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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하모니 신드롬'을 일으키며 승승장구 했던 <남자의 자격>은 2011년 중반 경쟁작인 <런닝맨>에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빼앗기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0% 초중반을 맴돌았던 시청률은 2012년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그 즈음 <남자의 자격> 위기론, 무용론이 예능국 내부에서 대두되기 시작했다.

연예대상까지 받은 베테랑 이경규를 데리고 이 정도 성적표를 받는다는 건 분명 큰 문제가 있는 일이다.

 지난 2011년 KBS연예대상에서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 멤버들의 모습

지난 2011년 KBS연예대상에서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 멤버들의 모습 ⓒ 이정민


'위기의 <남격>', PD교체 이어 멤버 교체까지

이런 상황에서 지금껏 <남자의 자격>과 함께 해온 조성숙 PD가 물러나고 <해피투게더3> '섭PD'로 유명한 정희섭 PD가 바통을 이어 받게 됐다. <남자의 자격>에 투입 된 정희섭 PD는 "여러가지로 변화를 줄 예정" 이라며 시청률을 반드시 반등 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지금껏 <남자의 자격>에서 볼 수 없었던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한 것이다.

"변하겠다"는 정희섭 PD의 발언은 허언으로 끝나지 않았다. 곧바로 전격적인 멤버 교체가 단행됐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멤버 교체는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희섭 PD는 일곱 명의 멤버 중 무려 세 명을 퇴출 명단에 올렸다.

양준혁, 전현무, 윤형빈이 바로 그들이다. 기존 멤버들 중 활약도나 활용도가 떨어지는 이들을 과감히 쳐내는 대신 새로운 인물을 투입해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 것이다.

양준혁-전현무-윤형빈 대신 <남자의 자격> 새 멤버로 거론된 인물은 차인표-심태윤-김준현이었다. 특히 최근 새로운 '예능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차인표와 <개그 콘서트>의 히어로 김준현의 투입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어떻게든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멤버 교체라는 초강수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한 방법이었던 셈이다.

<남자의 자격> 멤버교체, 이경규가 반발한 이유

 KBS 2TV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단원. 이들은 8월 예심, 9월 합창대회를 앞두고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KBS 2TV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단원. 이들은 8월 예심, 9월 합창대회를 앞두고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KBS


허나 정희섭 PD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멤버 교체는 의외의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바로 <남자의 자격>의 '리더' 이경규의 강력한 반발이었다.

멤버 교체에 <남자의 자격> 원년 멤버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는데 그 중에서 이경규의 반대는 상당히 묵직한 의미를 지닌다. 이경규는 <남자의 자격>의 실질적 수장이자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경규의 반발을 수습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멤버 교체가 불가능해 진다.

과거 이경규는 <남격> 멤버 교체건에 대해 "지금껏 이 프로그램을 지탱한 게 진정성인데 멤버들을 교체하면 시청자들이 그 진정성을 믿어주겠나.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멤버를 교체하려면 일곱 명을 다 하고, 안 하려면 원래 멤버 그대로 계속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이경규 입장에서는 그동안 동고동락을 함께 해온 프로그램의 '공신'들을 이런 식으로 퇴출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멤버로 투입되는 차인표, 김준현 등이 하나같이 '예능초보'라는 점도 이경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예능 초보들의 대거 출연이 오히려 프로그램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캐릭터 형성에 어려움을 가져다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증조차 되지 않은 초짜들을 옆에 세워놓고 아예 '처음부터' 프로그램을 끌고 가야한다면 이경규가 짊어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원년멤버인 윤형빈 등을 쳐 낼 만큼의 명분을 찾기 힘든 셈이다.

6월 29일 긴급회의, 윤형빈 재투입 결정 돼

 <남자의 자격>의 새 멤버가 된 개그맨 김준호(왼쪽)와 배우 주상욱(오른쪽)

<남자의 자격>의 새 멤버가 된 개그맨 김준호(왼쪽)와 배우 주상욱(오른쪽) ⓒ 이정민, MBC


이경규를 중심으로 한 잔류 멤버들이 멤버 교체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데 이어, 이경규가 공식적으로 제작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남격>의 멤버 교체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지난 6월 29일 밤, 이경규는 멤버 및 제작진들과 긴급 회의를 열어 장시간의 토론을 펼쳤고 이 결과 물망에 올라있던 차인표, 심태윤의 합류를 무산시키고 윤형빈의 재투입이 결정됐다.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이윤석 4인은 "원년 멤버로 가되 포맷을 변경하고 소재를 개발하자"는 입장인 반면, 정희섭 PD는 적어도 1~2명의 멤버 교체는 불가피하다고 보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제작진 내부에서도 원년 멤버 사수파와 멤버 교체파로 의견이 갈리면서 7월 5일로 예정 된 <남자의 자격> 녹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될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남자의 자격> 멤버 교체는 2일 부로 개그맨 김준호와 배우 주상욱의 투입으로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프로그램에 잔류하는 기존 멤버들과 떠나는 멤버들에겐 큰 상처가 될 것이다. 특히 퇴출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가 가까스로 재합류가 결정 된 윤형빈에게는 뼛 속 깊이 회복할 수 없는 생채기일 게 분명하다.

백전노장 이경규,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서다

 <남자의 자격>으로 지난해 KBS 연예대상을 수상한 이경규.

<남자의 자격>으로 지난해 KBS 연예대상을 수상한 이경규. ⓒ KBS


방송가 일각에서는 정희섭 PD의 멤버 교체 발표가 너무 섣불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적어도 멤버 교체와 발표 시기에 있어서 이경규와의 조율은 필요했다는 것이다. 멤버 교체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너무 일방통행식으로 밀어 부친 것이 이경규의 자존심을 건드린 셈이다.

<남자의 자격>의 론칭과 성공은 전적으로 이경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 정희섭 PD가 그를 너무 가볍게 취급하지 않았나 싶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가는 일련의 '소통과정'이 있었다면 이런 잡음이나 상처가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경규는 <남자의 자격>을 두고 "내가 진행했던 프로그램 중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껏 같이 한 멤버들에 대해서도 "힘들때 나를 잡아준 가장 소중한 친구들"이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남자의 자격>은 이경규조차 어찌 할 수 없을정도로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 당도해 있다. 과연 이경규는 새로운 메인 PD와 새 멤버인 김준호, 주상욱과 함께 이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확실한 것 한가지는 이경규가 이번 멤버 교체 건을 잘 마무리하고 서로의 상처를 봉합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확고한 혁신 의지를 피력해 <남자의 자격>에 새기운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30년의 방송경력과 7번의 연예대상을 자랑하는 '명불허전 백전노장' 이경규가 새롭게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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