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필요한 지구촌 이웃을 돕자, 제대로!

[서평] <모두가 행복한 지구촌을 위한 가치사전>

등록 2010.09.10 14:21수정 2010.09.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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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지구촌을 위한 가치 사전> 겉그림 ⓒ 내 인생의 책

<모두가 행복한 지구촌을 위한 가치사전>(내 인생의 책 펴냄)은 99개의 주제로 떠나는 세계여행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지구촌을 위해 지구인들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봐야 할 것들과 실천해야 할 것들과의 만남을 위해 떠나는 게 이 여행의 목적.

감염, 질병, 예방접종, 아이들, 책, 놀이, 전쟁, 땔감, 내전, 변기, 식수, 매춘, 거리의 아이들, 아동노동, 명절, 라디오, 쇼핑, 아빠, 양치질, 자동차, 편지, 피임, 채팅, 축구, 출산, 향, 휴대전화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나 뉴스를 통해 접했던 문제들이 이 책의 주제다.

한편, '기억의 책'과 '티셔츠'란 표제어로 들려주는 '죽은 백인의 옷'처럼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많다. 이중 '기억의 책'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란다(이 책의 국내 편집자에 의하면).

아프리카에선 많은 부모들이 에이즈로 죽는다. 워낙 많은 어른들이 죽기 때문에 도와줄 친척마저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 남겨진 아이들은 도움조차 받을 수 없어 여러모로 힘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프리카 어른들은 대부분은 자신들의 문제를 자녀들에게 잘 말해주지 않는 편이라 에이즈와 같은 죽음의 병에 걸려도 숨겨버리기 일쑤다. 이런지라 부모의 죽음으로 어느 날 고아 신세가 된 아이들은 더욱 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에이즈나 다른 질병 등으로 부모를 잃은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죽음 때문에 불행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죽음을 앞둔 부모가 자신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떻게 살아왔으며 왜 죽어야만 하는지, 자녀에게 무엇을 바라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을 기록한 이 '기억의 책'이 부모에 대한 지속적인 신뢰와 희망과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잘 말하지 않던 부모들도 이 기억의 책을 쓰는 순간부터는 자식을 향한 진실한 마음으로 머지않아 자신에게 닥칠 죽음에 대해 먼저 말해줌으로써 자신의 아이가 죽음을 준비하게 한다. 이는 앞날에 큰 도움이 된다. 글을 모르는 부모들은 가장 큰 자녀의 도움으로 기억의 책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 들을 기록하기도 한단다.

아프리카인들의 이 '기억의 책'은 나아가 개별 민족의 문화를 보호하는데도 이바지한다. 아프리카처럼 많은 어른들이 죽어가는 곳에서는 공동체의 전통, 믿음, 지식과 기술 또한 잊어질 위험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남겨질 기억의 책이란 노트에 자신과 가족에 대한 모든 것들을 기록함으로써 아이들이 알아야 할 자신들의 문화까지 알게 하기 때문이다.

에이즈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부모들이 자녀에게 남기고 가는 가장 든든하고 값진 선물 '기억의 책', 가슴 뭉클하게 읽었다. 아마도 언젠가 본 영화 한 장면,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냥 단순하게 편지 정도를 쓰는 거라 스치며 봤던 그 장면이 아마도 이 '기억의 책'을 기록하는 중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련한 기억과 함께.

티셔츠란 주제어로 읽게 된 '죽은 백인의 옷'이야기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과 제대로 돕는 것에 대해.

남아공 월드컵이 끝나자 한 통신회사가 붉은 티셔츠를 모았다. 이제는 옷장 속으로 묻힐 티셔츠를 모아 옷이 귀한 빈곤국가로 보내겠다는 것. 참 훈훈하게 전해졌다. 지난 2002년에 아이들이 입었던 티셔츠를 꺼내 동참하면 좋겠다 싶었다. 너무나 크고 헐렁한 옷을 입고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텔레비전에서 자주 봤기에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 입었던 티셔츠가 실질적으로 도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티셔츠를 모아 제3세계와 아프리카를 돕는 이런 운동은 우리뿐만이 아니라 서구 여러 나라에서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지속되어 온 캠페인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훈훈하게 생각하고 그런지라 선뜻 동참한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는 우리나 백인들이 그들을 돕고자 선뜻 기부한 이런 옷을 '죽은 백인의 옷'이라고 부른단다. 왜?

아프리카의 규모가 큰 옷 시장에 가보면 어디서나 티셔츠를 볼 수 있어요. 바닥에도 산처럼 쌓여 있고 지붕에도 몇 천 장씩 널려 있지요. …이 티셔츠들은 모두 전에는 유럽 사람이나 미국 사람들이 입었던 것이에요. 아프리카에서는 이런 옷을 '죽은 백인의 옷'이라 불러요.

지난 몇 십 년 사이에 아프리카의 모든 옷 시장에는 서양 티셔츠가 넘쳐나게 되었어요. 여기에는 장점이 있어요. 중고 티셔츠는 매우 싸거든요. 단점도 있어요. 아프리카의 섬유산업을 어렵게 만들거든요. 어떤 재단사도, 어떤 옷 공장도 그렇게 싸게 만들 수는 없어요. 중고 티셔츠와 경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아프리카 섬유 산업은 대부분 망하고 말았어요. 예를 들어 잠비아에는 예전에 섬유공장이 18개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남지 않았어요. 일자리를 잃은 재단사들도 많아요.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전통의상은 점점 더 보기 힘들어졌어요. 특히 남자들은 '죽은 백인의 옷'인 낡은 티셔츠와 청바지만 입고 돌아다녀요. - 책 속에서

'죽은 백인의 옷'이야기는 우리들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헌옷 수거함'에 모아지는 옷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아프리카의 빈곤 국가들에 전해지는지, 그렇게 전해진 옷들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함으로써 누군가를 제대로 도울 수 있을 때 그 도움은 더욱 더 값진 것임을 전한다.

  같은 것에 붙은 많은 다른 이름들
휴대 전화를 '핸드폰'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아요. 핸드폰이 영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그것은 잘못된 것이에요.영국이나 미국에서는 휴대 전화를 '모바일 폰'이라 불러요. 움직이는 전화라는 뜻이죠.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기 '텔레포니노'를 사랑하는데, 작은 전화라는 뜻이에요. 핀란드에서는 사람들이 '마트카푸헬리멧'을 들고 다니는데, 여행 전화라는 뜻이에요.소말리아의 '텔레폰카 카칸다'는 손 전화이고, 이란의 '텔레폰-함라'는 우정의 전화라는 뜻이라네요. - 책 속에서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휴대전화에 관한 글도 있다. 방글라데시의 은행들은 가난한 시골 부인들에게 휴대 전화 한 대를 살 수 있는 소액을 빌려준단다. 부인들은 은행의 도움으로 구입한 휴대전화로 통신망이 없는 시골마을의 마을 전화국이 되어 전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그 사용대가를 받아 생활한단다.

볼리비아의 찰레케로, 정통 유대교도인들의 율법에 맞춘 휴대전화 사용 관련 이야기들도 함께 소개된다. 모양과 용도는 비슷하지만 나라마다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휴대전화를 이르는 말도 흥미롭게 읽었다(옆 박스 참고).

이 책은 한편 흥미롭고 한편 우울하다. '기억의 책'처럼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야기도 있고, 휴대전화나 변기, 놀이, 쇼핑 등처럼 별 생각 없이, 당연하고 평범하게 생각했던 것들과 관계되는 세계 여러 나라들의 풍습과 문화, 가치관 차이 등을 이색적인 화보들과 함께 풍부하게 들려주는 한편, 21세기 지구촌이 떠안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제들 중 아이들 이야기는 특히 쓰리다. 거리에서 얼어 죽거나 에이즈 등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아이들, 매춘과 노동착취, 내전과 기근 등으로 희생당하는 아이들의 실태는 책을 덮고도 우울하게 남고 있다. 지뢰 때문에 큰 상처를 입은 소녀의 슬픈 눈동자, 에이즈로 죽은 엄마와 찍은 사진을 들고 있는 형제의 슬픈 눈망울도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덧붙여,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유니세프 퀼른의 직원들과 모잠비크,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과 같은 분쟁지역들을 찾아다니며 위기에 처한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명과 열정 덕분이란다. 덧붙여 이 책은 한국 유니세프가 추천, 수익금 일부는 책속에 소개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는데 쓰여질 거라는 것도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은 초등학생이지만, 시사적인 것들을 꽤 폭넓고 깊게 다루고 있어서  초등학생보다는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싶어 청소년들에게 우선 추천하고 싶다. 세계인들의 다양하고 폭넓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아이들이 시각을 넓히고 생각의 폭이 깊어졌으면 좋겠다. 또한 타인에 대한 배려도 깊어지기를!

덧붙이는 글 | <모두가 행복한 지구촌을 위한 가치 사전>|내인생의책|2010-08-15|값:18,000원


덧붙이는 글 <모두가 행복한 지구촌을 위한 가치 사전>|내인생의책|2010-08-15|값:18,000원

모두가 행복한 지구촌을 위한 가치 사전

레오 G. 린더.도리스 멘들레비치 지음, 자비네 크리스티안센 엮음, 김민영 옮김, 야노쉬,
내인생의책,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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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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