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개막식 사회는 아나운서 이금희 씨가 맡아 안정된 진행을 해주었다.
ⓒ 강윤주
'장애인 영화제' 개막식에는 몇 분간의 '깜짝쑈'가 있었다. 개막작 <오아시스>의 몇 장면을 보여주는 동안, 화면은 나오지 않고 소리만 들리는 것이었다. 아, 작은 영화제들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기술적 사고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금 제대로 된 화면과 소리가 흘러나왔다.

뒤 이어 등장한 개막식 사회자 이금희 씨는 그 사고가, 사고가 아닌 의도된 것이었음을 관객들에게 알려주었다. "여러분, 어떠셨어요? 화면은 나오지 않고 소리만 나오니까 답답하셨죠?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하는 장애우들의 힘듦이 어떨까를 함께 느껴보자고 일부러 그렇게 했답니다."

소규모 영화제치고는 유명인사들이 많이 등장한 영화제 개막식이라고 느껴졌다. 아나운서 이금희 씨를 비롯해서 몹시 부끄럼을 타며 '장애인 영화제' 홍보 대사를 맡게 되어 기쁘다고 말한 영화 배우 임은경과, 이 영화제에 3년 연속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상영되는 때문에라도 역시 홍보 대사역을 맡게 된 류승범은 그 출연으로 일정한 기여를 했다.

곧, 모모한 매체들이 이들의 출연 때문에라도 '장애인 영화제'에 대해 한번이라도 더 언급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모한 언론 매체, 오마이뉴스보다 몇 배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을 이 매체의 보도진들에게 필자는 한마디 하고 싶다. 더불어 영화제측에도 한 가지 부탁하고 싶다. '장애인 영화제'의 주인공들이 누군가? 바로 영화를 보러온 장애우들 아닌가?

그러나 아쉽게도, 오랜만의 외출에 눈을 빛내며 자원봉사자들의 손에 몸을 맡기고 들어온 장애우들은 정작 앞자리를 차지하지 못했고 뒤쪽 자리에 앉아야만 했으며 그 뒤쪽 자리에 앉아서도 그들 앞에 철의 장막처럼 진치고 선 보도진들 때문에 무대를 잘 보지 못해 보도진들 사이사이로 고개를 기웃거리며 간신히 조각 장면들을 얻어보아야만 했다.

▲ 뒷자리에 앉은 장애우들. 그들은 눈을 빛내며 개막식 행사를 지켜보았고 단체장들의 인삿말이 끝날 때마다 가장 열심히 박수를 쳤다.
ⓒ 강윤주
영화제를 보도하러 온 보도진들은 다른 영화제에서도 늘 사진 찍기에 좋은 자리를 잡고 서서 가장 좋은 화면 만들기에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 영화제'는 다른 영화제와 다르다. '장애인 영화제'의 관객은 다른 영화제의 관객과 다르게 대우받아야 하며 당신들이 좀 덜 좋은 화면을 잡게 되더라도 그 정도는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들의 배려 없음은 얼마나 우리 사회를 닮아있는지…. 장애우 주차장에 버젓이 주차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 아직도 장애우의 문화적 향유권을 사치라고 생각하는 이 나라 공무원들은, 조금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면 금방 그 점에 생각이 와 닿았을 텐데도 그러지 못하고 바보 같은 질문을 했던 기자처럼, 천성이 나쁜 사람들은 아니되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아니 배려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 "저희 부모님과도 이곳에 와서 영화를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임은경. 그녀의 부모님 또한 장애를 가진 분들이라고 한다.
ⓒ 강윤주

2002-10-12 09:5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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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기자는 경희사이버대 문화창조대학원 문화예술경영 전공 주임교수이다. 지난 십여년 간 생활예술, 곧 생업으로 예술을 하지 않는 아마추어 예술인들의 예술 행위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지금은 건강한 예술생태계 구축을 위해 예술인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를 위한 다양한 예술인 사회적 교육 과정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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