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에 출연한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에 출연한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2'라는 숫자 때문이었다. 언젠가 부록 CD 때문에 샀던 게임 잡지에서 스타크래프트 종족 소개며 공략법 따위를 읽기는 했지만, 그런 건 단순히 남자 아이들의 전유물인 줄로만 알고 있던 때였다. 그러던 중 늘 결승전에 올라가지만 준우승에 머문다는 한 선수를 알게 됐고, 그 탓에 그에게 '2'자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그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그 기억이 낡아질 무렵, 그가 '전설' 속에서 걸어 나왔다. tvN <더 지니어스> 속 그는 명민했고, 거침없었으며, 때로는 인간적이기까지 했다. 이 기세를 몰아 그는 tvN <김지윤의 달콤한 19> <공유 TV 좋아요> 등의 케이블 예능에서부터 MBC <나 혼자 산다>에까지 등장하며 그의 수식어처럼 '폭풍'처럼 방송가를 휩쓸고 있다.

홍진호. 제 2의 전환점을 맞은 그를 2월의 두 번째 금요일에 만났다. 인사를 겸해 '생일에 2가 세 번 들어간다, 그래서 게이머 시절 이유 없이 당신을 응원하고 싶어지더라'고 말했더니 신기하다는 듯 눈을 크게 뜬 홍진호는 이렇게 물었다. "혹시 1982년생은 아니시죠?" 푸핫, 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이 터졌다. 어색했던 분위기가 일순 풀리는 순간이었다.

"'폭풍'치듯 바쁜 요즘...방송인 전업? 아직 잘 모르겠다"

- 요즘 많이 바쁘시죠? 잠은 잘 자고 계신가요.
"아무래도 그렇죠. 이것저것 하는 것도 많고, 준비하는 것도 있고. 그래도 다행인 건, 예전엔 잠을 잘 못 잤거든요. 불면증 같은 게 있었는데 요즘은 몸을 혹사하다 보니 없어졌어요. (기자- 불면증이라뇨!) 게이머 땐 생활이 변칙적이었잖아요. 또 제가 워낙 잡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웃음) 바쁜 게 좋은 것 같아요. 한창 게이머로 활동할 땐 너무 바쁘니까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은퇴하고 1~2년 여유롭게 쉬었거든요. 그랬더니 '바쁜 게 좋은 거였어' 싶더라고요."

- 외양의 변화도 눈에 띄어요. 요즘 술도 잘 안마시고 다이어트를 하신다고. (웃음)
"정말 바쁜 분들이 보면 또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일을 정신없이 하다 보니까…. 그 전까지의 삶과는 너무 다르잖아요. 정신없고, 정말 폭풍이 치는 날들이에요. 방송 초짜니까. (웃음) 그래서 다음 날 일이 있으면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요 근래 술을 마셔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지인들도 못 만나니까요. 다이어트는 제가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한 계속 할 거예요. 그렇다고 늘 다이어트만 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식탐이 있거든요."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에 출연한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에 출연한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요즘 홍진호는 달라진 인기에 '적응'하는 중이다. 그와 동행하는 매니저도 생겼다. 홍진호는 "지금도 적응하는 중"이라며 "원래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이 아니다. 늦게 자고, 자고 싶은 만큼 자는 성격인데 요즘은 일찍 일어나야 해서 이 친구(매니저)가 고생"이라고 말했다. 매니저가 "이젠 (홍진호의) 집에 도착해서 연락하는 게 아니라 출발할 때쯤 전화한다"고 맞장구를 치자, 홍진호는 "이 친구가 굉장히 부지런하다"며 "요즘에는 이 친구가 이렇게 전화하는 것도 알아서 잠결에 (매니저의) 전화를 받고 더 자는 일도 생긴다"고 웃어 보였다. ⓒ 이정민


- <더 지니어스> 출연 이후 방송 스케줄이 마구 잡히고, 인터뷰 요청도 쏟아지고,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말 그대로 '폭풍'처럼 오늘까지 휩쓸려온 것 같은 느낌일 텐데요.
"계획대로, 생각한 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요. 그게 좋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원래 제가 계획대로만 움직이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며, 즐기면서 움직이는 타입이죠. 지금도 정신없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뭐, 한 달 뒤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뇨. 방송인 생활을 정리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아직은 답을 내리긴 어려운 상황이에요. 생각의 정리를 하기도 전에 일이 막 진행되고 있고, 제가 뭘 해야 하는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을) 해야 되는 거예요. 정신없긴 하지만 또 이런 것들을 좋아해서, 닥치는 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뒤늦게 생각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제가 선택하고 하고 있는 거니까요. 후회도 안 하려고 해요.

만약 방송을 잘 못하면 제가 정리를 하는 게 아니라 당하겠죠. 게임은 순위가 나오니까 결과를 제가 느끼고 판단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방송은 제가 아니라 남들이 판단해 주는 거잖아요. 그러니 흐름에 맡기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방송을) 못하는 것 같고, 발음이 뭉개지더라도 (웃음) 사람들이 이걸 좋아해 주면 평가가 좋은 거니까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 그래도 어머니는 좋아하실 것 같아요. 게임 방송보다는 방송에 나오는 아들의 모습을 접하기가 훨씬 쉬울 테니까요.
"게이머를 하겠다고 허락받을 때부터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이제 인정을 받아서 저를 많이 믿어 주세요. 게임 쪽은 불안했잖아요. 지금이야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예전엔 정말 직업이라고 인정받기는커녕 노는 거라고 생각됐으니까. 그래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신뢰를 얻었어요. 남들에게 소개하기 힘든 직업에서 이제는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게 되니 어머니도 좋아해 주세요. 그런 부분은 진짜 기쁘죠."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었던 '지니어스' 우승, 그래서 기뻤다"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에 출연한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에 출연한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에게 또 한번의 전환점을 가져다 준 프로그램은 바로 <더 지니어스>다. 당시 PD의 섭외 전화를 받고 별다른 고민 없이 출연을 수락했다는 그는 <더 지니어스> 출연진 중 가장 먼저 출연을 확정지은 인물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나에게 이런 좋은 기회가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던 게 <더 지니어스>였어요. 유독 저에게 특화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런 부분에서 이번만큼은 운이 좋구나' 싶었죠." ⓒ 이정민


- 여기까지 들어보면 '즉흥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웃음)
"'막 산다'는 느낌은 아니에요. (웃음) '중심', 그러니까 제 안에 기본적인 틀이나 뼈대 자체는 세워진 게 있어요. 그걸 어떤 것들로 채워 넣느냐의 문제죠. <더 지니어스>로 비유하자면 좀 고지식하고,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배신을 당할지언정 배신은 하지 않고…최고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제 스타일과 신념을 고수하는 게 제가 말하는 '중심'이고, 제가 살아가는 데 구심점이 되는 거예요. 남들이 하는 그런 흔한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저만의 선택을 하면서 저의 길을 가고 싶은 거죠."

-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요?
"19살부터 서울에 혼자 올라와 게이머가 되면서 사회생활이 아닌 사회생활을 했잖아요. 하고 싶은 걸 바로 하게 된 운 좋은 케이스긴 했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보고 계약 문제도 생겨 보고…하면서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며 살 수 없구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려면 신경 쓸 게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다른 사람들을 보면, 물론 처음부터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살면서 어느새 초심을 잃고 '사회인'이 되어 가는데…그런 게 어찌 보면 한국 사회에서 당연한 거겠지만 저에게는 달갑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이게 맞다는 생각은 드는데 끌리지는 않았던 거였어요. 어쨌든 먹고 살아야 하니까 남들처럼 그렇게 했어야 했지만, 어린 나이에 나름 뭔가 이루기도 했고 패기도 있었고… 그러면서 '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중간에 그 탓에 실패도 해 보고 다치기도 했지만, 한 번 마음먹으면 그걸 꺾기가 싫어요. 제 생각을 꺾으면 제가 틀리다는 걸 인정해야 하잖아요. 그게 싫었던 것 같아요. 게이머 때도 그랬고, 그 이후에도 이 생각을 유지하려고 했죠."

- 그래서 <더 지니어스> 우승 당시 "'내가 왔던 길들이 절대 틀린 게 아니다'는 보답을 받은 것 같아서 굉장히 자랑스럽다"는 소감이 나왔던 거군요.
"그게 참 벅찼던 게요, 처음 우승한 거잖아요. 공식전에서 2등만 하다 보니 '너는 틀렸어'라는 것 같아 트라우마가 있었거든요. 한 번 우승했다고 끝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살아온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한 번이라도 말할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 확실히 <더 지니어스>에서의 홍진호는 '승부사'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게이머 시절부터 많은 팬이 있었지만, 그런 모습을 통해 새로운 팬들도 많이 생겼죠.
"게임을 할 때만큼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 모습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아지니 '이런 부분을 좋아해주시는구나' 싶어 기분은 좋았죠.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하잖아요.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리자는 건데, 원래 게이머 때부터의 모토가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자'였어요. 최선을 다한다면 그 결과가 뭐든 저에게는 최고라는 뜻이었죠. 그런 마음으로 늘 생활해 왔어요. 그게 남들에게 좋게 보인다면 좋지만요. (웃음)

===== '2의 남자' 홍진호의 2월 22일 맞이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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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호 더 지니어스 공유 TV 좋아요 김지윤의 달콤한 19 나 혼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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