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드라마스페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박진성 역의 배우 김범이 3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 드라마스페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박진성 역의 배우 김범이 3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간 숱한 인터뷰를 하면서, 많은 이들의 진심을 봐 왔다. 화면 밖의 인물을 만나는 것으로도 얼떨떨한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들의 진심을 마주하는 것만큼 경이로운 일도 없었던 것 같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얼마 전 만난 한 사람 때문이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배우 김범. 과거 <오마이스타>와 했던 인터뷰를 읽으며 '조근조근 말 잘 하는 청년'이라는 인상 정도만 갖고 있었는데, 실제로 만나본 그는 조근조근한 말투에 나이답지 않은(이라고 말하면 이 역시 편견이겠지만) 생각을 두루 갖춘 사람이었다. 그렇게 내심 감탄하며 인터뷰를 마치던 중, 그는 불쑥 자신의 진심을 꺼내놓았다. 그리고 "죄송하다"며 잠시 말을 멈추곤 물을 찾아 마셨다.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전작이 생각나지 않는 배우'라는 호평이 가장 좋다"

과거 김범은 친구에게 '영화배우는 영화에서나 보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연예계엔 관심이 없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한 영화제 현장에 가게 됐고, 그 곳에서 영화배우와 감독들이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해 주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배우'의 꿈을 품게 됐다. 당시를 회상하던 김범은 "거기 갔던 건 행운이었다"며 "이제는 배우가 아닌 내 모습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배우를 안 하고 뭘 하며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막막해져 버렸다"고 털어놨다.

- 배우는 아무래도 호평을 받을 때 가장 기쁠 것 같습니다. 작품성, 연기력, 비주얼, 스코어에 대한 호평 중 어떤 것이 가장 기분 좋은가요?
"아무래도 연기력으로 호평받을 때가…아니, 복합적인데 연기력과 비주얼인 것 같아요. '얼마만큼 변신에 성공했느냐'를 보여주는 거니까요. '변신에 성공했다', '전작이 생각나지 않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래서 계속 변신을 꾀하는 거고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한 가지 모습에 안주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SBS에서 상을 받고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가 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 변화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 건지, 생각해 보면 김범씨는 참 열심히 일한 배우입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소처럼 일한다'고 표현하던데요. (웃음)
"그렇죠. 소 같죠. (웃음) 제가 데뷔 8년차인데, 데뷔하고 6년간은 일주일 이상 촬영을 쉰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다른 분들은 '작품에서 헤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 시간을 도리어 다른 작품을 찾는 걸로 승화했던 것 같아요.

과거엔 워커홀릭이기도 했고, 쉬지 않고 했죠. 진짜. <발칙한 여자들>로 시작해서 <하이킥>만 10개월 하고, 바로 영화를 찍었다가 <에덴의 동쪽> 찍고, 또 끝나자마자 일주일도 안 돼서 <꽃보다 남자>에 들어가고, <꽃보다 남자> 촬영 마지막 날 바로 다음 드라마랑 영화 촬영 시작하고….

그땐 전력 질주하는 느낌이었어요. 출발선에서 총소리가 땅! 하고 울리니까 미친 듯이 달렸고, 옆이나 뒤를 안보고 앞만 봤으니까. 그 후 휴식기를 가졌는데, 그게 그렇게 길어질지는 몰랐어요. 1년 반을 쉬면서 그동안 달렸던 길을 되돌아봤어요. 그리고 옆을 보게 됐는데, 제가 혼자 달리는 게 아니라 사랑하고 짊어져야 할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정확하게 보였고요. 이제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어느 정도 페이스를 조절하는 방법을 깨달았어요. 보다 여유롭게 작품을 선택할 눈과 여유가 생겼죠."



"내 등만 바라보고 걷는 사람들, 웃으면서 같이 걸었으면"

- 길었던 작품이 끝났습니다. 이제 무얼 할 건가요.
"그러게요. 이제 뭐하지? (웃음) 일단 인터뷰를 하면서 진성을 보내는 주간을 보내고, 확정된 건 아니지만 화보 촬영차 동남아 쪽으로 갈 것 같아요. 고생했던 우리 스태프들과 여유를 가질 수 있겠죠. 그러면서 저도 조금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요. 아직까진 에너지가 남아 있어서 차기작을 빨리 선택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런데 좋은 작품이 있어야 선택할 수 있는 거지, 마음만 있다고 되는 건 또 아니니까요."

- 작품에서 희선(정은지 분)과의 러브라인이 있었지만, 오수(조인성 분)와 오영(송혜교 분)처럼 진득한 멜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장르를 연기해 볼 생각은 없나요.
"아직까지 멜로라는 장르에 자신이 없어요. 오히려 <빠담빠담>이나 <싸이코메트리> 같은 특색 있는 캐릭터에 자신이 있어요. 뚜렷한 색깔을 낼 수 있을 것 같잖아요. 제가 정말 잘 하고 싶은, 잘 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만났을 때 멜로를 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앞으로 이런 장르만 하겠다'고 정해놓은 건 아니에요. 또 어떤 작품이 다가올지 모르니까, 마음을 열고 찾는 편이고요. 계속해서 다른 색깔들, 기존에 없던 색깔을 칠해보고 싶어요."

- 수채화나 유화에선 여러 색깔을 겹쳐 칠하면 결국 검은 색이 나오지 않던가요? (웃음)
"그런가? (웃음) 아, 그런 거 있잖아요. 어렸을 때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여러 색깔을 칠해 놓고, 그 위에 검정색으로 칠했다가 다시 긁으면 새로운 색깔이 나오는…. 그러면 되죠!"

- 와, 제가 졌습니다. (웃음) 그나저나, 앞에서 '앞으로의 방향이 정확하게 보인다'고 했는데, 살짝 귀띔해주실 수 있나요.
"'달리던 중 옆을 보니 혼자만 달리고 있는 게 아니더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들의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 주고 싶고요. 그들이 힘들지 않게끔, 웃으면서 걸을 수 있게끔 해주고 싶어요. 그들은 제 등만 보게…(여기서 김범은 물을 찾았다) 웃으면서 갈 수 있는 길이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지금도 힘든 부분이 있고, 힘들었던 적도 있고,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긴 있었어요. 하지만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원동력은 '좋은 사람들'이에요. 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는 직업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기대되는 길이고요."

  SBS드라마스페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박진성 역의 배우 김범이 3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진미(극중 박진성의 동생)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며 장탄식을 내뱉은 그는 사랑하는 여동생(그는 1남 1녀의 장남이다)도 함께 언급했다. "그정도의 여동생은 아니에요. 말은 물론 안 듣지만요. (웃음) 여동생에겐 미안한 마음이 커요. 사춘기를 혼자 보내게 해서…. 오빠로서 잘 해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여동생은) 제가 이쪽 일을 하는 걸 안 좋아하는 것도 있어요. 충분히 이해하죠." ⓒ 이정민


=====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배우 김범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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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바람이 분다 김범 조인성 송헤교 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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