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돔 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B조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4-13으로 대패했다. 조 2위까지 2라운드(8강)에 진출할 수 있는데, 연이틀 승리를 놓친 한국은 사실상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 유력해졌다.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운 한국은 토미 현수 에드먼(2루수)-김하성(유격수)-이정후(중견수)-박병호(1루수)-김현수(좌익수)-박건우(우익수)-강백호(지명타자)-양의지(포수)-최정(3루수)로 라인업을 짰다. 전날 대타로 나와 아쉬운 주루 플레이를 선보인 강백호가 선발로 출전했다.

일본은 라스 눗바(중견수)-곤도 켄스케(우익수)-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무라카미 무네타카(3루수)-요시다 마사타카(좌익수)-오카모토 카즈마(1루수)-마키 슈고(2루수)-겐다 쇼스케(유격수)-나카무라 유헤이(포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다르빗슈 유가 선발투수로 나섰다.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4대13 패배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한국 투수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4대13 패배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한국 투수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3회초 3득점, 그게 전부였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팀은 한국이었다. 3회초 무사 2루 볼카운트 1-2서 양의지가 일본 선발 다르빗슈의 6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선제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이어진 2사 2루에서는 초구를 공략한 이정후의 1타점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보탰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의 분위기였다.

일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3회말 두 타자 연속 볼넷 이후 눗바, 곤도의 연속 적시타로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한국은 원태인으로 급하게 투수를 교체했지만, 요시다가 중견수 키를 넘기는 역전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단숨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국이 5회초 2사 2, 3루의 기회를 날리자 일본은 더 거세게 상대를 몰아붙였다. 5회말 곤도의 솔로포, 요시다의 1타점 희생플라이로 점수 차를 벌렸다. 6회초 박건우의 솔로포로 두 점 차까지 좁혀졌지만, 6회 이후 두 팀의 희비가 더 극명하게 엇갈렸다.

6회말 곤도의 밀어내기 볼넷을 시작으로 대거 5점을 뽑아낸 일본은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한국은 6회말에만 정철원-김윤식-김원중-정우영까지 네 명의 투수가 나올 정도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다 쏟아부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7회말 폭투,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9점 차로 달아난 일본은 승리를 자축했다. 7회말 2사 만루에서 추가 실점이 없었던 한국은 '콜드게임 패배'를 면했으나 7회초부터 3이닝 연속 무득점으로 무기력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수준 차이 실감한 한일전, 통렬한 반성 필요하다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팀이 13-4 완패를 당한 뒤 인사하고 있다.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팀이 13-4 완패를 당한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르빗슈를 공략할 때만 해도 원하는 대로 경기가 풀리는 듯했다.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선발 김광현의 호투도 돋보였다. 다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막아줄 투수가 없었다. 김광현이 무너지자 불펜이 버티지 못했다. 이날 마운드에 오른 구원투수는 무려 9명이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고우석이 나올 수 없었다고 해도 실망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소속팀에서 내로라하는 에이스급 투수들도 일본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호주전부터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벤치의 교체 타이밍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반대로 일본은 다르빗슈에 이어 등판한 투수들의 컨디션이 더 좋았다. 특히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좌완 이마나가 쇼타는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1실점을 기록, 한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FA(자유계약선수)로 거액의 금액을 받는 등 가치를 인정받았던 한국 타자들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에 속수무책이었다. '해외파' 에드먼과 김하성도 이틀 내내 침묵했다. 이강철 감독의 야심찬 타순 배치는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국내 리그가 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 발전도 있었고 젊은 투수들의 구속이 이전보다 올라왔다. 그러나 한국보다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일본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노력을 기울였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KBO 허구연 총재가 취임할 당시부터 WBC 등 국제대회에서의 호성적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한국 야구는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1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야구계 전체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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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야구대표팀 한일전 도쿄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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