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입은 뒤 그라운드 벗어나는 손흥민

부상 입은 뒤 그라운드 벗어나는 손흥민 ⓒ 로이터/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 개막과 최종 엔트리 발표가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축구대표팀 '벤투호'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이번엔 한국 축구의 핵심이자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이 부상을 당했다.
 
손흥민은 지난 2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마르세유의 스타드 벨로드롬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D조 최종 6차전 마르세유(프랑스)와 원정 경기에서 출전했으나 전반 23분 공중볼 경합 도중 상대 수비수인 찬셀 음벰바(콩고)의 어깨에 얼굴을 크게 가격 당해 부상을 입었다.
 
손흥민은 얼굴을 감싸쥐고 경기장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했다. 의료진이 긴급하게 투입되었으나 여전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손흥민은 결국 약 3분여 뒤 더 이상 경기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고 의료진의 부축을 받아 그라운드를 떠났다. 화면에서 손흥민의 얼굴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왼쪽 광대뼈 부근이 크게 부어올랐으며 코 부근에서는 출혈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손흥민에게 부상을 입힌 음벰바는 지난 1차전 런던 원정 경기에서는 손흥민을 마크하다 경고 2회 퇴장으로 마르세유의 0-2 패배 빌미를 제공한 적이 있어서 이래저래 손흥민과는 악연이 됐다. 음벰바는 전반 종료 직전 헤딩 선취골까지 기록하며 손흥민이 빠진 토트넘을 위기로 몰아넣기도 했다.
 
다행히 토트넘은 후반 9분 클레망 랑글레의 동점골에 이어 후반 추가시간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짜릿한 결승골을 작렬하며 2-1 대역전승을 거뒀다. 유난히 혼전이 벌어진 D조에서 토트넘은 3승2무1패(승점11)를 기록하며 조 1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3승1무2패·승점10)는 포르투갈 스포르팅CP에 역시 2-1 역전승을 거두고 조 2위로 뒤를 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라커룸에서 눈이 부은 채로 동료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부상이 가볍지 않아 주말 리버풀과의 경기에서는 결장할 것이 유력하다. 만일 정밀검사 결과 손흥민이 안와골절-뇌진탕 등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결장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토트넘도 문제지만 더 비상이 걸린 것은 월드컵이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온 축구대표팀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달 28일부터 국내파 선수들을 먼저 소집하여 훈련을 진행 중이며 오는 11일 오후 8시 화성종합경기타운주경기장에서 아이슬란드와 국내파 위주로 마지막 평가전을 가질 예정이다.

하루 뒤인 12일에는 유럽파를 포함한 최종 엔트리 26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손흥민은 최종 엔트리에 무조건 포함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어 벤투호는 14일 카타르로 출국하여 열흘 뒤인 24일 우루과이전을 시작으로 28일 가나, 다음달인 12월 3일 포르투갈과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일정을 소화한다.
 
A매치 104경기 35골을 기록중인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대체불가한 핵심전력이다. 손흥민의 출전과 정상 컨디션 여부에 따라 대표팀의 전술과 전력 자체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뜩이나 올 시즌들어 부진과 기복으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손흥민이 큰 부상까지 당하면서 월드컵을 앞두고 컨디션에 차질을 빚게 된다면 벤투호는 플랜A를 전면 수정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더 우려되는 것은 현재 벤투호의 핵심 공격수들이 대부분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전 스트라이커 황의조는 올해 2부 리그로 강등된 프랑스 보르도를 떠나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원소속팀은 잉글랜드 노팅엄 포레스트)로 임대 이적했으나, 정상적인 프리 시즌을 소화하지 못하며 컨디션 난조로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지난 10월에는 2군으로 잠시 내려가기도 했으며 다시 1군으로 복귀했으나 1경기만에 리그 출전명단에서 또다시 제외됐다.
 
보르도 시절 유럽 5대 리그라는 프랑스 1부에서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으나, 그보다 리그 랭킹이 떨어지는 그리스 리그에서는 아직 마수걸이 골도 신고하지 못했다. 현지 언론들은 올림피아코스가 최근 황의조와의 임대 계약을 해지하면서 노팅엄 포레스트로 조기 복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황의조는 대표팀에서도 지난 아시아 최종예선 무득점에 그치는 등 부진이 길어지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제는 황의조가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나서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또다른 유럽파 공격수인 황희찬도 EPL 2년차인 올시즌에는 소속팀 울버햄튼의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황희찬을 영입했던 브루노 라즈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면서 스티브 데이비스 감독대행은 황희찬을 큰 의미없는 후반전 교체 요원으로만 간간이 기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희찬은 올시즌 리그 12경기 중 개막전만 선발로 나섰다. 3경기는 결장했고, 8경기는 모두 후반 막판에 투입되어 짧은 시간만 소화했다. 개막 이후 공격포인트는 도움만 1개 기록했을 뿐 골은 없다.

벤투호 공격진의 핵심인 손-황-황 삼각편대가 하필 월드컵을 코앞에 둔 시점에 하나같이 컨디션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은 대표팀에 치명적인 상황이다. 그나마 올시즌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조규성(리그 17골 5도움)이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게 위안이다. 하지만 큰 무대 경험이 부족한 조규성이 월드컵에서 손황황 트리오를 제치고 주전으로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손흥민의 상태가 빨리 회복되고 더 이상의 추가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한편으로 벤투호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대안을 고려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와 팬들은 벤투 감독의 보수적인 성향과 선수운영의 경직성을 오래 전부터 지적해오고 있다.
 
그동안 이강인, 이승우, 주민규 등,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도 정작 벤투 감독이 원하는 성향에 맞지않아 대표팀에서는 중용되지 못하는 선수들이 적지않다. 오현규-양현준 등 신성들이 이번 국내 선수 소집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새 얼굴을 실험하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기에, 최종 엔트리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월드컵을 앞두고 황의조-손흥민-조규성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정통 스트라이커 자원, 경기 후반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는 '조커'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월드컵은 언제든 수많은 한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는 무대다. 다양한 옵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준비한 플랜A가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 벤투호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손흥민의 부상은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둔 벤투호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의 신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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