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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순위, 다승제냐 승률제냐

[주장] 다승제는 승부의 박진감을 위한 자구책

03.09.19 15:37최종업데이트03.09.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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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지난 이야기지만, 지난 7월 28일 <동아일보> 장환수 기자는 그의 칼럼 '장외 홈런'에서 '1승 132패 팀의 순위가 133무 팀보다 앞선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칼럼에서 장 기자는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승순위결정 제도(이하 다승제)의 문제점을 거론하였다. 왜 장 기자는 다승제의 문제점을 이야기했을까? 그럼 다승제와 승률제의 차이점은 무엇인가?<동아일보> 관련기사 바로가기다승제의 문제점은?문제는 7월 28일 당시 1위인 유니콘스의 승률이, 2위인 라이온즈에 비해 1푼 6리나 낮음에도 불구하고, 승수가 많다는 이유 때문에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즌 중반 우천으로 인한 경기 취소 등과 스케줄 상의 문제로 특정 팀이 다른 팀보다 많은 숫자의 경기를 치를 수 있었는데 와이번스가 시즌 중반까지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다른 상위권 팀들 보다 더 많은 경기를 치르고 있기 때문이었고 이것은 문제라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이런 부분은 지금 현재 프로야구 중간순위에도 계속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9월 17일 현재 유니콘스가 123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73승 2무 48패로 1위를 차지고 있고, 2위인 타이거즈는 121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71승 4무 46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지금 현재의 다승제로 따지자면, 73승을 거두고 있는 유니콘스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작년까지의 승률제 시스템을 따르면, 승률 0.606의 타이거즈가 승률 0.603의 유니콘스보다 3리가 앞서기에 1위에 올라가는 것이었다. 하나의 문제점은 다승제에서는 무승부가 많을수록 순위 경쟁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환수 기자는 이것에 대하여 "극단적인 예를 들면 1승 132패를 한 팀이 133경기를 모두 비긴 팀보다 순위가 높다. 이는 분명히 모순이다. 현재 LG를 포함해 상위 5개 팀은 나란히 2무씩을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무승부 수가 차이가 날 경우 막판 최종 순위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도 있다"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비쳤다. 장 기자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 실제로 지금 현재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으로 정규시즌이 진행되고 있다. 17일 현재까지의 순위에서 10게임이 남은 유니콘스가 앞으로 5승 5패를, 12경기가 남은 타이거즈가 6승 6패를 3위인 라이온즈가 6승 4무 5패를 거두게 된다면, 상황은 정말 복잡해진다. 물론, 다승제로 하면 순위에는 변함이 없다. 1위인 유니콘스는 78승 2무 53패로 1위를 차지할 것이고, 타이거즈는 77승 4무 52패로 1승이 모자란 2위를 차지할 것이다. 라이온즈는 76승 6무 51패로 3위에 머무르게 된다. 하지만, 이것을 승률제로 환산하면, 3위인 라이온즈가 0.598의 승률로 1위에 올라서게 되고, 2위에는 승률 0.597의 타이거즈가, 그리고, 다승제에서 1위였던 유니콘스는 승률 0.595로 3위로 내려앉게 된다. 작년과 같은 승률제였다면, 코리안 시리즈에 직행해야할 팀이 준 플레이오프까지 거쳐야하는 아주 분통 터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승제에 대한 반대 의견은 비단 장 기자의 의견만은 아니다. KBO 자유게시판이나 프로야구 관련 게시판을 보다보면, 다승제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야구팬들이 의외로 많다.다승제와 승률제@BOX1@사실 다승제는 미 메이저리그나 제팬 리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장 기자의 기사에서도 이야기했듯 메이저리그에서는 단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고, 일본에서 잠깐 사용되었던 제도라고 한다. 다승제를 쉽게 설명하자면, 시즌 순위를 승수로만 정하는 제도. 종전 승률제도에서는 '승/(승+패)'의 공식을 사용하여 승률이 높은 팀이 우승을 하도록 정해졌다. 하지만 승률제도에는 하나의 폐단이 있었다. 무승부가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자 팀들이 연장전에 들어서면 무승부로 경기를 끝내려는 경향이 생겨난 것이 문제였다. 이런 문제를 직시한 8개 구단 감독들은 지난 1월 14일 프로야구 감독간담회를 통해 승률제에서 다승 순으로 결정하는 방안에 대해 총재에게 건의하였고 박용오 총재는 이 문제를 2월 18일에 열린 이사회에 상정하여 최종 결정했다. 참고로 다승제에 대하여는 라이온즈의 김응룡 감독이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했다는 일설도 있다. 한 KBO 관계자는 필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다승제는 무승부 숫자를 줄이고 보다 박진감 있는 경기를 선사하기 위해 결정되었다"고 다승제를 택한 이유를 설명하였다.다승제를 찬성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한다면, 필자는 다승제에 대하여 찬성한다. 이유는 <동아일보> 장환수 기자가 그의 기사에서 다승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비친 것과 같은 이유다.문제는 무승부이다. 사실 무승부를 승부로서 인정을 한다면, 그에 대한 문제는 많을 수밖에 없다. 팀의 전력을 아끼기 위해 무승부를 조장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 시즌 무승부의 숫자가 줄었다. 시즌의 90%가 소화된 지금 시점에서 무승부의 숫자는 19개. 확률적으로, 앞으로 더 나올 수 있는 무승부 경기는 2개 정도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올 시즌 예상되는 무승부의 숫자는 21개 남짓.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창단 이후 8개 구단이 되고, 게임수도 늘어난 시점에서부터 보았을 때 12년 동안 연평균 무승부 숫자는 26개이다. 작년 한해 나온 무승부의 숫자는 30개. 연평균과 비교해도 5개의 무승부가 줄었고, 작년과 비교해 보면 무려 9개의 무승부가 줄어든 것이다. 다승제 이외에도 12이닝 연장 제한과 시간제한 폐지 등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다승제로 순위제도를 전환한 이후 무승부의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무승부의 숫자가 줄어든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고 물어보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무승부는 경기의 박진감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 될 수 있다. 팬들은 자신의 팀들이 이기는 경기를 보러가길 원한다. 스포츠라는 것은 누군가가 이기기거나 지는 것에 대하여 희열을 느끼는 것이 가장 큰 재미라고 볼 수 있다. 팬들은 경기장을 찾아가서 박진감 있는 경기를 보고, 지거나 이기거나 승부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작년 10시 30분 시간제한이 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선수들이나, 감독들이 경기 막판 느슨한 플레이를 펼치거나 시간 끌기 선수교체를 통해 시간을 넘겨 무승부를 만들려고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우리들은 얼마나 분통을 터뜨렸는가. 물론, 메이저리그는 다승제를 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가 다승제가 아니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메이저리그에는 무승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무승부가 없기 때문에 승률제로 하든 다승제로 하든 결국 같은 팀이 1위를 하게 되고, 같은 순위가 정해지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는 것은 억지 주장일 수밖에 없다. 제팬 리그에도 다승제가 없다. 그러나 제팬 리그는 철저하게 팬들을 위해 운영된다. 팀들은 박진감 있는 경기를 펼치기 위해 노력한다. 일본의 어느 감독은 제팬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감독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는데 이유는 단하나, 팬들이 좋아하지 않는 재미없는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유명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즈 등이 속해 있는 센트럴리그에서는 작년까지만 해도 무승부 경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 때문에 올해 처음 무승부가 도입됐을 정도로 제팬 리그에서는 팬들이 원하는 대로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는 어떠한가. 팬들을 위한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보다는 순위에 집착하고, 우승을 위해서 팀을 운영하는 모습 그리고, 모기업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을 심심치않게 찾아볼 수 있다. 좀더 편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 지는 경기를 한 적도 있고, 신인드래프트 때 좀더 좋은 선수를 뽑기 위해 일부러 지는 경기를 한 적도 있다. 포스트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후반 막판 경기들을 아주 쉽게 포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승 순위 결정 제도. 분명 어느 정도의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승률이 낮은 팀이 우승을 차지할 수도 있고, 높은 승률을 가진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다승제는 무승부를 없애고 좀더 박진감 있는 승부를 펼치기 위해 8개 구단 감독들과 KBO의 노력에 의해 나온 결과물이다. 물론, 이런 노력이 '수박 겉핥기'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하나 정도 바꾸는 것으로는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 야구를 어느 정도 아는 팬들이라면,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노력이라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다승 제도에 대하여 찬성표를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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