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에 출연한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에 출연한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프로게이머 시절 홍진호가 '까'와 '빠' 들의 사랑을 두루 받았던 것은 그가 그저 호쾌한 게임 스타일을 보여줬다거나, 늘 뛰어난 실력으로 우승에 근접했음에도 번번이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는 '비운'의 아이콘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스스로 "어설픈 부분이 많다"고 고백할 정도로 인간적인 구석을 종종 드러내 보여주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홍진호'라는 인물에게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음을 떠나 그를 '콩'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곤 했다.

이 '인간적인 구석'은 그가 활동의 폭을 넓힌 지금도 종종 발견된다. <더 지니어스>에서 보여주었던 명석함과 달리 <김지윤의 달콤한 19>에서는 연애 상담을 하는 건지 받는 건지 모를 '무지함'으로 함께 출연하는 패널 홍진영의 질타를 받고, <나 혼자 산다>에서는 '황후' 김가연의 일침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맥주만 들이킨다. 자신이 주최한 스타크래프트 대회 현장을 찾아준 팬들에겐 선물을 건네고, 팬 커뮤니티에서 만들어 준 그림을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설정하는 세심함까지 갖췄다. '콩은 까야 제 맛'이라던데, 그의 매력도 까도 까도 끝이 없다.

정작 홍진호는 지금의 자신을 '자아 찾기 중'이라고 정의했다. 처음부터 확고한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삶을 살았던 탓에 그 나이 때 응당 겪어야 할 과정을 겪지 못했고, 서른을 넘긴 지금에야 겨우 발을 떼었다고 했다. 그래서 홍진호는 "지금 나는 성장 중이고,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가 이 길의 끝에서 어떤 선택을 할는지는 아무도, 심지어 그조차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갖춘 그가 더욱 멋진 사람이 되리라는 것. 그를 지켜볼 이유는 이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방송인' 홍진호는 75점...노홍철·신동엽과 함께 일하고 싶기도"

- 지금의 '방송인' 홍진호에게 스스로 점수를 매겨 보자면 몇 점 정도 될까요?
"원래 관대한 편은 아닌데, 이번엔 후하게 주고 싶네요. 나름 제 신념을 지키며 잘 해왔고, 결과도 좋은 편이고…. <더 지니어스>가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서 '잘 하고 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또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요. 한 75점?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 '후하게 주고 싶다'는 말 치고는 박한 점수인데요. (웃음)
"<더 지니어스2>에서 준결승이나 결승까지 갔으면 80점에서 90점을 줬겠죠. 중간에 제가 안일했더라고요. 떨어지고 나서야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초반에는 전 시즌 우승자로서 불리함을 안고 가야 한다고도 생각했고, 견제 받을 거라고도 생각해서 '어떻게든 이걸 감수하고 해야지' 싶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2~3연승을 한 거예요. 그랬더니 안일해진 거죠.

나중엔 견제를 심하게 당하니까 감정적으로 흔들려서…. 좀 더 신중히 했다면 잘 대처하고 극복했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게 후회되기도 해요. 방송도 이것저것 열심히는 하지만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또 아쉬운 점이 있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75점! (웃음)"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에 출연한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 지니어스> 시즌 1과 2에 출연한 그의 옆엔 만화가 김풍(시즌 1)과 프로그래머 이두희(시즌 2)가 있었다. 두 사람에 대한 홍진호의 생각도 궁금했다. "<더 지니어스> 안에서만 본다면 두희보다는 풍이 형이 더 좋았어요. 풍이 형은 제가 신뢰를 준 만큼 제 오른팔이 돼줬는데, 두희는 신뢰를 보냈는데도 약간 헤맸거든요. '우리는 동맹이다, 내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방송을 보니까 '어, 날 죽이려 했네?' 그랬다니깐요. (웃음) 하지만 사석에선 풍이 형도 좋은 형이고, 두희와도 가까운 편이죠. 두희네 회사와 저희 집이 가까워서 자주 보거든요. 그런 부분에선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와 같은 거예요. 두 사람은 비교할 수 없죠. (웃음)" ⓒ 이정민


- <더 지니어스>에서와는 달리 <나 혼자 산다> 등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조금은 어리숙한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언젠가 '빨리 바보 모드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그 말을 실천하기 위한 건가요?
"그렇게 보는 게 맞죠, <나 혼자 산다>는 방송 콘셉트를 보니 좋더라고요. <더 지니어스>로 스마트한 이미지를 굳히고 있는데 이것도 과분하고 좋지만 또 제 본모습이 있는 거니까. 그런 걸 보여주면서 균형을 맞추고 싶었어요. (기자- 공개된 스틸 사진을 보니 집이 좀…) 아, 그게 치운다고 치운 건데.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집을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이불을 개야 돼?' 옷도 그냥 집에서 입는 대로 입고 외출하거든요. 팬들이 '왜 잘 때 입는 옷을 입고 외출하냐'고 뭐라고 하는데, 각자 생각이 다르니까요.

- <나 혼자 산다> 고정 출연을 원하는 목소리도 크던데요.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본 모습이 아닌 것들을 보여줄 때도 있을 수 있어요.
"조금은 가공을 할 부분도 물론 있겠죠. 하지만 되도록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도 너무 인간적으로 창피한데' 하는 건 치워야겠지만요. 19살에 서울에 혼자 올라와 생활했지만 말이 그렇지 다 단체생활이었어요. 게이머 때는 단체생활이 필수였고, 은퇴한 뒤에도 아는 형이나 친구와 같이 살았거든요.

그래서 혼자 살아본다는 것에 대한 낭만이 있었어요. 혼자 새벽에 센티멘털해져서 고독을 느끼고 싶고…. 그런 낭만을 꿈꾸며 처음이니까 거창하게도 아니고 대학생 자취하듯 작은 원룸에서 살아보자 싶어 혼자 산 지 2년차가 됐는데, 그런 거 없더라고요. 외롭고, 힘들고. (웃음)"

- 방송을 계속 한다면 함께 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노)홍철이 형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 분도 발음이 뛰어난 게 아니라 동질감도 생기고 위로도 되더라고요. 신동엽씨도 굉장히 좋아해요. 말씀도 잘 하시고, 순간적으로 센 말도 순화해서 잘 하시고. (기자- '19금' 토크를 꿈꾸는 건가요?) 그런 건 아니고요. (웃음) 그 분처럼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는 거죠. 또 말하는 것보다는 보여주는 것, 재밌는 것, 그런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에 출연한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대충 말하고 대충 하는 성격이었어요. 게임 쪽에선…사회적인 나이는 많지 않지만 제가 고참이거든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어요. 게임 쪽 예능 프로그램을 해도 (말을) 막 뱉을 수 있고. (웃음) 그런데 지금은 눈치가 많이 보여요. 제 스타일을 못 살리고 있다니까요. 착한 척이나 하고. 제가 제가 아니예요. (웃음)" ⓒ 이정민


"'방송인'으로서의 나, 아직 확신 없어...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 하며 살겠다"

- 프로게이머로서의 전성기가 있었고, 지금 또 방송인으로서 전성기에 접어들고 있어요. 확실히 두 가지는 느낌이 다를 것 같네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느끼긴 하는데, 말로 풀려니까 어렵긴 하네요. 게이머 때는 제가 그냥 좋아했고, 하고 싶어서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자동적으로 동기가 부여됐어요. 좋아하니 열심히 하고 싶고, 열정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빛도 봤고 잘 하게 됐는데, 방송은 제가 인위적으로 뛰어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다 보니 상황이 이렇게 온 경우에요. 그러다 보니 약간 멍한 느낌도 있어요. 늘 어제보다 다른 오늘인 거예요.

누구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걸 실시간으로 겪고 있어요. 좋기도 하지만 불안함도 커요. 게이머 때엔 그래도 장기적인 계획이 있었는데, 이건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고…. 아무래도 분야의 특수성이라는 게 있잖아요. 남들은 '제 2의 전성기'라고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이게 '전성기'라고 단정 짓지 못하겠어요. 솔직히 잘 모르겠거든요. 이렇게 순식간에 사람이 확 올라갔다가도 확 내려갈 수도 있는 거니까. 이제 뜬지 한 달? 두 달? 그렇게밖에 안 됐는데요. (웃음)"

- 하지만 여러 가지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방송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사람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뛰어들면서 실패도 하고 경험도 해 보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잖아요. 저는 그런 게 없었어요. 19살 때 바로 하고 싶은 걸 찾아서 그걸 10년 넘게 했고, 정말 게임밖에 모르고 살았어요. 다른 부분은 거의 '컴맹'처럼 모르는 상태였죠. 그래서 지금 늦은 나이에 이것저것 해 보려는 거고요.

사실 방송을 처음 시작하면서 이렇게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실패하겠지만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했죠. 10년이 넘게 게임을 했던 것처럼, 언제까지든 좋아하며 할 수 있는 걸 찾는 과정이라 생각해 달려든 건데 하자마자 잘 된 거니까. 그래서 아직은 (방송에) 올인해도 되겠다는 확신은 크게 없어요. 일단 내 앞에 놓인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내 앞에 포장되어 있는 것들을 다 풀어야겠다 싶어요. 그러면서 제가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할지를 찾는 거죠.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웃음) 몇 달은 더 있어야 명확히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에 출연한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에 출연한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직은 (방송에) 올인해도 되겠다는 확신은 크게 없어요. 일단 내 앞에 놓인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내 앞에 포장되어 있는 것들을 다 풀어야겠다 싶어요. 그러면서 제가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할지를 찾는 거죠.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웃음) 몇 달은 더 있어야 명확히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정민


- '확신은 아직 크지 않다'는 말이 귀에 들어오는데요. 잘 하고 계신다고 생각했는데?
"게임의 경우에도 좋아는 했지만 성공할 거라는 확신은 못했어요. 다만 자신감은 있었죠. 그런 원동력이 있어서 10년 넘게 해 왔던 건데, 방송은 일단 확신도 없고 자신감이 (게임에 비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제가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것도 아니고, 눈치를 봐야 할 게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게임 관련 방송을 하면서 나름 '할 만하다' 하고 생각하고 (방송에) 왔는데, 어려워요. 분량도 잘 가져와야 하고. '이걸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먼저 생겨요. 그러다 보니 고민도 커지는 것 같고요."

-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방송인으로 활동하면 불특정다수의 시선에서도 자유롭지는 못하겠죠. 그런 것도 고민의 범위에 들어가는 건가요?
"그런 시선은 익숙해요. 저에게 크게 문제가 안 되죠. 게이머로 데뷔한 뒤 많은 사건을 겪으면서 가슴에 굳은 살도 생겼고. 또 장난치는 걸 좋아해서 남들이 인사해 주면 장난스럽게 받아주기도 해요. 다만 저도 사람인지라, 원래 성격은 소심해요. 남들에게 피해 주는 것은 싫고, 되도록 좋게 좋게 살고 싶기도 하고요.

이게 과한 생각인지는 모르겠는데, 만약 제가 방송에 적응을 다 못해 빠지게 되면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그들과 친해지다 보니 드는 생각이기도 하고…. 긍정적인 사람인데, 또 그런 부분도 있죠. 이것 또한 열심히 하며 제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에요. 혹시 '홍진호'로서 또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별 거 없으면서 생뚱맞은 건데,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어요. 여행을 좋아하는데 못간 지 오래됐네요. 특히 인생에서 처음 외국을 간 게 게이머 때 초대받아 간 프랑스였는데…외국에 나가면 견문이 넓어진다고 하잖아요. 정말 '와, 세계다' 그런 느낌이었어요. 똑같은 세계인데 사람들도 다르고 말하는 것도 다르고, 일상이 재밌더라고요. 그런 게 신기해서 외국에서 몇 개월 정도 머물러 보고도 싶어요. 좀 더 다양한 곳에, 어딘가에 정착하는 게 아니라 돌아다니고 싶고. 제가 생각해도 저는 좀 별난 남자에요. (웃음)"

===== '2의 남자' 홍진호의 2월 22일 맞이 인터뷰 =====

① '전설' 속에서 걸어나온 이 남자, 홍진호가 사는 법
② '제 2의 전성기' 홍진호 "나는 지금 성장 중...성장통 겪고 있다"

홍진호 더 지니어스 노홍철 나 혼자 산다 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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