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트립(Power Trip) (http://www.powertrip-themovie.com)

▲ 영화 <파워 트립>의 포스터
ⓒ 해당 저작권자
<파워 트립>은 그루지야 공화국의 전기 수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나라의 전기는 그루지야 공화국이 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뒤 미국의 전기 회사인 AES 주식회사가 공급하고 있었대요.

그런데 사회주의식 사고를 버리지 못한 주민들이 "전기를 쓰는데 무슨 돈을?" 하는 생각으로 전기세를 내지 않거나 전기를 도둑질하다시피 사용했다는 거죠.

반면 AES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하듯이 시장 가격으로 전기비를 책정해 전기세를 내지 않는 주민들에게는 일방적으로 전기를 끊었버렸습니다. 졸지에 한 지역 전체가 암흑에 빠지는 사태가 벌어졌고, 시민들은 항의 농성에 나서게 됩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단순한 현상 기록처럼 보입니다.

이후 전기 공급 회사가 전기를 정상적으로 공급하지만, 그게 다 부패한 고위층의 호사를 위해 흘러 들어가 정작 시민들은 생계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 받지 못하게 되죠. 이 영화는 구소련의 붕괴라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벌어지는 각종 부패와 사람들의 좌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한 마을 전체가 전기가 끊겨 암흑이 되는 모습을…. 아마도 386세대들은 기억하실 겝니다. 사이렌 소리가 나면 온 집안의 불을 다 끄고 담뱃불 새어나갈 새라 커튼을 꽁꽁 닫아야 했던 등화관제 훈련을. 그 암흑이 어느날 예고도 없이 찾아와 기약도 없이 계속된다고 상상해 보세요. 또한 그 암흑이 정치적 부패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폴 데블린(Paul Devlin) 감독은 지난 2003년 베를린 영화제를 비롯하여 수많은 영화제들에서 여러 차례 최우수 다큐멘타리 상을 수상한 바 있고 그랑프리상을 탄 바 있습니다.

모뉴멘탈(Monumental)

▲ 영화 <모뉴멘탈>의 포스터
ⓒ 해당 저작권자
이 영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 단체인 “씨에라 클럽”의 창설자인 데이빗 브러워 (David Brower)에 대한 것입니다. 이 사람의 활동을 다룬 다큐멘터리인데 정말 흥미롭더군요.

데이빗 브러워는 등산을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직접 카메라를 들고 자연의 풍경을 찍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상당 부분은 데이빗이 찍은 영화 자료로 이루어져 있어요. 옛날 필름이 오래 등장하여 자칫 지루함을 줄 수도 있는데 편집으로 그런 위험을 상당 부분 극복했더군요.

데이빗은 환경 운동에 있어 타협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고 그런 이유로 결국 시에라 클럽에서 해고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 단체를 나와 “지구의 친구들 (Friends of Earth)”을 창설했는데 몇 년 뒤 다시 그의 비타협적인 태도가 문제가 되어 쫓겨나다시피 했답니다.

그는 연구소를 또 하나 세웠고 마침내 몇 년 뒤에는 시에라 클럽에서 그에게 의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하여 다시금 시에라 클럽으로 돌아갔다가 2000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의 비타협 노선, 물론 어떻게 보면 생태 근본주의자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다큐멘터리 끝부분에 나오는 어느 이의 말처럼 “그가 굳건하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했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이 상태로라도 보존되었음을 생각하면 나는 그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그가 없었더라면 이 지구는 얼마나 더 나빠졌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영화가 끝난 뒤에는 감독과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30대나 되었을까, 앳된 얼굴의 여자 감독인 켈리 듀안(Kelly Duane)은 유쾌하고 발랄했지요. 그녀는 "한 사람의 힘이 이렇게 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데이빗이 각종 단체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이 오히려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영웅도 “해고될 수 있음”이 결국, 그가 어떤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누구나 나설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고 이 감독은 강조했습니다.

빌 플림턴의 애니메이션 작품들 (www.plymptoons.com)

▲ 빌 플림턴(Bill Plympton)의 캐릭터 중 하나
ⓒ 빌 플림턴
워싱턴 영화제에 초청된 감독들 중 많은 이들이 “왜 내 영화가 환경영화제에 초청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는데, 정치 풍자 만화가인 빌 플림턴(Bill Plympton)도 이 중 하나였지요.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충분히 환경 영화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작품입니다.

상영된 영화는 빌 플림턴이 70년대부터 현재까지 만든 애니메이션 중 다섯 편의 작품이었어요. 빌 플림턴은 독립 애니메이션 작가로, 디즈니에서 밀리언 달러 주면서 오라고 해도 자리를 옮기지 않았을 만큼 창의력과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이죠.

정치 풍자 만화가로 이름을 날렸던 만큼 그의 애니메이션들은 모두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절복통할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특히 “담배를 끊는 25가지 방법 (25 Ways to quit Smoking)이라는 애니메이션은 정말 최고였죠.

애니메이션은 모두 합쳐 겨우 28분 밖에 안 되었지만 중간중간에 빌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고 질문도 받고 하느라 그의 섹션은 거의 두시간 가까이 진행되었어요. 개인적으로 빌의 작품만이 아니라 빌도 한국으로 초청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더군요. 그는 정말 말을 잘하거든요.

덤덤한 듯 말하는데도 얼마나 재미있는지! 상영이 끝나고 구름같이 몰려든 사람들을 위해 책에 싸인을 해주는 그에게 다가가 “나는 한국에서 온 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다”라며 말을 걸었죠. 그의 작품을 초청, 상영하고 싶다는 말에 그는 흥분도, 거만함도 없는 자세로 담담히 어떤 작품이 좋으냐고 물었고 한 두 주 후 그는 곧장 한국으로 그의 영화 모음 테이프를 우송해 주었답니다. 친절도 하시지!
2004-06-02 11:4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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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기자는 경희사이버대 문화창조대학원 문화예술경영 전공 주임교수이다. 지난 십여년 간 생활예술, 곧 생업으로 예술을 하지 않는 아마추어 예술인들의 예술 행위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지금은 건강한 예술생태계 구축을 위해 예술인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를 위한 다양한 예술인 사회적 교육 과정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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