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 카다르 대 에콰도르 경기. 0-2로 패한 카타르 대표팀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2.11.21

20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 카다르 대 에콰도르 경기. 0-2로 패한 카타르 대표팀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2.11.21 ⓒ 연합뉴스

 
그동안 FIFA 월드컵 본선 출전 경험이 한 번도 없었던 개최국 카타르는 이번 2022 FIFA 월드컵을 개최하게 되면서 사상 첫 출전의 기쁨을 얻었다. 그러나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이 미숙했던 카타르에게 있어 첫 경험은 너무 뼈아픈 결과로 돌아왔다.

21일(이하 한국 시각) 카타르 알호르에 있는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대회 개막전에서 개최국 카타르는 남아메리카 예선 4위로 본선에 진출한 에콰도르를 맞아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경험 미숙에서 비롯된 각종 약점들을 드러내며 0-2 완패를 당했다.

나름 열심히 준비는 했던 카타르

197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던 카타르는 1970년 자국의 축구협회(QFA)가 국제 축구 연맹(FIFA)에 가입하면서 축구 국가대표 팀을 꾸렸다. AFC 아시안 컵 예선은 1976년 대회부터 참가했고, FIFA 월드컵 예선은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부터 참가했다.

카타르는 1981년 호주에서 열렸던 U-20 월드컵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 출전했던 주축 선수들이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열렸던 1990 FIFA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마지막 경기에서 중국에 승리했으나, 대한민국이 아랍에미리트와 무승부를 기록하며 안타깝게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카타르는 1995년 U-20 월드컵 본선을 개최(조별 리그 3전 전패)한 것을 제외하고는 한동안 큰 대회에서 좋은 경험을 하지 못했다. 아시안 컵에서도 2000년 대회에서 준준결승 진출에 만족해야 했고, 아랍권 주변 국가들의 대회인 2004 걸프 컵 대회를 개최하여 우승한 것이 전부였다.

이에 카타르는 자국의 프로 리그인 카타르 스타스 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들의 귀화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이 선수들이 2006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후 2010년대에 국가대표 선수들로 자리 잡았다.

2010년 12월 FIFA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카타르는 그 이후 본격적으로 투자에 돌입했다. 그러나 2014 FIFA 월드컵 브라질 대회 본선 진출에도 실패했고, 2015 AFC 아시안 컵 호주 대회 본선에서는 조별 리그에서 3전 전패를 당했다. 2018 FIFA 월드컵 러시아 대회도 대한민국과 이란이 있었던 최종예선 A조에서 최하위에 그쳤다.

실력이 크게 오르지 못했던 카타르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렸던 2019 AFC 아시안 컵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준준결승에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1-0 승리했던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6경기를 모두 다득점으로 압승하며 7전 전승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컵 본선 개최국 자격으로 아시아 예선을 면제 받을 수 있지만, FIFA 월드컵 예선과 AFC 아시안 컵 예선을 겸하여 치르는 시스템 때문에 카타르도 FIFA 월드컵 2차예선까지는 참가했다. 2차예선에서 조 1위를 차지하며 예상대로 아시안 컵 본선 출전권을 획득한 카타르는 이후 경험을 쌓기 위해 수많은 경기 일정을 확보했다.

FIFA 월드컵 유럽 예선 A조의 다섯 팀들과 친선 경기를 치렀고, 2021 북중미 골드 컵에도 초청국으로 참가하여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자국에서 개최한 아랍 컵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2021년에만 24경기의 A매치를 치르면서 12승 5무 7패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마치 대한민국의 2002 FIFA 월드컵 개최를 준비하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것처럼 6개월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K리그 일정까지 월드컵 본선 이후로 늦추며 월드컵 본선에 투자했던 적이 있었다.

큰 무대에 대한 경험 미숙에 약점 크게 드러나

카타르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는 했다. 다만 카타르가 월드컵 본선을 치르기 전 마지막으로 5연승을 거두었던 A매치 상대들은 니카라과, 과테말라, 온두라스, 파타마, 알바니아였다. 2002년에 대한민국이 월드컵 본선을 치르기 전 마지막으로 만났던 A매치 상대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컸다.

어쨌든 카타르는 자국에서 개최한 월드컵 개막전을 통해 사상 첫 본선 진출의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그 감격은 경기를 시작한지 몇 분 만에 충격과 공포로 바뀌고 말았다. 경기를 시작한지 3분 만에 에콰도르에 의해 약점이 드러나며 측면 수비 라인이 뚫리고 말았다.

전반 3분 에콰도르의 프리킥 상황에서 카타르 골키퍼 사드 알 시브는 공을 잡는 데 어설픈 모습을 보였다. 이 틈을 타 에콰도르의 에네르 발렌시아가 헤딩으로 득점을 시도했다. 공은 카타르의 골대 안으로 들어갔으나 바로 경기가 중단됐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정 시스템에 의하여 펠릭스 토레스의 헤딩 시점에 미카엘 에스트라다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였음이 드러났다. 새로운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 덕분에 이 반칙을 판독할 수 있었고, 에콰도르의 득점은 취소됐다.

실점이 취소되었지만 카타르 선수들은 계속 당황했고, 에콰도르의 맹공은 계속됐다. 전반 16분 카타르의 골키퍼 사드가 쇄도하던 발렌시아의 다리를 손으로 걷어내는 실수를 범하며 경고를 받았고, 뒤이어 페널티 킥까지 막지 못하며 실점하고 말았다(0-1).

전반 21분에는 알모에즈 알리가 볼 다툼 과정에서 발렌시아의 다리를 건드려 경고를 받았고, 29분에는 모이세스 카이세도가 페드루 미겔에게 백태클을 범하며 경고를 받았다. 이후 카림 부디아프까지 발렌시아와의 볼 다툼 과정에서 경고를 받았다.

카타르 선수들은 에콰도르의 공격수 발렌시아를 막으려고 시도했지만 효율적으로 막지 못하며 경고만 쌓였고, 오히려 전반 30분에 발렌시아의 헤딩을 막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는 발렌시아 주변에 선수가 5명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렌시아에 대하여 인지하고 있던 선수가 아무도 없었고 추가 실점했다(0-2).

무리한 A매치 일정, 후반 체력 고갈까지 겹쳐

전반 49분이 되어서야 카타르는 드디어 골문 앞에서 공격수 알모에즈 알리에게 패스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알리는 머리로 겨우 공을 갖다대기만 했고 공은 골이 되기는 커녕 골대를 한참 벗어나고 말았다. 전반 49분을 통틀어 카타르의 유일한 공격 기회였지만, 이마저도 오프사이드가 되면서 유효 슛을 기록하지 못했다.

솔직히 카타르는 2019년에 아시안 컵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의 그 실력은 아니었다. 전반전이 끝날 때의 오프사이드 상황을 제외하고 한 번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에콰도르의 공격에 쉴 틈 없이 당하기만 했다. 몸싸움에서는 공도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면서 수 차례 경고만 받았다.

카타르 선수들은 경기장에 입장할 때부터 표정이 얼어 있었다. 월드컵 본선 첫 출전에 대한 부담감에 휩싸여 카타르 선수들은 이전까지 보여줬던 경기력보다 훨씬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홈 팬 관중들이 열렬히 응원을 보냈으나 그 큰 관심이 카타르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큰 중압감이 되었다.

게다가 카타르는 2021년에만 20경기가 넘는 A매치를 치렀고, 2022년에도 끊임없이 많은 경기를 치렀다. 이 때문에 대회 직전에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에콰도르 선수들을 제대로 압박하지도 못했는데 경기 후반 카타르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카타르의 주축 공격수 알리와 주장 하산 알하이도스는 후반 27분 체력 저하로 인해 그라운드에서 일찍 나와야 했다. 사드 골키퍼는 이 날 개막전이 통산 81번째 A매치 경기였는데, 경기 중 공을 잡아내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어설픈 모습을 보였고 페널티 킥까지 허용하며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적인 실수를 남발했다.

후반 40분이 되어서야 카타르는 알리 대신 들어온 모하메드 문타리의 중거리 슛이 나왔다. 카타르의 첫 코너킥은 무려 후반 50분이 되어서야 나왔을 정도로 이 날 경기에서 카타르는 에콰도르의 수비진을 제대로 뚫지도 못했다. 그나마 종료 직전 코너킥도 만회 골로 연결되지 못한 채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실점이 2점에 그쳤던 것이 다행이었을 정도로 개최국 카타르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카타르의 경기력에 실망한 홈 관중들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반 이상이 자리를 걷어차고 경기장 밖으로 나갔을 정도였다.

에콰도르의 공격수들이 카타르의 진영을 휘젓고 다니는 동안 카타르의 선수들은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전방 압박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카타르는 경기 전체를 통틀어 단 하나의 유효 슛도 기록하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전에는 에콰도르가 다음 경기를 위하여 힘을 아꼈을 정도였다.

92년 역사 통틀어 처음으로 첫 경기를 패한 개최국 카타르

1930년에 시작된 FIFA 월드컵에서 개막전의 주인공은 대부분 개최국이나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의 다음 대회 자동 출전권이 없어진 2006년부터는 개최국이 개막전의 주인공이었다.

개막전에서 주인공이 패했던 경기는 2002년 서울에서 디펜딩 챔피언 자격이었던 프랑스가 세네갈에게 0-1로 패했던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세네갈은 월드컵 본선 첫 출전에서 프랑스를 무너뜨렸고 여세를 몰아 준준결승까지 진출했다.

또한 월드컵 92년 역사를 통틀어 이전까지 개최국이 첫 경기를 패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개최국이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개막전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패하지는 않았다(최종 1승 1무 1패 A조 3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 차별 정책으로 인하여 1998년 프랑스 대회가 되어서야 본선에 첫 출전했던 팀이었다. 다음 출전 대회였던 2002년에 월드컵 첫 승리를 거뒀고, 2010년에는 최종적으로 조별 리그를 통과하진 못했지만 3차전에서 프랑스에게 승리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같은 아시아의 예를 들어도 대한민국은 월드컵 본선 첫 출전인 1954년(스위스)부터 본선 경기 첫 승리를 거둘 때까지 무려 48년(2002년 부산)이나 걸렸다. 공동 개최국이었던 일본도 첫 출전이었던 1998년에는 3전 전패였고, 본선 5번째 경기였던 2002년 대회 2차전이 되어서야 첫 승리를 거뒀다.

월드컵 본선에서 많이 지더라도 출전 경험이 많이 쌓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경기였다. 본선에 처음 나와서 그것도 홈 팬들 앞에서 표정이 얼어서 제대로 경기력을 보여주지도 못하는데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카타르는 월드컵 역사 92년을 통틀어 처음으로 첫 경기를 패한 개최국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게 됐다.

산 넘어 산, 다음 상대들은 세네갈과 네덜란드

더욱 안타까운 것은 A조에서 카타르가 상대해야 할 팀들 중에서 그나마 에콰도르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카타르가 상대해야 할 팀은 아프리카에서 지옥문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세네갈과 유럽의 강팀 네덜란드라는 사실이다.

32팀 체제인 이번 월드컵 대회까지 아프리카 팀들의 대륙 지역예선 시스템은 그야말로 살벌했다. 아프리카 2차예선은 40팀이 10개 조로 나뉜 조별 리그를 실시하여 조 1위로 통과해야 한다. 조 1위로 통과한 10팀은 최종예선에서 각자 정해진 상대와 홈 & 어웨이 2경기를 치르는 외나무 다리 맞대결을 치렀다.

세네갈은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집트와 2경기 합산 점수로 무승부를 기록하여 승부차기까지 진행했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버티고 있는 이집트를 꺾고 이번 본선에 진출했는데, 주축 공격수 사디오 마네(리버풀)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카타르의 입장에서는 에콰도르보다 더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카타르가 3차전에서 만나야 할 네덜란드는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지휘했던 1998 FIFA 월드컵 프랑스 대회에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5-0 대승을 거뒀던 적이 있다. 지금의 카타르 경기력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큰 점수 차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최국이 팬들의 기대에 비해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준다는 것은 곧 대회 전체의 흥행에 있어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쓴맛을 본 카타르가 다음 경기에서 심기일전하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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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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