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레이디 가가의 월드투어 <본 디스 웨이 볼> 오프닝 무대

27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레이디 가가의 월드투어 <본 디스 웨이 볼> 오프닝 무대 ⓒ 현대카드


'사탄'의 실체를 알고 싶었다.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공연 반대 시위를 일으키고, 또 누군가는 열렬히 환호하는지도 궁금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호기심'이었다.

27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인간 물결'이었다. 티켓을 받고 성인인증(레이디 가가의 이번 한국 공연은 만 18세 이상 관람가였다)을 하는 데 30분이 걸렸고, 공연장 좌석에 앉는 데까지 또 30분이 걸렸다. 시작 시간은 오후 8시였지만, 레이디 가가는 오후 8시 25분이 되어서야 무대에 등장했다.

'레이디 가가' 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단어는 '충격', '파격'이다. 공연장에 모인 이들도, 그리고 기자도 '이번엔 대체 어떤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줄까'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생고기로 옷을 만들어 입는가 하면, 가슴에서 불을 내뿜고, 자살 퍼포먼스까지 보여줬던 그가 아닌가.

"18세 이상 등급이 되었으니, 오늘 꼭 18세 이상의 공연이 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가가는 4만여 관객을 '본 디스 웨이 월드'로 인도했다. 말을 타고 첫 곡 '하이웨이 유니콘'(Highway Unicorn)으로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가가는 무대 위에 설치된 레일에 올라 노래했고, 거친 신음소리를 내는가 하면 댄서와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국내 공연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는 다양한 무대가 연출됐지만, 레이디 가가는 '사탄'보다 '퍼포머'에 가까웠다. 혼자서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면서도 무리 없이 라이브를 소화했고, 의상 또한 매번 바뀌었다. 그는 볼거리를 늘어놓으며 무대를 장악하는 가수였고, 자신을 찾아온 관객 앞에서 "믿어지지 않는다"며 뛸 듯이 좋아하는 순수한 모습도 보이는 사람이었다.

레이디 가가를 통해 '사탄의 세계'를 경험해보려던 목표는 아쉽게도 이루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레이디 가가가 앞으로도 다른 이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퍼포먼스를 개발해나갈 거라는 것이다. 한층 친근하게 다가온 레이디 가가. 그가 앞으로 보여줄 무대가 더욱 기다려진다. 

==='레이디 가가(Lady Gaga)' 2012 '본 디스 웨이 볼(Born This Way Ball)'  공연리뷰===

[공연리뷰①] 레이디 가가의 '18금 공연?'...그 알맹이는 '예술'이었다
[공연리뷰②]편견의 바다에서도 빛난 레이디가가의 열정
[공연리뷰③]레이디 가가, 사탄이라며? 그 다양함에 '홀리다'

레이디 가가 본 디스 웨이 볼 내한공연 월드투어 만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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