 임호)도 그걸 알고 있었다. 서로 막 그윽하게 바라보고…. 풀 샷을 찍는데 정말 예뻤다."

"세자책봉 둘러싼 왕실 암투, 실제로 건국 직후 일어났다"

- 이런 이야기도 있다. 명색이 정도전이 주인공인데, 정도전의 업적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 아쉽다는 거다.

정: "이 자리에서 해명할 게 있는데, 나는 '(정도전의 업적을 알고 싶으면) 책을 사 보라'는 이야길 한 적이 없다. 다만 '업적은 책은 보면 알 수 있는 이야기다'라고 한 건데, 그렇게 와전되었더라. (웃음) 사실 가장 중요한 게 (방송) 횟수 문제였다. 한 80회까지 방송했다면 다른 에피소드를 찾아냈을 거다. 그런데 일단 50회에서 끝내기로 한 상황에서 횟수의 많고 적음은 작가가 할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했다. 중요하지 않은 것만 들어내면 50회까지 빡빡해도 다 다룰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런데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 다르더라."

강: "연출자로서 싫어하는 장면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업적 그리는 거다. 재미가 없다. 그리고 <정도전>은 위인전이 아니었다. 기존의 대하드라마완 다르니까.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어떤 식으로 살아왔느냐'라는, 인간에 대한 드라마였다. 그래서 업적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굳이 그걸 드라마에서 다 보여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항상 좋았던 건, 방송이 끝나면 (포털 사이트에) 그때 당시의 법이나 제도가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지 않았나. 그렇게 시청자가 찾아볼 수 있게 한 거다."

정: "가장 기본적으로 본 책이 <왕조의 설계자 정도전>이라는 거였다. 그게 우리 드라마의 출발이 됐다. 그리고 각 회의 주제별로 정도전에 관한 다른 해석들을 다 읽었다. 그걸 다 보고 그림이 그려져야 대사가 나왔다. 그런 식으로 정통 사극을 써야 한다고 믿는 입장이라…. 이 이야길 왜 하냐면, 내레이션으로든 뭐든 정도전 연표 속에 나오는 업적은 드라마에 95% 이상 다 집어넣었다. 조선경국전에 대한 건 방석과 방원(안재모 분)의 대사로 이야기하기도 했고. 이런 식으로 너무 딱딱하다 싶으면 대사로 나눠주거나 하는 방식으로 풀어줬던 거다."

 KBS대하드라마 <정도전>의 이재훈 PD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대하드라마 <정도전>의 이재훈 PD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결국 '50부작' 이라는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는 이야기 같다.

정: "횟수를 두고 투정하는 건 작가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동의한 거니까 그렇게 정해진 거 아닌가. '이야기가 급해지지 않았냐'는 지적엔 아니라곤 말 못한다. 그런 측면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작가 책임인 거다. 업적을 다루는 것과 관련해선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순 없겠지만 작가로서의 고충이 있었다.

사실 <정도전> 대본을 썼지만 마치 미니시리즈 네 개를 쓴 기분이었다. 정몽주가 죽을 때 '감정과잉'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극으로 치달았는데…. 그땐 드라마가 진짜 끝난 기분이었다. 시청자도 단순 재미를 원하는 건지, 정통 사극으로서의 재미를 원하는 건지를 정해 줬으면 좋겠다. 정말 재미만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정통 사극이라면 역사의 원형질을 훼손하면 안 된다. 그런 고충이 있다. 그런 점에서 '폐가입진'(고려 말 정몽주가 우왕을 폐위하고 공양왕을 옹립한 사건- 기자 주)을 앞두고 있었을 때가 가장 두려웠다."

강: "초반부터 그 부분은 상당히 문제가 될 게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가보자' 해서 갔다. 내심 기대도 했다. '정현민 작가는 이걸 어떻게 풀까?' 했는데 대본이 나오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웃음)"

정: "이틀간 그것만 고민했다. 정말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였다. 벽에 부딪혔다 싶었다. '눈 딱 감고 정몽주 캐릭터를 깨버릴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러면 드라마가 어떻게 되겠나. 그래서 끝까지 고민하고 있는데, 보조 작가가 자료를 하나 주더라. 그걸 보다가 '성씨'라는 두 글자가 눈에 딱 떠올랐다. 그 순간 수가 떠올랐다. 그리고 대본이 휘리릭 써졌다. '누군가가 돕고 있구나' 싶었다. (웃음)"

강: "대본 독촉을 안 하는 편이었다. 시간을 주면 줄수록 (대본이) 잘 나와서. 그런데도 그 땐 '이건 답 없다, 그냥 평이하게 가자'는 독촉도 했다. 사실 (대본을) 기다리다 보면 촬영 일정에 문제가 생기니까 전화를 해서는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돼가?'라고 물으면 '안 나온다'고. 그럼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는 거다."

정: "그러면 나는 한숨 쉬지 말라고 했다. 그게 화내는 것보다 더 사람을 미안하게 만들더라. (웃음) 이야기가 거창해졌는데, 조선 건국 이후 내용에 대한 비판에는 공감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때론 '들켰다'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꼭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내가 정말 41, 42회 때 크게 삐진 적이 있다. 대학교에서 사학을 전공한 친한 형이 술 먹고 재방송을 보다가 새벽 2시에 문자로 '너마저 궁중 암투로 풀어 가냐, 실망이다'라고 한 거다. 그때 폭발해서 '형까지 이렇게 보면 어떻게 하냐, 1392년 7월에 조선이 건국돼서 8월에 바로 나온 이야기가 세자 책봉 아니었냐'고 했더니 '그런가?' 하더라. (웃음)"

강: "배우들도 '정몽주가 죽고 나서 이야깃거리가 없으니 (역사적으로) 뒤에 있는 걸 당겨 오는 건가, 왜 이렇게 빨리 세자 책봉을 하지?'라는 얘길 했다."

정: "그 부분이 작가로서 실수다. 이방원 캐릭터를 빨리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넙죽 세자 책봉 이야기를 물었던 거지. 왜 그렇게 41, 42회 때 비난을 받았을까 생각했는데, 아마 시청자는 '조선이 건국됐으니 이제 정도전이 활약하겠구나' 싶었을 거다. 그런데 실록엔 그때 정도전이 한 일이 없다. 그걸 보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거다.

설령 실제로 그랬어도 정도전에게 무언가 역할을 줘야 했다. 역할까진 아니더라도 캐릭터의 맛은 보여줬어야 했던 거다. 그런데 이방원이 '포스트 정몽주'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 이야기를 진행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어서 한 두 회 정도는 이방원과 강씨(이일화 분)가 붙으면 시청자도 재밌어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강: "그것(궁중 암투)도 드라마 PD로서 안 좋을 게 없다. 그래서 내가 조장한 것도 없지 않다. (웃음) 그런데 그게 40회까지의 성격과 너무 달랐기 때문에, (시청자가) 적응 못한 게 있었을 거다. 그렇다고 안하고 넘어갈 이야기는 아니었다."

==='정도전'의 세 남자, 강병택 PD-정현민 작가-이재훈 PD를 만나다===
①-"겉돌았던 정도전이 우리 드라마 주인공인 이유?"
②-"낙마사고 당한 선동혁, 전투신 표정 가장 좋았다"
③-'정도전' 속 화제의 명장면, 어떻게 만들었나 알고 보니
④-"매회 1회 같았던 '정도전', 이제는 넘어야 할 산"

정도전 조재현 유동근 정현민 강병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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