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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길고 길게... 긴 다리를 위한 끝없는 욕망

[세상을 잇는 다리] 다리의 장삼이사 형교(桁橋, Girder橋)의 탄생 ②

등록 2021.01.13 08:52수정 2021.01.1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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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댄 단순보로는 넓은 강이나 계곡을 건너는데 명확한 한계를 보인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좀 더 긴 경간을 확보하면서, 주행성과 미관을 동시에 높이려는 시도가 잇닫는다.

그런 노력으로 '연속보(continuous beam. 3개 이상의 지점(支點, 구조물을 떠받치는 받침대를 괸 점)으로 지지된 일체형 보)'가 탄생한다. 연속보로 만든 거더교는, 경간이 수십에서 200여 미터에 이른다. 단순보를 계속 잇대어 거치하던 방식을 벗어나, 연속하여 이어진 거더를 만들어 거치하는 방식이다.

합성보를 활용한 이점이 최대로 발휘되기 시작한다. 연속보는 보에 발생하는 휨 모멘트를 곳곳으로 분산시킴으로, 모멘트 값이 상대적으로 작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연속보 받침대도 고정형과 가동형을 번갈아 놓는다.
  

인천대교 연속보 사장교와 형교 복합교량인 인천대교의 형교부분 연속보 모습이다. 두 갈래로 나뉜 상자형 연속보의 유려함이 돋보인다. ⓒ 인천대교(주)

 
상자형 연속보는 보의 이음이 없어 매끄럽고 유려하다. 이로 인해 미관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의 다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사장교나 현수교와 연결하여 해상에 만든 상자형 연속보는, 매끈하게 이어지는 유려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일례로 인천대교 해상부분 18.35km 중 사장교 800m 부분을 제외한 17.55km가 형교로서 매끈한 상자형 연속보의 조합이다.

연속보보다 일부 구간에 한정된 더 긴 경간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게르버교'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 다리는 독일인 게르버가, 1867년 거더교 중간 지점에 현수(懸垂)보를 거치하는 형식으로 고안해낸 다리다. 양측에 단단하고 튼튼한 돌출보(외팔보)를 놓아 중간에 가볍고 날렵한 현수보를 거치하는 방식이다.

마치 팽팽한 동아줄 양쪽에 덩치 큰 어른이 앉으면, 중간에 작고 가벼운 아이가 쉽게 걸터앉을 수 있는 원리와 같다. 가운데 현수보를 최대한 길고 가볍게 하여 경간을 더 길게 늘이는 방식이다. 이는 주요 항로나 군사적으로 필요한 지점, 시설물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곳에 주로 설치한다.

형교 만드는 과정
 

천호대교 기초작업 모습(1975년 1월) 우물통으로 기초작업을 하고 있는 천호대교 1975년 공사 모습이다. 한강 한가운데 교각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는, 기초작업이 완료된 우물통의 모습이 같이 보인다. ⓒ 서울역사아카이브

   
그렇다면 형교는 어떤 순서로 만들어질까? 가장 먼저 기초 작업을 한다. 지반이 바위거나 단단한 지층에선 '직접기초' 작업을 한다. 또는 땅을 파서 암반층이 노출되도록 하여, 암반층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직접 타설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지반이 무른 경우에는 '말뚝기초(말뚝이 암반층에 닿을 때 까지 박아 인공지반을 만드는 방법)'를 사용한다. 하천이나 바다에 교각을 놓을 때는 '우물통(Open caisson)기초'를 주로 사용한다.

우물통은 높은 강성의 강재나 철근콘크리트 등으로 만든다. 위아래가 모두 트여 있다. 만들어진 우물통을 물밑 지반까지 가라앉힌다. 평형을 잡아 통 안 물을 빼내고, 우물통을 땅속으로 깊이 박는다. 계속 박아 가면서, 차례로 암반이 나올 때까지 바닥 흙을 파낸다. 암반이 너무 깊을 경우, 말뚝기초와 혼용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암반이 나오면 콘크리트를 타설하여 우물통과 암반이 일체화 되도록 고정시킨다. 그 위에 모래와 자갈, 콘크리트 등으로 뒤채움 하여 구조물을 안정화 시킨다.
 

천호대교 교각 공사 모습(1975년 7월) 각 교각이 설치되고 있는 모습이다. 둥근 철근콘크리트 기둥이 올라간 모습과, 교각 머리 부분에 거푸집을 잇대어 마름모꼴 교각을 설치하는 광경이 같이 보인다. 광장동 쪽 아차산 자락을 절개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 서울역사아카이브

   
기초 작업이 끝나면 그 위에 교각, 주탑 등을 거치한다. 여러 공법을 혼용하기도 한다. 사장교나 현수교 등 초장대 교량에는 우물통보다 '뉴메틱 케이슨(Pneumatic caisson)' 공법을 주로 사용한다. 이 공법은 뒤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자.

기초 작업은 지반 상태와 작업 여건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경제성을 따져 현장 여건에 부합하는 공법을 선정하면 된다. 기초 작업 할 곳은 단층이나 절리구간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기초에 가해지는 활하중(活荷重, 다리 위를 차량 등이 움직일 때 생기는 하중)과 사하중(死荷重, 다리를 구성하는 부재 등에 의해 지반으로 늘 작용하는 영구하중)을 이들 구간은 버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세한 지진에도 매우 취약하다.

기초가 만들어지면, 그 위에 교각을 세운다. 교각도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상판 등 상부 부재와 조화를 고려하여 모양과 형식을 선정한다. 또한 다리 전체 미관을 고려하여 선정하기도 한다. 교각의 재료는 철근콘크리트가 대부분이나 복잡구조인 경우 가끔 강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동호대교 공사 모습(1983년 8월) 완성된 교각 위에 상자(box)형 거더가 거치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크레인을 사용하여 거치하는 일괄가설공법을 적용하였다. 옥수동 방향으로 바라본 광경으로,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이 보인다. ⓒ 서울역사아카이브

   
교각과 함께 교대를 만든다. 교대는 다리 양쪽 끝 육지부에서, 상부 부재에 가해지는 하중이나 뒷면 흙의 압력(土壓)을 지탱하는 구조물이다. 대부분 철근콘크리트로 만든다. 콘크리트로만 만들어 오로지 자체무게로 하중과 토압을 지탱하는 '중력식', 중력식 뒷부분에만 철근을 배근(配筋)하는 '반중력식', 철근콘크리트의 굽힘 저항으로 토압을 지탱하는 '역T형 및 L형', 뒤 흙이 있는 곳에 지지 벽을 배치해 굽힘 저항을 보강하는 '부벽식(扶壁式)' 등이 일반적이다.

형교 만드는 각 공법
 

올림픽대교 주탑 상량(1988년 6월) 사장교와 형교의 복합교인 올림픽대교 공사 모습이다. 사진 좌측 형교 부분에 벤트를 설치하여 거더를 가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서울역사아카이브

   
교대와 교각이 완성되면, 그 사이에 거더를 거치한다. 무거운 거더를 거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교각 사이에 사각형이나 삼각형으로 짠 강철재 버팀대(벤트, 지주)를 세우고 그 위에 분할된 거더를 끌어올려 조립하는 '벤트공법'이 있다. '일괄가설공법'은 지상에서 미리 거더를 만들어 큰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가설하는 방법이다.

'케이블가설공법'은 골이 깊은 계곡이나 하천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임시 주탑과 스테이 와이어(bracing wire, 주탑지지용 당김줄)를 설치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 양 끝에 임시 주탑을 세우고 주탑 사이를 가로질러 트럭 케이블을 길게 걸어, 트럭 케이블에 설치된 캐리어로 분할된 거더를 들어 올려 공중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수연식 송출공법'은 벤트와 중량대차(운반수레)를 만들어 그 위에 레일을 놓고, 만들어진 거더 끝에 수연기(거치 할 거더 끝에 매단, 그 거더 길이의 60%에 해당하는 가늘고 긴 트러스로 짠 임시 구조물)를 매단다. 거더를 레일과 그 끝에 연결된 송출장치(또는 롤러)로 밀어내어 수연기가 다음 교각에 닿을 때까지 이동시켜 거치하는 방식이다. 차량통행이 빈번한 고속도로 등에서 자주 사용한다.

'이동식 지보공 가설공법'은 교각 사이 공중에 지보공을 매달아 작업하며, 1경간씩 지보공(支保工, 굴을 파거나 다리를 놀 때, 그 목적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임시로 설치하는 가설 구조물)을 옮겨가며 형틀 안에서 직접 거더를 만들어 가설하는 공법이다. 별도 공사용 도로 등이 불필요하고 단순반복 작업으로 시공속도가 빠르다. 지보공을 이동시키는 여러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칠산대교(2017년 4월) 영광군과 무안 해제반도를 연결하는 칠산대교(사장교) 중 형교 부분 공사 모습이다. 바다 위에 우물통으로 기초작업을 완료하고 교각을 세워, 그 꼭대기에서 '디비닥 공법'으로 양쪽으로 순차적으로 거더를 이어 붙여 나가는 모습이다. ⓒ 이영천

   
'외팔보 공법'은 이미 뻗어 나온 보 위에 설치된 가설대차(이동식 비계)로 달아 맬 다음 보를 들어 올린 다음, 뻗어 나온 보에 조립·결합해 외팔보를 전진시켜가며 가설하는 방식이다. 외팔보 공법은 PC교에서 '프리캐스트 블록 공법'으로 시공하는데 응용하기도 한다. 유사한 공법으로, 보 위에서 좌우 균형을 잡아 나가면서 작업대 끝에서 철근콘크리트 보를 1블록씩 이어 붙이는 '디비닥 공법'도 있다.
 

잠실대교 거더 가설(1971년 1월) 완성된 교각에 'I형' 강재 보를 강 위에 플로팅 크레인을 세우고 개개 거더를 들어올려 거치하는 모습이다. ⓒ 서울역사아카이브

 
'이동대차공법'은 대형 잭을 장착한 커다란 운반차로 일괄로 조립된 1지간(支間, 두 지점(支點) 간의 거리, effective span) 거더를 옮겨 조립하는 공법이다. 해양에서 사용하는 '대선공법'은 만조(滿潮) 때 대형 운반선에 조립된 1지간 거더를 실어 날라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하여 조립하는 공법이다. 강이나 바다 위에 경간이 긴 다리를 거치하는 공법으론 '플로팅 크레인 공법'이 사용된다. 대형 선박을 이용, 만들어진 커다랗고 긴 거더를 싣고 가 대형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거치한다.

거더가 다 가설되면, 그 위에 슬래브를 얹는다. 슬래브 노면을 아스콘이나 콘크리트 등의 재료로 포장하고, 차선을 그려 다리를 완성한다. 보행자가 걷는 공간에는 철재 난간 등으로 막아 공간을 분리시킨다. 상판 가장자리에는 안전 난간이나 펜스를 쳐서, 다리 위를 이용하는 사람이나 차량의 안전을 보호 하는 조치를 취하면 다리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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