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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 없었으면 반포대교도, 행주대교도 못 지었다

[세상을 잇는 다리] 다리의 장삼이사 형교(桁橋, Girder橋)의 탄생 ①

등록 2021.01.06 08:11수정 2021.01.0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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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시골에서 넓게만 보이던 개울을 건너주던, 고마운 콘크리트 슬래브 다리가 생각난다. 가장 작은 단위의 형교였다. 눈을 들어 보이는 거개의 다리가 형교다. 가장 흔한 형식의 다리다. 거개의 근대 문물이 그러하듯, 현대식 다리도 외부에서 들어온 기술이다. 산업혁명이 촉발시킨 발달된 재료·기술과 함께 현대식 교량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산업혁명으로 육상교통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다. 교통 발달은 필연적으로 다음 3 요소를 기본으로 한다. 교통시설(도로, 철로 등 선형시설)로써 링크(Link), 연결 결절점(교차로, 역, 터미널 등)으로 노드(Node), 그리고 교통수단(자동차, 열차, 2륜차 등)으로 모드(Mode) 발달이다.

이중 링크(Link)와 모드(Mode)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교통수단 발전은 교통시설의 발달을 이끌어 왔다. 차량과 열차의 성능이 좋아지자 도로와 철로가 같이 발달한다. 반대의 발달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와 도로, 열차와 철로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넓은 하천이나 바다, 산악과 깊은 계곡의 극복을 필요로 하였다.

현대식 교량 형교의 탄생

필요성의 생성이 변화 욕구를 거쳐 새로운 기술을 탄생 시켰다. 고속의 편리성이 추구된다. 곧은 직선이 정답인 시대가 도래한다. 무궁한 비약의 시대다. 큰 언덕이나 높은 산은 터널을 뚫어 극복한다. 넓은 하천이나 바다, 계곡은 장대교량으로 극복해 내야만 했다.
  

섬진대교 지리산으로 통하는 구례구역 부근에서 섬진강을 건너는 장대교량이다. 상자형 연속보가 매끄럽게 이어진 시원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순천-완주 간 고속도로 지리산 인근으로, 강을 횡단하여 터널과 터널 사이를 잇는 분리교량이다. ⓒ 이영천

 
장대교량을 만들려면 가장 먼저 재료가 변해야 한다. 이제 나무나 돌로 넓고 깊은 강이나 계곡을 건널 수는 없다. 한계에 다다랐다. 새로운 재료가 필요하다. 바뀐 재료에 걸맞는 기술도 필요하다. 산업혁명이 일어난다. 석회석과 쇠를 이용하는 지혜가 발휘되기 시작한다. 콘크리트가 개선된다. 옛 로마시대 콘크리트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쇠의 품질과 강도, 수명도 길어진다. 쇠와 콘크리트는 토목과 건축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다리도 마찬가지다. 현대식 다리가 탄생한다. 규모가 거대해지고 경간이 넓어지기 시작한다. 현대식 다리는 철과 콘크리트 없이는 도저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동작대교 공사 모습(1983년 8월) 붉은 색 'I형' 강재 보가 거치되어 있고, 다리 중간 부분은 상판 슬래브가 설치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하단 거더가 아직 미설치된 부분 교각이 보이고, 램프교는 상판이 완공되기 직전이다. 다리 한가운데로 지나는 전철 노선은 '랭거아치교'가 설치되어 있다. ⓒ 서울역사아카이브

 
철과 콘크리트가 사용되면서 반영구적인 다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눈부시게 발달한 기초 작업 기술력과 교각, 교대, 상판의 기술발전이 뒤를 잇는다. 곧이어 재료를 혼합해 만든 '합성 보'의 시대가 다가온다. 단순히 하천을 건너는 짧은 다리에서 수십 킬로미터 넓은 해상을 횡단하는 긴 다리까지, 다양한 모습의 다리들이 생겨난다. 이런 발달을 이끌어낸 기저에 합성보로 만든 '연속보'가 있다.

형교를 이해하고 그 설치방식을 알고 나면, 조금 복잡한 다리 형식도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가장 흔하고 경제적이며 기본이 되는 다리가 형교다. 가설방식이 단순하며 여러 형식의 다리와 혼합하여 설치하기도 한다. 주행 시 시야가 좋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주변 경관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어 자연경관에 순응하는 다리다. 이런 이유로 형교가 가장 많이 채택되었다.

단순보의 형교

형교를 거더교(Girder, 수평재)라고도 부른다. 이 다리를 간단하게 정의하면 '철제 또는 콘크리트로 만든 거더를 수평으로 걸쳐 건너게 하는 경량구조의 다리'라 할 수 있다. 다리 3 요소인 교각, 교대, 상판이 가장 단순한 형상으로 만들어진 다리다. 이렇듯 형교는 '단순보'라 부르는 거더를 양끝에서 떠받치는 형태로 지탱하는 방식이 가장 기본이다. 이런 이유로 가장 경제적인 다리라 부르기도 한다.
  

반포대교와 잠수교(1986년 1월) 단순보를 잇댄 반포대교 모습이다. 그 아래로 한강에 유람선이 다닐 수 있도록 잠수대교 상판을 들어올려 시공한 모습이 보인다. 한강종합개발의 일환으로 잠수교를 변형시켰다. ⓒ 서울역사아키이브

 
경제적인 만큼 경간은 넓지 않다. 단순보를 통상 '그리 넓지 않은 하천을 1∼2개의 상판으로 건너는 다리'라 지칭한다. 단순보 경간은 40m 내외가 가장 경제적이라 알려져 있다. 단순보의 '형고비(형 높이를 경간으로 나눈 값, 桁高比 = 형 두께(높이)÷경간)'는 1/20∼1/30으로 설계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일반적이라는 것이 통례다.

형교는 수직으로 내리 누르는 힘(하중(荷重))을, 거더 재료 자체의 휘어지는 힘(압축응력(壓縮應力))과 늘어나는 힘(인장응력(引張應力))간의 균형으로 떠안아야 한다. 수직으로 내리 누르는 힘을 재료가 잘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부러지거나 무너져 내리지 않는다.

나무막대가 부러지는 원리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나무막대에 힘을 주어 구부리면 구부러지는 안쪽으로는 휘어지는 힘(압축응력)이 작용하고 반대편으로는 늘어나는 힘(인장응력)이 작용한다. 이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나무막대는 부러진다. 형교 원리도 이와 똑같다.

재료를 합해 만든 합성보

휨과 늘어나는 힘은 재료마다 상이하다. 쇠는 연성이 강해 인장력이 좋다. 콘크리트는 상대적으로 인장력이 약하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콘크리트 안에 철근을 심은 것이 '철근콘크리트(Reinforced Concrete, RC)'다. 콘크리트 인장력 한계를 철근이 보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장력이 커져 콘크리트에 틈이 생기면, 갈라진 틈으로 습기가 들어가 철근 부식으로 이어져 거더의 수명이 줄어든다. 해결방법이 필요했다.
 

거더 거치하는 모습(반포대교) 1981년 2월 반포대교에 강재 보를 크레인을 동원하여 거치(일괄가설공법)하는 모습이다. 잠수교 여유공간 교각사이에 크레인이 긴 줄이 달린 크레인이 보인다. 강 남쪽 아파트가 벽을 이룬 반포지구가 보인다. ⓒ 서울역사아카이브

   
이에 구부려 미리 압축력(휨)스트레스를 가한 휘어진 강선을 콘크리트에 집어넣는 방법을 고안해 낸다. 이는 거더에 발생하는 인장력을 상쇄시키는 방법이다. 바로 현대식 거더교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Pre Stressed Concrete, PC or PSC, 인장력을 준 강선에 콘크리트를 타설·경화시킨 후 강선 양끝을 벗겨 콘크리트에 압축력을 부담시키는 프리-텐셔닝(pre-tensioning), 콘크리트 경화 후 뚫어 놓은 구멍에 강선을 넣고 잡아당겨 끝을 콘크리트 단부에 고정시키는 포스트-텐셔닝(post-tensioning)이 있음)'다.

하중이 등분포라 가정하고, 단순보 경간을 늘이려하면 휨 모멘트(Moment. 어떤 물리량을 어떤 정점 또는 축에서 그 물리량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의 거듭제곱으로 곱한 양)는 길이 제곱에 비례해 커지게 된다. 따라서 그 힘을 견뎌내려면 형고비가 높아진 큰 단면을 가진 거더를 필요로 한다. 이는 경제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성질이 다른 재료를 결합시켜 거더를 만든다. 단면은 줄이면서 모멘트가 각기 다른 재료특성을 활용, 긴 경간의 거더를 구현코자 한 것이다. 이런 노력이 합성보를 만들어 낸 기술이 되었다.
  

반포대교(1981년) 거더를 합성보(I형 강재보)로 거치한 모습이다. I형 강재 보가 격자형으로 거치되어 있고, 상판 슬래브를 시공하기 직전 모습이다. 아래로는 잠수교를 통행하는 차량들이 지나는 모습이 보인다. ⓒ 서울역사아카이브

 
RC나, PC 자체로 형교를 만들기도 하지만, 이들을 강재(鋼材)와 합성하여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합성보의 탄생이다. 긴 형교의 실현은 이들 합성보의 서로 다른 휨과 늘어남의 힘으로 가능해졌다. 합성보 기술이 넓은 강이나 계곡을 건너고 이어주는 바탕이 되었다.

대표적인 합성보로는 강판과 산 모양의 강재(山形鋼)을 조합하여'I'형 단면으로 만든 '강재 보(Plate Girder)'가 있다. 또한 강판과 콘크리트를 합성하여 상자모양으로 만든 '상형 보(Box Girder)'가 있다. 강재 보 위에 콘크리트 바닥판을 올려 일체화한 '강-콘크리트 합성보', PC 보 위에 RC 바닥판을 일체화한 'PC합성보', 파도 모양으로 성형한 강판을 사다리꼴이나 네모진 상자 모양으로 만들어 PC와 결합한 '파형강판PC합성보'등이 일반화되어 있다.
  

행주대교 사진 좌측이 옛 행주대교로 단순보를 잇댄 다리다. 우측 2열 다리가 신 행주대교로 상자형 연속보가 매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맨 우측 다리는 중간에 사장교를 채택한 복합교로 이 다리 공사 중 주탑과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1992. 7)를 겪기도 했다. ⓒ 이영천

 
기본단위 단순보를 각 경간에 따로따로 거치하여 잇댄 거더교가 생겨난다. 교대와 교각, 교각과 교각 사이에 단순보를 거치하는 방식이다. 이때 단순보는 여러 합성보를 사용한다. 교각 머리와 거더 끝단 밑면이 만나는 접촉부위에, 고정(固定)형 받침대와 가동(可動)형 받침대를 번갈아 놓는다. 이유는 각 재료가 갖는 서로 다른 압축력과 인장력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다. 이런 노력으로 경간을 점점 더 길게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잇댄 단순보'는 경간을 늘이는데 명확한 한계를 갖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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