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

영화 <헤어질 결심> ⓒ CJ ENM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과연 흥행에 참패한 것일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초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2>는 큰 흥행에 마냥 웃을 수 있을까. 최근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 세 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관객의 복수 관람(아래 N차 관람) 비중이 가장 높은 영화는 바로 <헤어질 결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주목작인 <범죄도시2> <탑건: 매버릭> 그리고 <헤어질 결심> 등은 모두 개봉 첫 주차에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청신호를 켠 것처럼 보였다.

지난 5월 18일 개봉한 <범죄도시2>가 5일 만에 누적 300만을 돌파했다. 개봉 첫 주말을 지나면서는 좌석판매율 45.3%, 상영점유율 70.4%(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하며 말 그대로 기염을 토했다. 이후 급격한 흥행을 예고한 셈이다.
 
이에 비해 6월 22일 개봉한 <탑건: 매버릭>은 개봉 첫날 18만 관객을 동원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물론 개봉일 기준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지만, 좌석판매율이 12.5%에 머물며 이후 하향세가 예상됐다. 개봉 첫 주말을 지날 무렵 좌석판매율은 30.7%, 상영점유율은 48.1%로 <범죄도시2>에 비해 동력이 약한 편이었다.
 
<헤어질 결심>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6월 29일 개봉한 해당 영화 또한 개봉일 11만 관객 동원에 그치며 관계자들의 긴장감을 샀다. 개봉 첫날 26.6%던 스크린 점유율은 첫 주말을 지나며 19.5%로 급격히 떨어졌다. 사실상 상업영화가 아닌 예술 영화 상영 수준의 스크린을 확보하는 건 아닌지 우려를 샀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2주차에 <헤어질 결심>은 스크린 점유율 등이 11%대로 떨어지며 존재감을 잃는 듯 보였지만, 3주차인 7월 11일부터 반등해 13% 수준으로 올라왔다. 그 흐름은 4주차까지도 이어졌다. <탑건: 매버릭>은 개봉 1주차 30% 초반 대의 스크린 점유율을 유지하다 2주차 중반 25% 대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반등해 <토르: 러브 앤 썬더> 개봉 직전까지 29% 수준을 유지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주요인으로 N차 관람을 꼽을 수 있다. <헤어질 결심>과 <탑건: 매버릭>의 N차 관람이 유의미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그만큼 입소문을 타고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고 해석 가능하다.

특히 <탑건: 매버릭>의 경우 개봉일 때 낮은 좌석판매율로 첫 주말 성적이 중요했는데 150만 관객을 넘는다면 뒷심을 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다행히 152만을 기록했고 좌석판매율 또한 6월 26일 일요일 기준으로 30.7%로 개봉일에 비해 3배 정도 급증했다. 6일 뒤인 7월 2일 토요일엔 무려 40.4%의 좌석판매율을 보였다.
 
'영화적 경험'이 중요하다
 
 영화 '탑건:매버릭'의 한 장면.

영화 '탑건:매버릭'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실제로 N차 관람의 흐름은 어땠을까. CGV 데이터(7월 첫째 주 기준)를 보면 개봉 1주차에 5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 중 2회 이상 관람 비율이 가장 높은 영화는 3.3%를 기록한 <헤어질 결심>이었다. 그 뒤를 <범죄도시2>(2.6%), <브로커>(2.4%)가 이었다.
 
그렇다면 비교 일수를 좀 늘려 N차 관람 비중이 높은 작품은 어떤 영화였을까. CGV 측에 문의한 결과 개봉일로부터 3주차까지, 그러니까 18일간 상영 중 N차 관람 비중이 가장 높은 영화는 <탑건:메버릭>이었다. 6월 22일부터 7월 10일까지 해당 작품을 2회 이상 본 관람객 비율은 5.1%, 3회 이상 관람한 관객 비율은 1.1%로 N차 관람 비중이 6.2%에 달했다.
 
6월 29일부터 7월 17일까지 <헤어질 결심>을 2회 관람한 비율은 4.3%, 3회 이상 관람한 비율은 0.9%였다. N차 관람 비중은 5.2%로 <탑건: 매버릭>의 뒤를 이었다. 참고로 <범죄도시2>는 개봉일인 5월 18일부터 6월 5일까지 2회 관람 비율은 3.8%, 3회 이상 관람 비율은 0.5%였다.
 
이런 N차 관람으로 뒷심을 받은 <탑건: 매버릭>은 7월 20일 기준 누적관객 598만으로 6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헤어질 결심> 또한 134만으로 손익분기점 120만을 넘은 상태다. <헤어질 결심>의 애초 손익분기점은 300만 안팎으로 추정됐으나 해외 선판매 등 실적이 좋아 실제 손익분기점이 많이 낮아졌다. 그렇기에 영화가 흥행 부진이거나 폭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헤어질 결심> 각본집은 출간되지도 않았는데 예약 주문이 폭주하며 19일 기준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있다.

이처럼 N차 관람이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헤어질 결심>을 세 번 봤다는 한 관객은 "기존의 강한 이미지, 자극적인 장면으로 박찬욱 감독 영화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번엔 한번 보고도 여운이 남아 계속 찾게 된다"라며 "관련 굿즈(영화 관련 특별 상품 등)도 열심히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탑건: 매버릭>을 두 번 본 또 다른 관객은 "처음엔 아이맥스관이 매진이라 일반관에서 봤는데 영화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려고 아이맥스관을 다시 예매했다"라고 전했다. <탑건: 매버릭>을 배급한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상영 초반엔 (1편의 향수가 있는) 4·50대 관객이 중심이었다면, 입소문이 20대 아래로 퍼지는 모양새였다"라며 "아무래도 영화가 좋아서인 것 같다. 그리고 톰 크루즈 등 출연 배우가 내한해서 열심히 관객과 소통한 것도 작용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아무래도 관객 성향이 바뀐 것 같다"고 정의했다. 그는 "뮤지컬이나 연극 쪽에서 벌어지던 현상이 영화 쪽으로 넘어온 셈인데, 아무 영화나 N차 관람이 벌어지는 것 같진 않고, 작품성이 있는 영화 중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영화에 한 해 나타나는 것 같다"라며 "<보헤미안 랩소디>나 <알라딘> 경우에도 초반에 부진했다가 싱어롱(sing-along) 버전이나 특별관에서 보는 문화가 생기면서 몇 달에 걸쳐 천만을 달성했다"라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 탑건: 매버릭 박찬욱 톰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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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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