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월드컵을 화려하게 수놓는 인물들은 주로 골잡이들이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특별히 골키퍼들의 믿기 힘든 슈퍼 세이브들이 빛나고 있다. 골문을 지키는 유능한 골키퍼에게는 '야신'이라는 수식어가 종종 붙는데, 구 소련의 전설적인 골키퍼 '레프 야신'의 놀라운 능력 덕분이다. 여기 정말로 그 이름이 야신인 모로코 국가대표 골키퍼가 월드컵의 새 역사를 썼다. 아프리카 팀 최초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것이다. 스페니시 프리메라 리가 세비야 FC 골키퍼 야신 보노가 그 주역이다.

왈리드 레그라귀 감독이 이끌고 있는 모로코 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 11일 오전 0시 도하에 있는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8강 토너먼트에서 1-0으로 이겨 4강 신화를 이뤘다. 골문을 지킨 야신 보노의 눈부신 슈퍼 세이브 기록이 무려 11개나 찍혔고 포르투갈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끝내 눈물을 흘리며 퇴장했다.

F조 두 팀 모두 4강 올려놓은 '야신 보노'와 '도미니크 리바코비치'
 
 지난 11월 2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F조 크로아티아와 캐나다의 경기. 크로아티아 도미니크 리바코비치가 캐나다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

지난 11월 2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F조 크로아티아와 캐나다의 경기. 크로아티아 도미니크 리바코비치가 캐나다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 ⓒ 연합뉴스

 
하루 먼저 열린 8강 두 게임은 모두 연장전도 모자라 승부차기까지 이어져 이를 지켜보는 팬들까지 숨죽이며 지켜봐야 했다. 그 중에서 크로아티아 골문을 지킨 도미니크 리바코비치의 활약은 우승 후보 0순위 브라질을 돌려보낸 것이라 더 놀라웠다.

16강에서 한국을 상대로 4-1 대승을 거둔 브라질은 네이마르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앞장서서 4강에 가볍게 올라가는 줄 알았지만 크로아티아의 도미니크 리바코비치 앞에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90분 정규 시간 동안 한 골도 못 넣고 이어진 연장전에서 겨우 네이마르의 골(105분+ 34초)로 앞서 나갔지만 연장 후반 동점골(116분 2초, 브루노 페트코비치 왼발 슛)을 얻어맞는 바람에 승부차기를 직면해야 했다.

여기서 크로아티아 골키퍼 도미니크 리바코비치는 브라질 키커들 중 호드리구의 오른발 킥 방향을 정확하게 읽고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막아냈다. 그래서 PSO(승부차기) 기록이 '크로아티아 4-2 브라질'로 찍혔다. 침착한 브라질 수비수 마르퀴뇨스의 오른발 킥이 리바코비치와의 기싸움에 밀려 골문 왼쪽 기둥 하단을 때리는 바람에 게임이 끝나버린 것이다. 

아르헨티나를 극적으로 4강에 올려놓은 주인공도 골키퍼 다미안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였다. 아르헨티나 전설의 왼발 리오넬 메시가 1골 1도움 활약을 펼친 것도 놀라웠지만 네덜란드와의 승부차기에서 페어질 판 다이크의 오른발 슛을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낸 덕분에 PSO 최종 스코어 '아르헨티나 4-3 네덜란드'로 찍힌 것이다.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스페인 대 모로코 경기의 승부차기에서 스페인 주장 세르히오 부스케츠(34·FC바르셀로나)의 슈팅이 모로코 골키퍼 야신 보노에게 막히고 있다(자료사진).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스페인 대 모로코 경기의 승부차기에서 스페인 주장 세르히오 부스케츠(34·FC바르셀로나)의 슈팅이 모로코 골키퍼 야신 보노에게 막히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다음 날 이어진 8강 두 게임은 정규 시간에 끝났지만 골키퍼들의 활약으로 결정적인 갈림길을 만들었다. 먼저 열린 모로코와 포르투갈 게임에서 야신 보노 골키퍼 앞에 포르투갈 능력자들은 단 한 번도 웃지 못했다. 게임 시작 후 4분만에 주앙 펠릭스의 결정적인 다이빙 헤더 슛이 들어가는 줄 알았지만 모로코 골키퍼 야신 보노는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기막히게 쳐냈다.

야신 보노는 82분 주앙 펠릭스의 왼발 감아차기 중거리슛도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날아올라 쳐냈고, 후반전 교체 선수로 들어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후반전 추가 시간 24초만에 날린 오른발 대각선 슛까지 각도 줄여 정확하게 막아냈다.

모로코는 야신 보노 골키퍼의 활약 덕분에 4강 오른 팀들 중 가장 적은 1실점 팀으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1골을 캐나다와의 F조 게임에서 내준 것도 자책골 기록이어서 모로코를 상대한 다섯 팀(크로아티아, 벨기에, 캐나다, 스페인, 포르투갈)들 모두 자신들의 득점 기록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스페인과의 16강 게임이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는데 내로라하는 스페인 선수들도 믿기 힘든 PSO 스코어 '모로코 3-0 스페인' 앞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만큼 야신 보노의 슈퍼 세이브가 대단했다는 뜻이다.

이제 크로아티아의 리바코치비 골키퍼와 아르헨티나의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골키퍼는 14일 오전 4시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만나게 되었고, 모로코의 야신 보노 골키퍼와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의 위고 요리스 골키퍼는 15일 오전 4시 알 바이트 스타디움에서 만나게 되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 결과(11일 오전 0시, 4시 두 게임)

모로코 1-0 포르투갈 [득점 : 유세프 엔-네시리(41분 34초,도움-야히아 아티앗-알라)]

프랑스 2-1 잉글랜드 [득점 : 오렐리앙 추아메니(16분 22초,도움-앙투안 그리즈만), 올리비에 지루(77분 9초,도움-앙투안 그리즈만) / 헤리 케인(53분 27초,PK)]

◇ 4강 진출 골키퍼들의 세이브 기록
도미니크 리바코비치(크로아티아) 5게임 65회 세이브, 3실점
야신 보노(모로코) 4게임 39회 세이브, 1실점(자책골)
위고 요리스(프랑스) 4게임 25회 세이브, 4실점
다미안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아르헨티나) 5게임 22회 세이브, 5실점

◇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 대진표
12월 14일(수) 오전 4시 ☆ 아르헨티나 - 크로아티아
12월 15일(목) 오전 4시 ☆ 프랑스 - 모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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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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