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외국인 타자 교체를 통해 후반기 승부수를 걸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후반기에 함께 할 새 외국인 선수로 미국 출신의 우투좌타 외야수 잭 렉스와 총액 31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8일 전반기 85경기에서 타율 .228 13홈런48타점32득점7도루로 만족스런 활약을 하지 못했던 외국인선수 DJ 피터스를 퇴출한 롯데는 이틀 만에 새 외국인 선수 렉스를 영입하면서 후반기 승부수를 던졌다.

1993년생 렉스는 작년 빅리그에 데뷔해 2년 동안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205 3타점5득점을 기록했다. 렉스는 롯데와 계약을 체결한 후 "롯데 자이언츠에 합류하게 되어 영광이다. 팀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팀이 후반기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과연 렉스는 5위 KIA타이거즈에게 4경기 뒤진 6위로 전반기를 마친 롯데를 가을야구로 이끄는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후반기에 함께 할 새 외국인 선수로 미국 출신의 우투좌타 외야수 잭 렉스와 총액 31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후반기에 함께 할 새 외국인 선수로 미국 출신의 우투좌타 외야수 잭 렉스와 총액 31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 롯데자이언츠제공

 
타격 강화 위해 데려온 피터스의 부진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발자원 2명을 영입하는 투수와 달리 외국인 야수는 팀의 사정과 시즌전략에 따라 영입 색깔이 달라지곤 한다. 수비나 주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타격과 장타에 특화된 선수를 영입해 외국인 선수 특유의 파워를 기대하는 구단이 있고 팀에 부족한 포지션의 선수를 영입해 전력을 더욱 짜임새 있게 만들려는 구단이 있다. 그동안 롯데의 외국인선수 영입전략은 후자에 가까웠다.

롯데는 2017 시즌을 앞두고 황재균(KT 위즈)의 미국진출로 내야진이 약해지자 외국인 2루수 앤디 번즈(오클라호마시티 다저스)를 영입했다. 2017년 안정된 수비는 물론 3할 타율에 15홈런을 기록했던 번즈는 2018년 23홈런을 기록했지만 타율이 .268로 떨어졌고 수비에서도 22개의 실책을 저지르면서 효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롯데는 2018 시즌이 끝나고 번즈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2019년 카를로스 아수아헤와 제이콥 윌슨으로 재미를 보지 못한 롯데는 성민규 단장 부임 후 베네수엘라 출신의 유격수 딕슨 마차도(아이오와 컵스)를 새 외국인 선수로 데려왔다. 마차도는 2년 간 무려 278경기에 출전하는 강철체력을 과시했고 2년 동안 실책이 21개에 그치는 등 유격수로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마차도는 '외국인 타자'로서의 무게감이 부족했고 결국 롯데는 작년 시즌이 끝나고 마차도와 결별을 선택했다.

롯데가 올 시즌을 앞두고 202cm의 거구 외야수 피터스를 영입한 것은 피터스가 최소 짐 아두치, 최대 멜 로하스 주니어(한신 타이거즈) 같은 타석에서의 무게감을 보여주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터스는 전반기 1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오재일(삼성 라이온즈), 오지환(LG트윈스)과 함께 홈런 부문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 롯데의 국내 선수들 중에서 전반기 피터스보다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피터스의 장타들은 롯데의 승리와 연결되지 못했다. 피터스는 시즌 타율도 .228로 낮았지만 주자가 나가면 .213, 득점권에서는 .215로 타율이 더 나빠졌고 수비에서도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우타자임에도 좌완(타율 .200)과 잠수함(타율.159) 투수에게 약했던 것도 피터스의 치명적인 약점. 결국 롯데는 전반기가 끝난 후 더 이상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피터스에 대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트리플A에서 검증 끝낸 렉스 영입

학창시절 운동은 물론 학업성적도 뛰어났던 렉스는 미국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했지만 야구에 대한 강한 열정으로 공군사관학교를 자퇴하고 켄터키 대학에 들어가 입단테스트를 받고 야구부에 들어갔다. 렉스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로 명문 LA다저스에 지명됐지만 상대적으로 나이(만23세)가 많았던 탓에 많은 계약금을 받지 못하고 프로생활을 시작했다(계약금 1500달러).

2017 시즌부터 프로생활을 시작한 렉스는 마이너리그 과정을 착실히 밟아오다가 2019년 더블A와 트리플A 무대에서 타율 .291 28홈런93타점의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0년 마이너리그 시즌이 열리지 않으면서 본의 아니게 1년의 공백을 갖게 된 렉스는 작년 한 차례 메이저리그에 콜업됐지만 6경기에서 10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말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렉스는 트리플A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4월 말 빅리그에 콜업됐다. 렉스는 빅리그에서도 16경기에서 타율 .265 3타점을 기록했지만 6월 다시 마이너행을 통보 받았다. 결국 렉스는 올 시즌 트리플A 34경기에서 타율 .331 6홈런21타점24득점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도 20일 롯데와 계약을 맺으면서 KBO리그라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빅리그에서도 주로 코너 외야수로 활약했던 렉스는 롯데에서도 우익수로 나설 확률이 높다. 렉스는 2019년 트리플A무대에서 28홈런, 작년에도 19홈런을 때려냈고 3년 연속 .900 이상의 OPS를 기록했을 정도로 타격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된 선수다. 다만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삼진 비율이 다소 높았는데 KBO리그에서도 투수들의 유인구에 쉽게 방망이가 따라 나온다면 85경기에서 77개의 삼진을 당하고 퇴출된 피터스처럼 고전할 수도 있다.

롯데는 전반기 .259의 준수한 팀 타율(4위)을 기록했지만 팀 득점에서는 10개 구단 중 8위(356점)에 머물렀다. 이대호와 전준우, 안치홍, 한동희 등 강타자들은 즐비하지만 타격에서의 효율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전반기를 4연승으로 마친 롯데가 후반기에도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 외국인 선수 렉스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연 외국인 타자를 교체한 롯데의 후반기 승부수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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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잭 렉스 외국인 타자 DJ 피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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