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영화의 한 장면
판씨네마(주)
<피그>는 도난당한 돼지를 찾는 미스터리 구조를 취한다. 처음엔 "누가 돼지를 훔쳤는가?"로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포틀랜드로 도착한 다음부터는 동행한 아미르를 관객의 대리인으로 삼아 이름을 바꾼 이유, 도시를 떠나 숲에 은둔한 사연, 돼지에 집착하는 까닭 등 롭이 감추었던 과거를 퍼즐처럼 하나씩 맞춘다.
예측 불가능으로 가득한 <피그>의 이야기엔 여타 영화들과 다른 흥미로운 구석이 엿보인다. 하나, '소울 푸드'의 활용이다. <피그>는 '시골식 버섯 타르트', '엄마표 프렌치토스트 & 해체주의 가리비 요리', '새 한 마리, 술 한 병 & 소금바게트' 3개의 챕터로 나뉜다. 그런데 3개 챕터가 설정, 전개, 해결이란 3막 구조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피그>에 챕터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요리와 식재료들은 상실감을 공유한 롭과 아미르가 겪는 여정의 이정표가 되거나 주인공들이 감추고 있던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거나 진심을 털어놓는 촉매제 역할로 기능할 따름이다.
둘, 돼지의 활용이다. 롭의 돼지는 각각의 인물들에게 다른 의미가 있다. 롭에게 돼지는 아내와 같은 존재다. 갑작스러운 돼지 도난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내의 죽음을 의미한다. 아미르에게 롭의 돼지는 성공 수단의 다른 이름이다. 그는 돼지가 찾은 최상급 트러플만 있다면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최고의 푸드 바이어가 될 거라 믿는다. 포틀랜드 최고의 푸드 바이어 다리우스(아담 아킨 분)에게 롭의 돼지는 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 방해물에 불과하다.
이처럼 롭의 돼지는 개인(롭)의 상실을 상징하는 것을 넘어 타인(아미르, 다리우스)의 욕망까지 담았다. 또한, 인간성을 상실한 물질주의적 문화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장치이기도 하다. 숲과 도시의 대조적인 풍경, 꿈을 잃어버린 쉐프와 지하의 파이트 클럽은 이를 한층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