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정규 21집 'Only the Strong Survive'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정규 21집 'Only the Strong Survive' ⓒ Sony Music

 
'록의 전설'이라 불리는 뮤지션은 많지만, '보스'라는 칭호를 받은 뮤지션은 흔하지 않다. 꾸밈없는 옷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걸걸한 목소리로 기타를 치는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롤링스톤 매거진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100대 아티스트'에 선정되었으며, 1억 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과 20회의 그래미 어워드 수상 등의 위업도 이뤘다.

화려한 실적을 빼놓고 보더라도,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대체할 수 없는 미국 록의 아이콘이다. 록과 컨트리, 포크, 블루스를 조합한 그의 음악은 철저히 미국적이다. 미국 노동 계급의 삶을 노래한 가사 역시 그의 존재감을 더욱 드높인다. 히트곡 'Born In The USA(미국에서 태어나)'의 노래 제목만 놓고 보면 미국의 위대함을 노래하는 보수의 아이콘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현실은 오히려 반대였다. 그는 언제 노동 계급의 '아메리칸 드림'이 시대의 벽에 부딪히는 모습을 포착했다. 계급성이 뚜렷한 그의 음악은 '하트랜드 록(Heartland Rock)'이라는 표현으로 요약되기도 한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지난 11일, 정규 21집 'Only The Strong Survival'을 발표했다. 스프링스틴의 음악적 여정을 늘 함께해 온 이 스트리트 밴드(E Street Band)가 앨범에 참여했다. 이번 앨범은 전작 'Letter To You(2020)'과 달리, 리메이크 앨범으로 구성되어 눈길을 끈다. 스프링스틴은 지난 2006년에도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한 적이 있다. 'We Shall Overcome: The Seeger Sessions'은 포크 음악의 전설인 피트 시거의 명곡들을 재해석한 앨범이었다. 이번 신보는 포크가 아니 알앤비와 소울 음악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소울 명곡 보석함'

이 앨범은 소울 음악으로 시작해서 소울 음악으로 끝난다. 전설적인 소울 그룹 '임프레션스(The Impressions)의 멤버 제리 버틀러의 노래 'Only The Strong Survive'(오직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가 리메이크되었고, 이 앨범의 제목이 되었다. 1960~1970년대의 소울 명곡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소울 그룹 '템테이션스(The Temptations)의 'I Wish it Would Rain' 등이 그렇다.

하지만 선곡은 특정 시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룹 코모도어스(Commodores)의 80년대 명곡 'Nightshif', 브루스 도비 그레이가 2000년에 발표한 'Soul Days' 등 비교적 최신곡도 리메이크되었다. 곡의 인지도는 선곡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 스프링스틴이 사랑하는 소울 음악이 유일한 기준이었다. 한편 스프링스틴이 과거 레이 찰스, 엘비스 프레슬리 등과 더불어 가장 위대한 싱어로 손꼽았던 1935년생 소울 보컬 샘 무어(Sam Moore)가 유일한 피쳐링 아티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지난 시대와 현대를 연결하는 큐레이터가 되기를 자처했다. 그는 "그 시절의 음악과 뮤지션들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이 앨범을 통해 내가 그 명곡들을 들었을 때와 같은 전율을 오늘날의 팬들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Clash 매거진은 "새로운 청중이 로큰롤의 전설로부터 영광스러운 발견을 발견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기회"라고 평했다. 그저 흑인 음악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브루스 스프링스틴 특유의 사운드를 입히는 노력도 잊지 않았다. 칠순을 넘긴 보스의 여정은 지금도 확장되는 중이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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