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 나탄 을 연출하는 한예종 교수 김석만 연출가

▲ 현자 나탄 을 연출하는 한예종 교수 김석만 연출가 ⓒ 한강아트컴퍼니


연극 <현자 나탄>에는 더불어 공존할 수 없는 기독교와 카톨릭, 이슬람 세 종교가 등장한다. 극작가 레싱은 세 종교를 가진 주인공을 통해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이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설파하고 묻는다.

<현자 나탄>를 연출하는 김석만 연출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재직 중이면서 세종문화회관에서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 연극을 통해 자신의 종교만이 참된 종교가 아니라 다른 종교와 함께 나아갈 줄 아는 관용과 평등을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요즘 같은 시대에 <현자 나탄>은 시의성이 적절해 보인다.
"한국 예술의 전반적인 현황은 상업적인 연극이나 공연이 주목받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균형을 잃었다. 18세기 작가 레싱의 희곡 <현자 나탄>은 본래 연극이 갖는 기능을 충실하게 보완할 수 있다. 

<현자 나탄>은 250년 전에 쓰인 작품이다. 12세기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십자군 전쟁이 배경이다. 세월호 참사와 6.4 지방선거로 말미암은 갈등과 같은 우리나라가 겪는 다양한 갈등이 연극 안에 담겨 있다. <현자 나탄>에는 기독교와 천주교, 이슬람이 갈등하지만 그 가운데서 관용과 자비, 사랑으로 화해하고 봉합하는 메시지를 갖는다. "

- 극 중에서 살라딘은 나탄에게 "어떤 종교가 참된 종교인가" 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질문을 던진다. 요즘은 갈등이 있을 때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지 않은가.
"예술이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게 예술의 몫이다. <현자 나탄>에는 섞여있는 이들이 잃어버린 자식, 핏줄이라는 걸 강조한다. 이슬람의 지도자 술탄의 동생은 이슬람 여인을 만나는 게 아니라 독일 여성과 결혼한다. 이들의 아이는 유대인의 수양딸이 된다. 핏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들이 섞여서 넒은 의미의 가족이 된다.

우리 사회로 보면 이산가족이 하나로 만나는 거다. 서로의 과거를 나누는 공유가 가능해야 공존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많은 다문화 가정이 있다. 새터민도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친일 청산과 같은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현자 나탄>처럼 서로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인정하면서, 대신에 기억에 대한 왜곡은 없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으면서 함께 나아가야"

- <현자 나탄>은 18세기에 쓰인 희곡이지만 21세기인 현대에도 유효하다.
"위대한 정신은 시대가 지나도 같은 궤를 간다. 시대사적으로 보면 18세기는 중요한 시기다. 15세기에는 르네상스가 있었지만, 18세기에는 계몽주의가 있었다. 한국을 보면 15세기에 세종이 있었고, 18세기에 영조와 정조가 있었다. 위대한 정신은 300년마다 되풀이되어 주목받는다. 오늘날은 위대한 정신을 그리워하는 시대다."

- 답변대로라면 18세기를 지난 이번 세기는 위대한 정신적인 격동이 돌아오는 시기다.
"21세기에 가장 빛나는 덕목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 갈등은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다가 생기는 거다.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는 덕목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으면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이야기가 있다.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타인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김석만 한예종 교수 "국방비에 지출하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긴장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화에 지출하는 돈이 많아지는 사회는 정신적으로 윤택하게 된다. 삶의 여유를 위해 문화가 중요하다."

▲ 김석만 한예종 교수 "국방비에 지출하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긴장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화에 지출하는 돈이 많아지는 사회는 정신적으로 윤택하게 된다. 삶의 여유를 위해 문화가 중요하다." ⓒ 한강아트컴퍼니


-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앞으로 세종문화회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현재 세종문화회관 비상임 이사장이다. 경영진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세종문화회관이 지어질 당시에는 공연을 할 장소가 마땅하지 않던 때였다. 그동안 세종문화회관은 공연이 무대에 올라올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면서 예술가가 공연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공연 단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요즘은 시민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세종문회화관과 같은 공공기관이 새로운 문화 예술 활동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공연예술계의 활동과 연합하고 시민의 문화 활동이 윤택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세종문화회관의 앞으로의 역할이다."

- 한예종에서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문화는 왜 중요한가.
"문화는 사람에게 숨을 쉬게 만드는 공기 같은 역할을 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게 문화의 역할이다. 우리의 물질과 시간을 어느 쪽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여유 있는 삶이냐, 긴장된 삶이냐 하는 방향성이 달라진다. 국방비에 지출하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긴장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화에 지출하는 돈이 많아지는 사회는 정신적으로 윤택하게 된다. 삶의 여유를 위해 문화가 중요하다."

- 한예종에서 강의할 때 예전의 학생과 지금의 학생이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전보다 예술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마음먹고 입학하는 학생이 많아졌다. 성취욕도 강하지만 예술 분야를 꾸준히 하고자 하는 욕구도 강하다. 몸을 아끼지 않고 자신을 불사르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렇게 성공에 대한 의지가 강하면 개인적인 성공만 생각하기 쉽다. 강의에서 역사를 강조하는 편이다. 위대한 작품 혹은 위대한 예술가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살펴보는 큰 그림을 학생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다."

현자 나탄 김석만 세종문화회관 한국예술종합학교 한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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