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가 중위권 순위경쟁으로 갈 길이 바쁜 기업은행의 발목을 잡았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9일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4-26,25-17,25-14,25-17)로 승리했다. 1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빼앗긴 도로공사는 2세트부터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 오면서 2,3,4세트를 가볍게 따내고 기분 좋은 역전승을 만들었다(7승15패).

도로공사는 무려 51.75%의 공격점유율을 가져간 외국인 선수 반야 부리키치가 35득점을 퍼부으며 공격을 주도했고 신인 미들블로커 김세빈도 블로킹 4개와 함께 8득점을 올리며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 정대영(GS칼텍스 KIXX)이 떠난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이 선수가 토종 에이스 겸 리더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날 서브득점 3개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21득점을 기록한 '배구천재' 배유나가 그 주인공이다.

'역대급'으로 불리는 2007-2008 신인 드래프트
 
 GS칼텍스에서 두 번 우승을 차지했던 배유나는 도로공사에서도 두 번의 우승반지를 추가했다.

GS칼텍스에서 두 번 우승을 차지했던 배유나는 도로공사에서도 두 번의 우승반지를 추가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05년 V리그가 출범한 이후 이번 시즌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총 20번의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김희진과 표승주(이상 기업은행),박정아가 동시에 배출됐던 2010-2011 시즌과 좋은 미들블로커 자원이 대거 등장했던 2018-2019 시즌이 대표적인 '풍년'으로 꼽힌다. 하지만 V리그 여자부 역대 최고의 신인 드래프트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해가 바로 바로 프로 15년 차 이상의 선수를 세 명이나 배출한 2007-2008 시즌이다.

V리그에서의 활약으로만 한정하면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을 능가하는 역대 최고의 선수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은 '대기만성'의 모범사례를 보인 대표적인 선수다. 입단 당시 키만 큰 선수였던 양효진은 많은 노력을 통해 현대건설뿐 아니라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미들블로커로 성장했다. 특히 현재진행형인 7811득점과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2009-2010시즌~2019-2020 시즌)는 한 동안 넘보기 힘든 대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2007-2008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5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했던 김나희(개명 전 김혜진)도 미들블로커로는 작은 신장(178cm)의 약점을 극복하고 17시즌째 프로무대를 누비고 있다. 김나희는 신장의 한계 때문에 블로킹에서는 큰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빠른 발을 이용한 이동공격은 단연 리그 정상급이다. 특히 김나희는 흥국생명의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던 분홍거미 군단의 산 증인이다.

현재 V리그에서 가장 까다로운 서브를 구사하는 문정원(도로공사)의 서브 롤모델이 됐던 아웃사이드히터 백목화(대구시청)도 2007-2008 시즌 신인 드래프트 출신이다. 백목화는 2라운드 2순위로 그리 높은 순번을 받지 못했지만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이적 후 팀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하며 두 번의 챔프전 우승과 함께 2012-2013 시즌에는 득점 7위(412점,국내선수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밖에 백목화와 함께 인삼공사의 왼쪽을 책임졌던 이연주와 왼손잡이 유망주로 큰 기대를 모았다가 프로 입단 후 미들블로커로 변신했던 하준임 등 2007-2008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이 배출됐다. 하지만 이처럼 대단한 선수들을 제치고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프로에 입단한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 시절부터 성인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리며 '천재소녀'로 불리던 배유나였다.

미들블로커임에도 팀 내 득점 2위
 
 배유나는 프로 17번째 시즌을 맞는 이번 시즌에도 전혀 녹슬지 않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배유나는 프로 17번째 시즌을 맞는 이번 시즌에도 전혀 녹슬지 않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배유나는 2007-2008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50%의 확률을 가지고 있던 KT&G 아리엘즈가 아닌 35% 확률을 가진 GS칼텍스의 지명을 받았다. 배유나는 루키 시즌부터 아웃사이드히터와 미들블로커를 오가며 활약했고 입단 첫 시즌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고교 시절부터 포지션을 자주 바꾸며 무릎에 무리가 간 배유나는 2010년대 들어 무릎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미들블로커로 변신했다.

2013-2014 시즌 GS칼텍스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배유나는 2015-2016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어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배유나는 이적 첫 시즌 팀의 최하위 추락을 막지 못했지만 이듬 해 도로공사는 박정아와 이바나 네소비치를 영입하면서 전력이 급상승했다. 그렇게 2017-2018 시즌 도로공사의 첫 통합우승 멤버가 된 배유나는 2018-2019 시즌에도 무릎과 어깨부상을 참으며 도로공사를 챔프전까지 이끌었다.

FA자격을 얻고도 수술로 인해 좋은 계약이 힘들어진 배유나는 연봉 8600만원에 도로공사에 잔류했고 2019-2020 시즌 4경기에서 22득점을 기록하며 사실상 '안식년'을 보냈다. 2020-2021 시즌 건강하게 돌아와 30경기에서 266득점을 기록한 배유나는 2022-2023 시즌 36경기에서 443득점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흥국생명과의 챔프전 5경기에서도 61득점을 기록하며 도로공사의 '리버스 스윕' 우승을 견인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도로공사와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5억5000만원에 계약한 배유나는 팀을 떠난 박정아 대신 도로공사의 토종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배유나는 9일 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도 44.12%의 공격성공률과 함께 서브득점과 블로킹을 3개씩 곁들이면서 21득점을 기록했다. 미들블로커임에도 워낙 센스가 좋아 '배구천재'로 불리는 배유나의 별명에 걸 맞는 다재다능한 활약이었다. 

배유나는 후위로 내려가면 리베로와 교체되는 미들블로커 포지션임에도 이번 시즌 22경기에서 43.5%의 공격성공률로 244득점을 기록하면서 득점 14위(국내선수6위)에 올라있다. 도로공사에서는 41.7%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고 있는 부키리치(560점) 다음으로 많은 득점이다. 물론 도로공사는 현실적으로 이번 시즌 봄 배구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배유나는 프로 17번째 시즌에도 여전히 리그 정상급 미들블로커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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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20232024V리그 한국도로공사하이패스 배유나 배구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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