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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슈퍼맨의 부활, 지나고 보니 '명작'이더라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DC 확장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린 <맨 오브 스틸>

23.08.18 09:57최종업데이트23.08.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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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만화산업의 양대 산맥 마블 코믹스와 DC코믹스는 약 8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마블에는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엑스맨 같은 히어로들이 있고 DC도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플래시 같은 히어로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의 경쟁은 영화에서도 이어졌는데 1990년대까지는 슈퍼맨과 배트맨을 영화화해 크게 히트시킨 DC코믹스가 마블에게 다소 앞서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두 회사의 균형에 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블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 세계관을 만들어 영화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블에서는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많은 히어로들의 단독무비를 만들었고 몇 년에 한 번씩 <어벤저스>라는 '올스타전'을 개최해 히어로들을 한자리에 집결시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MCU의 대성공에 크게 자극을 받은 DC에서도 'DC 확장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만들어 영화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MCU의 시작을 어떤 작품으로 할까 고민이 많았던 마블에 비해 DC는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크 나이트> 3부작을 끝낸 시점에서 DC 확장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릴 히어로는 역시 '히어로의 근본' 슈퍼맨이 제격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바로 슈퍼맨의 기원을 다룬 영화 <맨 오브 스틸>이었다.
 

DC 확장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린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 리턴즈>의 악몽을 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히어로물-판타지 모두 어울리는 고전미남

1983년 영국령의 저지섬에서 태어난 헨리 카빌은 2001년 영화 <라구나>를 통해 데뷔한 후 주로 TV드라마에서 활동했다. 그렇게 무명생활을 이어가던 카빌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개의 시즌이 제작된 미국 드라마 <튜더스>에서 헨리 8세의 최측근 찰스 브랜던을 연기하며 본격적으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주인공 헨리 8세를 연기한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보다 카빌을 더 인상 깊게 보기도 했다.

2011년 <신들의 전쟁>에서 테세우스(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영웅'과는 다른 인물) 역을 맡은 카빌은 2013년 DC 확장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으로 캐스팅됐다. 카빌은 '원조 슈퍼맨' 고 크리스토퍼 리브와는 조금 다른 이미지의 외모 때문에 캐스팅 당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리브와는 다른 매력의 슈퍼맨을 연기하면서 2014년 MTV 영화 시상식에서 '최고의 히어로상'을 수상했다.

2015년 동명의 TV 시리즈를 영화화한 <맨 프롬 엉클>에 출연해 영국신사로 변신을 시도한 카빌은 영화의 흥행 실패로 인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6년에는 <맨 오브 스틸> 속편에 해당하는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이 개봉해 8억 7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높은 흥행성적과는 별개로 영화에서 슈퍼맨의 비중이 크게 줄어 들며 카빌에게는 다소 아쉬운 작품이 되고 말았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2017년에는 세계적으로 7억 91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미션 임파서블:폴아웃>에서 제레미 레너가 연기했던 윌리엄 브랜트를 대체하는 캐릭터이자 이단 헌트(톰 크루즈 분)를 추격하는 CIA 요원 어거스트 워커를 연기했다. 카빌은 2019년 넷플릭스에서 시즌3까지 방영된 판타지 드라마 <위쳐>에서 주인공 게롤트를 연기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시즌4에서는 '토르' 크리스 햄스워스의 동생 리암 햄스워스가 게롤트를 연기할 예정이다).

지난해에 개봉한 <블랙 아담>의 쿠키영상에 카메오로 출연했던 카빌은 <블랙 아담>을 끝으로 새로 시작될 DC 유니버스에서 하차가 결정됐다. 카빌은 자신의 SNS를 통해 "나의 슈퍼맨 곁에 있어준 팬들에게 고맙다. 여러분과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비록 더 이상 '헨리 카빌의 슈퍼맨'은 보기 힘들어 졌지만 카빌은 내년 매튜 본 감독의 신작 <아가일>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관객들 압도하는 화려한 액션 시퀀스
 

잭 스나이더 감독은 <맨 오브 스틸>을 통해 마블 히어로 영화들을 능가하는 화려하고 웅장한 액션 장면들을 선보였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1978년부터 1987년까지 4편에 걸쳐 제작됐던 <슈퍼맨> 시리즈는 19년이 지난 2006년 후속작 <슈퍼맨 리턴즈>가 만들어졌다. <유주얼 서스펙트>와 <엑스맨1, 2>를 만들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고 크리스토퍼 리브를 닮은 브랜든 라우스를 슈퍼맨 역에 캐스팅하며 화제가 됐다. 하지만 3억 달러 가까운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슈퍼맨 리턴즈>는 3억 9000만 달러라는 실망스런 흥행성적에 그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DC는 DC 확장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영화로 다시 한 번 슈퍼맨이 주인공인 <맨 오브 스틸>을 선택했다. <맨 오브 스틸>은 <다크 나이트> 3부작을 마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원안을 쓰며 제작에 참여했고 <다크나이트> 3부작의 원안을 썼던 감독 겸 작가 데이비드 S.고이어가 시나리오를 썼다. 그리고 영화 < 300 >을 연출했던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일리스트' 중 한 명인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맨 오브 스틸>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화려한 액션과 영상미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자신의 장점을 살려 디테일하고 화려한 액션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슈퍼맨이 흙먼지를 날리면서 비행을 시작하는 장면은 웅장함마저 느껴질 정도.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 분)이 미사 켄트(다이앤 레인 분)를 위협할 때 슈퍼맨이 갑자기 나타나 조드 장군을 공격하며 "네 놈이 감히 우리 엄마를 협박해?"라고 크게 분노하는 카빌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하지만 <맨 오브 스틸>은 많은 호평만큼 비판도 많이 받았다. 특히 비주얼과 영상미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산만한 스토리와 빈약한 개연성은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맨 오브 스틸>은 DC 확장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명작으로 꼽히는 MCU의 서막을 알린 <아이언맨>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3부작 다음에 나온 DC 히어로 영화라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개봉 당시 '범작' 정도에 머물렀던 <맨 오브 스틸>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재평가를 받고있다. DC 확장 유니버스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이 <원더우먼1>과 <아쿠아맨>, <수어사이드 스쿼드1>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흥행과 비평에서 혹평을 면치 못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객들은 최근 '중박 이상의 흥행과 평균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던 <맨 오브 스틸>은 좋은 영화였다'는 새로운 평가를 내리고 있다.

속편에서 둠스데이로 부활한 조드 장군
 

<맨 오브 스틸>에서 조드 장군을 연기한 마이클 섀넌은 올해 개봉한 <플래시>에서도 멀티버스 속 또 다른 조드장군 역을 맡았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영국과 덴마크, 독일, 노르웨이 등 유럽의 다양한 혈통을 물려 받은 배우 에이미 애덤스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인으로 출연했다. 그리고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의 연인 로이스 레인 역에 발탁되면서 더욱 주목 받는 배우가 됐다. 애덤스는 같은 해 연말에 개봉한 <아메리칸 허슬>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드 장군은 클립톤 행성이 멸망하기 직전 쿠테타를 일으켰던 반란군의 리더로 지구를 파멸시켜 클립톤 행성을 부활시키려는 야망을 가진 <맨 오브 스틸>의 메인빌런이다. 여느 히어로 영화의 빌런답게 조드 장군 역시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등장하지만 끝내 '주인공 버프'를 받은 슈퍼맨을 당해내지 못한다. 하지만 조드 장군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 분)의 피와 결합돼 둠스데이로 부활한다.

클립톤 행성에서 태어난 칼엘(슈퍼맨의 본명)은 태어나자마자 멸망 직전의 클립톤 행성에서 지구로 보내진다. 아기였던 칼엘을 지구로 보낸 인물이 바로 클립톤의 과학자이자 칼엘의 친아버지 조엘이었다.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조엘은 갓 태어난 아들을 지구로 보낸 후 조드 장군에 의해 살해 당한다. 하지만 조엘은 칼엘이 장성한 후에도 클립톤의 우주선에 내장돼 있는 홀로그램 형상으로 나타나 아들에게 용기를 주고 길을 제시해준다.

클립톤인 칼엘을 태어나게 한 생부가 조엘이라면 지구로 떨어진 칼엘을 지구인 클라크 켄트로 키운 또 한 명의 아버지는 1990년대 초반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로 군림한 케빈 코스트너가 맡은 조나간 켄트였다. 조나단 켄트는 범상치 않은 능력을 가진 클라크에게 "세상이 네 능력을 알게 된다면 모든 게 변할 거다"라는 말로 클라크가 능력을 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조나단은 자신이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도 클라크의 도움을 끝까지 거절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맨 오브 스틸 잭 스나이더 감독 헨리 카빌 마이클 섀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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