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안타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극단적인 시프트를 사용하는 게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내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0일(한국시간 기준) 경기 위원회 투표를 거쳐 2023년부터 세 가지의 제도적인 변화가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투구 시간 제한(피치 클락 도입), 베이스 크기 조정, 수비 시프트 금지가 그 대상이다.

선수노조 측은 투구 시간 제한과 수비 시프트 금지에 대해서 줄곧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그러나 선수 측(4명)보다 사측 의원(6명)이 더 많았던 탓에 선수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2023시즌부터 새로운 규칙이 도입됨을 알리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2023시즌부터 새로운 규칙이 도입됨을 알리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MLB

 
대대적인 변화... 내년부터 어떻게 바뀔까

투구 시간 제한의 궁극적인 목적은 경기 시간 단축이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와 있을 때 각각 15초, 20초 이내에 투구 동작을 시작해야 한다. 제한 시간을 초과할 경우에는 구두 경고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볼이 선언된다. 타자도 피치 클락에 8초가 남았을 때까지 타석에 들어서지 않으면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빅리그 도입 이전에 마이너리그서 피치 클락을 도입한 결과 평균 경기 시간이 약 26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수가 인터벌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경기 시간 단축으로 이어진 셈이다. 경기당 도루 시도의 경우 2019년 2.23회서 올해 2.83로 증가했다.

수비 시프트 금지는 빠른 경기 진행 및 인플레이 타구 상황 증가를 위해 시행되는 제도다. 내야는 물론이고 외야에 4명의 야수가 배치되는 '극단적인' 시프트도 허용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포수, 투수를 제외한 내야수가 투구 전까지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양쪽에 2명씩 서야 한다.

내야수의 발은 내야 그라운드의 흙으로 된 부분에 머물러야 하며 이닝 도중에는 내야수끼리 포지션을 변경할 수 없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규정을 어긴 상태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면 심판은 볼을 선언하게 된다.

1루, 2루, 3루 베이스의 크기는 기존 15제곱인치서 18제곱인치로 늘어난다. 주루 플레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마이너리그에서는 베이스 크기 증가로 주루와 관련한 부상이 13.5% 감소했다.
 
 지난해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두산 베어스 김재환이 타석에 들어서자 키움 히어로즈 야수들이 위치를 조정했다. 2루 베이스 기준으로는 오른쪽에 세 명의 내야수가 위치해있다. 내년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지난해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두산 베어스 김재환이 타석에 들어서자 키움 히어로즈 야수들이 위치를 조정했다. 2루 베이스 기준으로는 오른쪽에 세 명의 내야수가 위치해있다. 내년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다. ⓒ 유준상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MLB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우리는 팬들과 함께 철저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해왔다. 팬들은 더 빠른 속도의 경기를 원하고 더 많은 액션을 원한다. 또한 훌륭한 선수들의 운동 신경을 보길 원한다"고 달라지는 제도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얼핏 들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변화이지만 한편으로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규정이 바뀌는 것에 대해 반대한 선수노조뿐만 아니라 야구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비 시프트 금지는 현장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인플레이 타구가 안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한다면 환영할 만한 변화다. 반면 안타를 내주지 않기 위해 수비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들이라면 달갑지 않은 일이다.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비 시프트는 야구계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메이저리그는 물론이고 국내서도 수비 시프트를 점차 활용하는 팀이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던 중이었다.

그러나 '야구의 트렌드'를 이끄는 메이저리그에서 시프트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KBO리그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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