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3년 7월, 블러(Blur)의 복귀 공연이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다. 첫날 공연이 매진되면서 추가 공연도 확정되었다.

오는 2023년 7월, 블러(Blur)의 복귀 공연이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다. 첫날 공연이 매진되면서 추가 공연도 확정되었다. ⓒ Blur


'브릿팝 풍의 편곡', '브릿팝 스타일의 기타 사운드'... 한국 아티스트의 신곡을 소개하는 데에 '브릿팝'만큼 단골로 쓰였던 단어도 흔치 않을 것이다. 심지어 아이돌의 신곡을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다. 브릿팝이란 1990년대 영국 대중음악계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펑크(Punk) 록과 기타 팝, 1980년대 매드체스터 음악 등을 혼합한, 밝은 분위기의 록 음악을 흔히 브릿 팝이라고 부른다.

너바나(Nirvana)를 위시 미국 그런지 음악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쓴 이후, 언론과 영국 음악 팬들은 '영국 음악의 자존심'을 되찾고 싶어 했다. 이때 특히 NME나 멜로디 메이커 '브릿팝'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브릿팝을 대표하는 밴드들로는 오아시스(Oasis)와 블러(Blur), 펄프(Pulp), 스웨이드(Suede)가 손꼽힌다. 이들은 우리나라 음악팬들 사이에서도 '브릿팝 4대 천왕'으로 숭상받고 있지만, 이들의 음악 스타일은 같은 장르로 묶어놓기 어려울 만큼 판이다.

오아시스와 함께 1990년대 영국 록의 패권을 두고 경쟁했던 밴드 블러(Blur)가 화려한 복귀 소식을 알렸다. 블러는 내년 7월 8일과 9일에 걸쳐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화려한 복귀를 신고할 예정이다. 공연의 성지인 웸블리 스타디움의 티켓은 단숨에 매진되었다.  2015년 발표한 'The Magic Whip' 앨범 이후 8년 만의 귀환이다. 2019년 깜짝 공연을 선보이긴 했지만 일시적인 이벤트였다. 블러는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뮤직 페스티벌 프리마베라의 2023년도 헤드라이너 역시 맡았다. 이 페스티벌에서 블러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 펫 샵 보이스(Pet Shop Boys) 등의 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블러는 브릿팝을 상징하는 밴드지만 갈수록 브릿팝의 스타일에서 멀어진 음악을 했다. 밴드의 리더 데이먼 알반이 남긴 '브릿팝은 죽었다'라는 말 역시 유명하다. 블러의 활동이 휴지기에 들어간 이후, 데이먼 알반은 힙합과 일렉트로니카 스타일의 가상 밴드인 고릴라즈(Gorillaz)를 결성하고, 솔로 뮤지션으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블러의 멤버들이 개인 활동에서 시도해온 음악 스타일이 블러의 신곡에서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기대된다.
 
 펄프(Pulp)의 대표작 'Different Class'. 2020년 롤링 스톤이 선정한 500대 명반 162위에 올랐다.

펄프(Pulp)의 대표작 'Different Class'. 2020년 롤링 스톤이 선정한 500대 명반 162위에 올랐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펄프(Pulp) 역시 오랜만의 복귀 소식을 알렸다. 펄프는 래티튜드 페스티벌, 아일 오브 와이트 페스티벌 등 영국 유수의 페스티벌은 물론, 단독 공연 역시 여러 차례 선보일 예정이다. '브릿팝 4대 천왕' 중 국내 인지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브릿팝 밴드 중 가장 먼저(1978년 결성) 음악 여정을 시작한 밴드이기도 하다.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자비스 코커의 독특한 카리스마, 그리고 계급 문제부터 섹스, 실패한 사랑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2020년, 롤링스톤이 선정한 500대 명반에서 162위에 오른 'Different Class'를 들어본다면, 펄프의 색깔을 어림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가장 먼저 성공한 브릿 팝 밴드인 스웨이드(Suede)는 2010년 재결합 이후 꾸준히 신곡과 앨범을 발표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아쉽게도 '브릿팝 4대 천왕' 최고의 스타인 오아시스는 여전히 볼 수 없다. 오아시스의 주축이었던 갤러거 형제의 반목이 밴드 해체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소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타리스트이자 형인 노엘 갤러거는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를 결성해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으며, 보컬리스트이자 동생인 리암 갤러거는 2017년 첫 솔로 앨범 발표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록이 죽었다는 말은 더 이상 쿨하지 않다. 올해 그래미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팝의 신성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2000년대의 팝 펑크 음악을 소환했다. 래퍼 머신 건 켈리는 록으로 전향한 이후, 전에 겪어보지 못한 전성기를 맞았다. 물론 1990년대의 브릿팝을 동경하는 젊은 뮤지션도 많이 있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1990년대 전설들의 복귀는 의미가 크다. 브릿팝 시대가 시작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이다. 브릿팝 시대 주역들의 복귀가 단순한 '추억팔이'에 머물지, 혹은 새로운 전성기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블러 펄프 오아시스 스웨이드 브릿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