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23-0 롯데 대파…역대 최다 점수 차 대승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5회초 롯데 투수 문경찬이 실점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KIA는 롯데에게 23-0으로 KBO리그 역대 최다 점수 차 승리를 거뒀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 KIA, 23-0 롯데 대파…역대 최다 점수 차 대승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5회초 롯데 투수 문경찬이 실점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KIA는 롯데에게 23-0으로 KBO리그 역대 최다 점수 차 승리를 거뒀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 연합뉴스

 
프로야구 경기에서 무려 23점차라는 경악할 만한 점수차가 나왔다. 대표적인 다득점 스포츠인 농구에서도 20점차 이상의 패배는 치욕으로 여겨진다. 심지어 아마추어야구에서도 두 자릿수 이상 점수차가 벌어지는 일이 그리 흔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상위리그인 KBO리그에서 이러한 '바스켓볼 스코어'가 현실이 됐다.
 
대참사의 주인공은 바로 롯데 자이언츠였다. 7월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롯데는 상대에게 무려 23점을 내주는 동안 단 한 점도 뽑지 못하며 치욕적인 대패를 떠안았다. 도저히 프로야구 팀이라고는 믿기 힘든 스코어와 경악스러운 경기 내용은 홈팬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시작은 선발투수 글렌 스파크맨의 난조에서 비롯됐다. 스파크맨은 3이닝 동안 피안타 9개, 사사구 1개를 헌납하며 무려 6점을 허용했다. KIA 타선은 1회초 1사부터 이창진, 나성범, 황대인의 연속 안타로 만루를 만들었고 김선빈이 2타점 중전 적시타로 기선을 제압했다. 3회초에는 이창진이 좌전 안타와 2루 도루에 이어 황대인의 1타점 좌전 적시타, 2사 2, 3루에서 한승택이 2타점 중전 적시타로 5-0까지 점수를 벌렸다.
 
스파크맨은 4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선두타자 박찬호에게 볼넷을 내주고 결국 강판됐다. 이후 스파크맨이 남긴 주자인 박찬호가 홈을 밟으면서 자책점은 6점으로 늘어났다.
 
이미 뜨겁게 불붙은 KIA의 방망이는 스파크맨이 내려간 이후에도 열기가 식지 않았다. 이창진과 나성범의 연속 안타, 황대인의 2타점 우전 2루타, 류지혁의 우전 적시타, 김호령의 2타점 좌전 안타가 잇달아 터지며 4회에 이미 점수는 11-0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승부가 이미 기울었지만 이제까지의 하이라이트조차도 5회 '빅이닝'을 위한 서막에 불과했다. 이우성이 중전 안타로 출루한 후 나성범과 황대인이 연이은 2루타, 최형우의 투런 홈런, 김호령의 이우성 좌중간 적시타에 이어, 김석환의 스리런 홈런까지 터지며 5회에만 무려 10점을 몰아쳤다. KIA는 이날 경기에서 4~5회에만 무려 16득점을 뽑아낼 동안 2이닝 연속 이닝으로 타선이 일순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일찍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탓에 필승조를 가동하지 않았던 롯데는 스파크맨에 이어 추격조인 진승현, 김민기, 문경찬 등을 올렸으나 아무도 1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다. 진승현이 0.1이닝 동안 5피안타 5실점, 김민기가 0.2이닝 6피안타(1피홈런) 5실점, 문경찬이 0.1닝 4피안타(1피홈런) 5실점으로 사이좋게 골고루 얻어터지며 무려 15점을 헌납했다.
 
이제는 사실상 빨리 악몽같은 경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었지만, 마지막까지도 KIA는 롯데를 호락호락 놓아주지 않았다. 8회초 KIA는 최준용(1이닝 3피안타 1홈런 2실점)을 상대로 황대인의 솔로 홈런과 김규성의 적시타로 2점을 더 챙겼다.
 
롯데는 이날 무려 8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으나, 실점과 피안타를 내주지 않은 것은 강윤구(1.2이닝)-김도규(1이닝)-김원중(1이닝) 세 명 뿐이었다. 마운드에 가려졌지만 타선도 KIA 선발 이의리(7이닝 3피안타 무실점)에게 삼진만 9개를 허용하며 꽁꽁 묶였고, 고영창과 이준영(이상 1이닝)을 공략하는 데도 실패하며 고작 5안타 무득점으로 무기력한 영봉패를 당했다.
 
이날 패배로 롯데는 단순한 1패를 넘어서 프로야구의 진기록들을 대거 새롭게 썼다. 23점차는 프로야구 최다 점수 차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2점으로 1997년 5월 4일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LG 트윈스전에서 거둔 27-5, 2014년 5월 31일 잠실에서 롯데가 두산 베어스에게 23-1 승리를 각각 거둔 바 있다.
 
또한 23점은 롯데의 구단 역대 한 경기 최다 실점 타이기록이다. 롯데는 2019년 3월 27일 사직에서 열린 삼성전(23-4)에서도 이미 23점을 헌납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3년전에는 최소한 득점을 뽑아내며 영봉패는 면했다.
 
반면 KIA는 구단의 역대 최다점수차 승리는 물론, 장단 26안타를 퍼부으며 구단 역사상 한 경기 최다안타 신기록도 새롭게 갈아치웠다. 프로야구 역대 한 경기 팀 최다 안타 기록은 롯데(2014년 5월 31일 잠실 두산전)의 29안타에는 불과 3개가 모자랐다.
 
한편으로 프로야구 순위 판도에도 큰 분수령이 될 만한 경기였다. KIA는 올스타 휴식기 이후 재개된 주말 원정 3연전에서 롯데에 스윕승을 거두며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5위 자리를 공고하게 지켰다. 45승 1무 40패를 기록한 KIA는, 38승 3무 47패에 그친 6위 롯데와의 승차를 4게임에서 7게임차로 크게 벌렸다. 4위 KT(46승2무39패)와도 불과 1게임차이로 추격에 나섰다.
 
롯데는 전반기 막바지를 4연승으로 마치면서 후반기 대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은퇴를 앞둔 간판스타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이기도 한만큼 가을야구 진출에 대한 열망이 더 높았다.
 
하지만 후반기 분위기 싸움에서 중요했던 첫 홈 3연전부터 KIA에 싹쓸이 패배는 물론 5득점 37실점이라는 '대참사'에 가까운 결과가 벌어지면서 멘붕에 빠졌다. 전반기에 부진으로 교체여론이 높았던 스파크맨에 대한 무리한 신뢰, 한번 흐름을 내주면 와르르 무너지기 일쑤인 선수들의 집중력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게 재앙을 불러왔다.
 
무엇보다 프로라면 질 때 지더라도 입장료를 지불하고 휴일에 야구장을 찾은 홈팬들 앞에서 이런 경기력을 보여줘서는 안됐다. 이미 점수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진 4회부터 실망한 롯데 홈팬들이 관중석을 빠져가나는 모습이 잡혔다. 10실점 참사가 벌어진 5회에는 팬들이 아예 응원조차 포기하고 허탈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경기 후반에는 KIA 타자들이 안타를 치거나 출루할 때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진풍경이 연출되며, 무기력한 롯데 선수단에 대한 불만을 반어법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프로야구 응원 문화가 지금보다 훨씬 거칠고 과격했던 1980~1990년대에 만일 홈에서 이런 경기력을 보였다면, 팬들이 집단으로 분노를 드러내거나 선수단이 경기장에 붙잡혀서 빠져나가지도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져도 할말이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기대와 관심이 없으면 실망조차도 하지 않는다. '느그가 프로가'라는 현수막이 롯데의 홈구장에 내걸렸던 게 그리 오래전의 일도 아니다. 롯데 선수단이 진정한 프로라면 이날 보여준 수치스러운 경기력에 대하여 뼈저린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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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자이언츠 KIA타이거즈 최다점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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