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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55호 홈런과 이종범 400호 도루

국내 프로야구에 있어서 기록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03.09.25 23:59최종업데이트03.09.2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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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필자는 이승엽 선수의 홈런레이스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당시 이승엽 선수의 아시아 신기록이 5개 남아있었는데 이에 대해 독자의견란에서는 이승엽 선수의 홈런기록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어떤 독자는 "우리끼리 아시아 기록이다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이 웃기다. 다른 나라에서는 알아주지도 않는데 왜 우리끼리 이러냐"며 언론들이 이승엽 선수의 홈런 신기록에 대하여 집중 보도하는 것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렇듯 이승엽 선수의 홈런 기록에 대하여는 찬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승엽 선수 기록이 그만큼의 인정을 받아야하는 기록이냐 아니냐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야구에서 기록은 중요하다. 수비포지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3할 대 타자는 훌륭한 타자로 인정을 받는 반면, 2할 대 타자는 그저 그런 선수로 생각하는 것이 야구다. 그만큼 야구에서 기록은 한 선수에 대한 평가 뿐 아니라 한 구단에 대한 평가 그리고, 한 리그에 대한 평가를 받을 만큼 중요하다.

그렇기에 국내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기록이 나와야함은 당연하다. 지난 24일과 25일에 걸쳐 국내 최소경기 기록인 이종범 선수의 개인 통산 400도루와 아시아 타이기록인 이승엽의 55홈런이 나왔다. 한 기록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국민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고, 다른 하나는 그냥 스쳐 가는 기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이 두 기록 중 어느 것이 중요하냐는 누구도 이야기 할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두 기록 모두 국내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는 소중히 다루어져야할 중요한 기록이라는 것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REL@이승엽, 국내 홈런 기록을 갈아치우다

지난 21일 54호 홈런을 쳐낸 이승엽 선수는 나흘만인 25일 55호 홈런을 쳐내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국내 최고기록(1999년 54개)을 갱신하였다. 이승엽 홈런의 상대 투수는 김진우 선수. 시즌 초반 폭행사건에 휘말리며 전반기 내내 심적 고통과 부상으로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후반기에 성공적으로 제기하며 10승 5패 방어율 3.60의 뛰어난 활약으로 타이거즈 돌풍의 핵심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날 경기는 분명 라이온즈를 대표하는 이승엽 타자와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김진우 투수의 대결이었던 것이다.

 25일 이승엽 선수가 55호 홈런을 터트렸다.
ⓒ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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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이 나온 것은 라이온즈가 0대 1로 뒤지고 있던 6회초 공격. 이승엽 선수는 140km 후반대의 직구를 통타하여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쳐냈다. 이 시점에서 좋은 타력을 보여준 이승엽 선수를 칭찬하고 싶지만, 우선 이런 분위기에서 위축되지 않고, 정정당당한 대결을 보여준 김진우 선수를 칭찬해주고 싶다.

전날 경기에서 4개의 볼 넷이 나오는 등 타이거즈 투수들이 피해간다는 느낌까지 줄 정도로 별로 좋지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날 김 선수의 배짱은 대형 투수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중요한 계기였다.

어찌됐던 이승엽 선수의 홈런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1999년 54개의 홈런을 쳐내며 시즌 50홈런의 장을 활짝 열었던 이승엽 선수는 횟수로 4년만에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다시 한번 국내프로야구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1964년 현 다이에 호크스 감독이자 당시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O-N타선으로 이름을 날렸던 왕정치 선수가 세운 55호 홈런과 타이기록을 세운 것이라 그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제팬 리그에서 2001년 긴데스 세이부스의 터피로즈 선수와 작년 세이부 라이온즈의 알렉스 카브레라 선수가 이 기록에 도전했지만, 타이기록에서 멈춘 적이 있다.

물론, 일본 프로야구와 국내 프로야구를 동일시 하며 비교하기는 힘들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나 선수들의 능력, 그리고 리그 운영 방식 등을 보았을 때 일본 야구가 우리 나라보다 한 단계 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조건은 아니더라도 이승엽 선수가 이 정도의 홈런을 쳐낸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정을 받아야하고, 국내 프로야구에도 이 정도의 선수가 있다는 것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또 하나의 기록, 이종범 선수의 400호 도루

국내 프로야구를 아주 관심 있게 보는 야구팬들은 알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를 정도로 언론의 관심이 없지던 아주 중요한 기록이 지난 24일 나왔다. 공중파 방송의 스포츠 하이라이트 시간에 이승엽 선수 소식에 대하여 이야기한 후 "한편, 이종범 선수는 더블헤더 1차전 경기 1회 말 공격에서 국내 최소경기 개인 통산 400호 도루에 성공하였습니다"라고 짤막하게 언급한 정도였다.

하지만, 이 기록은 대단한 기록이다. 우선 국내 최초로 400호 도루를 성공한 선수는 유니콘스의 전준호 선수. 전준호 선수는 작년 6월 20일에 개인통산 400호 도루를 성공시켰는데 이 기록은 1302경기 만이고, 33세 4개월 5일의 나이에 세운 기록이었다.

1993년 4월 16일 광주 쌍방울 레이더스와의 경기에서 프로야구 첫 도루를 기록한 이종범 선수는 33세 1개월 8일만이며 845경기만에 개인통산 400호 도루를 성공시켰다. 전준호 선수보다 무려 457경기나 적은 경기만에 기록을 세운 것이다.

개인통산 373도루로 이종범 선수에 이어 3번째 400호 도루에 도전하고 있는 베어스의 정수근 선수가 지금 현재 1059경기를 치르고 있어 845경기만의 개인 통산 400도루는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남을 것으로 본다.

1993년 프로야구에 데뷔한 이종범 선수는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으로 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으로 활약을 보여주었다. 1993년, 1996년, 1997년 세 번의 코리안 시리즈 우승에 견인차 적인 역할을 해주었고, 1994년에는 499타수 196안타로 0.393의 타율로 1982년 청룡의 백인천 선수(0.412) 이후 꿈의 4할 대에 유일하게 도전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되었다.

여담이지만, 1994년 당시 4할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던 시즌 후반, 잔여경기에 나오지 않아도 규정타석을 채워 4할 대의 타율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남은 경기에 나와 4할 대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도루에 있어서는 1994년 당시 이종범 선수가 세운 84개의 시즌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대단한 기록이다. 지난 5년간 시즌 도루 1위를 차지한 선수들의 도루 평균이 50개라는 것을 감안할 때 그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알 수가 있다. 1994년 시즌 MVP, 1993년, 1997년 코리안 시리즈 MVP, 2003년 올스타MVP, 골든 글러브 5차례 수상 등은 그의 야구에 대한 능력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호타준족'이라는 말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이종범 선수. 물론, 일본으로 진출 후 부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국내 프로야구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가 국내 프로야구에서 보여주고 있는 활약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가 세우는 기록 하나 하나가 의미 있는 기록으로 인정 받기를 기대한다. 올 시즌 509타수 161안타 타율 0.316 20홈런 60타점 108득점으로 스피드 파워를 모두 겸비한 '호타준족'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종범 선수. 그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더 보여줄지 큰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기록의 가치, 인정하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55호, 56호 홈런에 있어서 삼성라이온즈는 상대편인 기아타이거즈에게 축포와 축하 현수막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타이거즈 측의 대답은 'NO.'

55호 홈런이 나왔던 25일, 타이거즈 측은 전광판과 장내 방송을 통한 신기록 달성 메시지와 각 팀 주장들의 축하 꽃다발 증정으로 공식 행사를 끝냈다. 과연 타이거즈가 국내 프로야구를 이끌어 가는 구단의 하나로서 동업자 정신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점을 갖게 하는 부분이었다.

물론, 타이거즈가 상대편인 라이온즈와 치열한 순위다툼을 하고있는 것은 이해한다. 자칫 이승엽 선수의 홈런에 큰 의미를 두다보면, 분위기 싸움이 중요한 야구에서 분위기를 넘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승리도 중요하지만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 이번 이승엽 선수의 기록이 중요하다면, 그 의미를 크게 두고 크게 칭찬해 주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타이거즈 구단이 프로야구 발전에 대해 얼마만큼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승엽 선수의 기록, 이종범 선수의 기록. 단순히 국내 프로야구에서 나온 기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미를 인정받는다면, 당연 그 기록의 가치는 정말 커지는 것이다. 이것이 기록을 일부러 만들어 내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정을 하자는 이야기이다. 기록을 인정해주는 것은 당연히 국내 프로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록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국내 프로야구 풍토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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