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혐오와 편가르기란, 그저 유명세와 돈벌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수단에 불과했다. 3월 12일 방송된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사이버 렉카, 쩐과 혐오의 전쟁'이라는 주제로 자극적인 내용을 통하여 혐오를 조장하고 있는 유투버들의 세계를 조명했다.
 
'율깡'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유투버 최유리 씨는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센 언니 컨셉트로 주목받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2월 율깡은 실시간 방송 중 갑자기 화면 밖으로 사라지더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여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화장실에서 남동생과 구급대원들에게 발견된 최유리 씨는 얼마후 끝내 세상을 떠났다. "유투브 믿지 말고요.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라며 흐느끼던 그녀의 호소는 마지막 유언이 됐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유투브 활동은 그녀와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비극이 됐다. 그녀를 괴롭힌 것은 생전 마녀사냥에 가까운 악플이었다. 초반에는 성희롱과 외모비하, 욕설 등에서도 당당히 맞서왔던 최유리 씨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맹목적인 조롱과 인신공격에 가까운 악플은 점점 심해졌다.
 
또한 피해자의 남동생은 누나의 죽음에 또 다른 남성 유튜버 김모 씨의 책임이 있다고 폭로했다. 본인이 조폭 출신이라는 김씨는 자신의 방송에서 지속적으로 최씨를 비난하고 조롱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지인을 통하여 김씨를 소개받았고 처음에는 유투브 운영과 홍보 등에 조언을 받기도 했으나, 이후 관계가 틀어지며 저격성 방송과 고소-고발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 최씨를 향한 악플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라고.
 
반면 김씨는 자신이 방송을 도와줬는데 오히려 최씨가 먼저 자신을 비난하는 방송을 했다고 책임을 돌렸다. "최씨를 비난하는 채팅을 읽어 준 적은 있지만 내가 직접 그를 비난한 적은 없다. 나는 최씨에게 책임을 묻고싶다. 왜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욕해서, 악플이 생긴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주장하며 최씨를 비난했다.
 
이어지는 극단적 선택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최 씨 뿐만 아니라 최근 사망한 여성 인터넷 방송인 BJ잼미 역시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피해자들을 향하여 쏟아진 비난 여론과 악성 댓글의 중심에는 '사이버 렉카'가 있었다. 이른바 교통사고 현장에 잽싸게 달려가는 견인차(렉카)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자극적인 소재를 쫓아서 콘텐츠를 만들어 조회수를 올리는 이슈 유튜버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사이버렉카들의 폐해가 널리 알려진 계기로 성범죄자 조두순 사건이 꼽힌다. 조두순이 출소하자 많은 유투버들이 그가 사는 동네와 집앞으로 몰려가 소란을 피웠다. 방송을 핑계로 조두순의 집에 난입하거나 유투버들끼리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정말로 조두순에 대한 관심이나 사회적 문제인식보다는 단지 자극적인 이슈몰이가 되는 조두순을 이용하여 조횟수를 끌어보려는 의도가 대부분이었다. 김언경 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사이버렉카에 대하여 "이슈를 빠르게 정리하고 화제를 키우는 효과가 있지만, 그들이 다루고 있는 아이템의 대부분이 굉장히 선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정치 유튜버 성제준은 이슈 유투버들의 활동 방식에 대하여 설명했다. 커뮤니티나 기사 등을 통하여 최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슈거리를 찾아내서 자료를 수립하고 정보를 정리하여 영상 촬영 및 편집을 한다. 유투버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월에 평균 2-3천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성제준은 유투브에 대하여 "되게 빠르게 시작할수 있고 수익을 낼수 있는 반면, 많은 부작용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유투브 컨설팅 업체에서 근무한다는 A씨는 "유튜브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슈 유투버나 렉카들이 많다. 대중들의 속성을 파악하면 조횟수 따먹기는 너무 쉽다. 방해되는건 나의 욕심, 교양, 양심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이버 렉카로 활동하려면 철저히 신분과 정체를 숨기며 익명으로 활동해야한다고 강조하며 "이슈 유튜브는 속도전이기에 허위사실이나 검증되지않은 사실도 많다. 대한민국에서 고소를 하려면 대상이 누군지 알아야되는데 구글은 개인정보를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익명의 사이버렉카들이 법적 처벌의 두려움없이 활동할수 있는 이유다.
 
사이버 렉카들이 주목하는 것은 주로 젠더 담론같은 진영을 대변하는 이슈들이다. 화려한 언변을 내세워 한쪽의 편에 서서 사람들에게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고, 그것으로 돈이 된다. 사이버렉카로 활동했다는 이슈 유튜버 C씨는 "사이버렉카의 가장 큰 핵심은 갈라치기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 대하여 단편적안 사실로 대중을 분노하게 만들고, 그것을 이용해서 자기 돈벌이를 한다"고 원리를 설명했다.
 
방송인 홍석천도 사이버렉카의 피해자로 등장했다. 인터뷰에서 홍석천은 "유튜버들의 공격을 많이 당하는 대상"이라고 밝히며 "저런 일들이 진짜인가 보구나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있더라"고 지적했다.

홍석천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지인이자 배구선수 고 김인혁을 언급했다. 김인혁은 생전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과 악플러들 때문에 힘들어했고, 고인의 극단적 선택 이후 애도를 글을 올린 홍석천도 덩달아 비난과 억측에 시달렸다. 홍석천은 "분명히 공격했던 분들은 처벌 받지 않을 거다. 죄책감 느끼고 있는지 저는 모르겠다. 벌을 줄 수 있는 채널이 없으니까 억울한 사람이 계속 생긴다"며 씁쓸한 속내를 털어놨다.
 
방송인겸 칼럼니스트 곽정은은 여혐 성향의 이슈 유투버들로부터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곽정은은 과거에는 댓글 한두줄에 그쳤던 악플이, 유튜브를 통하여 소리와 영상,사진까지 더해지면서 '입체적으로 잘 짜여진 악의 항연'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지금도 자신에게 쏟아지고있는 유투버들의 비난 영상과 그 밑에 달린 댓글들에 대하여, 곽정은은 "더이상 이 사회에서 발 못붙이고 살게 만들어주겠다는 배제의 메시지다. 피해자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정신적 충격이 될수 있다"고 우려했다. 곽정은은 더 무서운 것으로 "이런게 보편적인 일이 될수 있다는 것. 나쁜 컨텐츠들이 너무 숫자가 많아지면서 보통의 기준값이 되어버린다. 혐오가 보편의 정서가 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이버렉카의 피해는 유명인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예외가 아니다. 한 이슈 유투버는 여성 관련 프로젝트 연구자들을 비난하는 동영상을 올리며 피해자들의 얼굴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높은 조횟수를 기록했고 악플러들은 피해자의 개인 SNS에 몰려가 과거 게시물까지 찾아내며 비난성 댓글을 달기도 했다.
 
여기서 '혐오'는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의 동의를 끌어오며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사이버 렉카들의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전략이 된다. 이재신 중앙대 교수는 "혐오 표현은 남과 나 사이의 거리를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게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쉽게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져서 관심을 끌어모으는데 좋은 도구가 된다"고 분석했다.
 
이슈 유튜버들이 조장하는 혐오에 동참하는 악플러들은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누군가를 비난하고 공격했고, 정작 사건의 진실이나 피해자들의 해명에는 관심도 없었다. 제작진이 조사한 결과, 악플러들은 자신이 비난한 대상이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분위기와 군중심리에 휩싸여 악플을 남겼다가 잘못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기도 했다.

전문가인 김태경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유투버와 시청자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라고 정의하며 "중립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공감은 집단 전체를 미치게 한다. 합리적인 사고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마녀사냥"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올해 사망한 유투버 BJ잼미를 공격했던 이슈 유튜버 B씨는 제작진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한낱 이슈가 발생하면 뒤에서 정리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를 향한 악플 유발에는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했지만, 본인은 그저 자극적인 논란을 다루었을 뿐, "허위 사실을 말한 적이 없다며 피해자가 자신으로 인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억측"이라고 변명했다.
 
법적 규제 필요성 제기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민식이법' 제정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고 민식군의 부모님들도 사이버 렉카의 피해자였다. 이 부부를 지속적으로 괴롭힌 한 유튜버 S는 사실이 아닌 일방적인 주장과 인신공격을 일삼다가 결국 고소를 당했다. 반성의 기미가 없었던 S는 유죄를 인정받게 되자 그제서야 태도를 바꿔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했고, 표현의 자유를 어필하기도했다.

하지만 민식군의 부모는 사이버렉카 때문에 한 가족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받았음에도 감형까지 받은 미약한 처벌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식이 어머니는 "표현의 자유 때문에 누군가가 다치고 힘들어하면 책임이 따라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유튜브라는 매체와 무분별한 사이버 렉카들을 규제할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제작한 영상을 아무 인식없이 시청하고 공유하고 나아가 또다른 악성댓글을 퍼뜨리는 사람들 역시 사이버 렉카와 똑같은 가해자들이다. 정작 피해자가 발생해도 이런 가해자에게는 제대로 처벌이 어려운데다, 그들이 남긴 악의적인 영상자료와 댓글들은 온라인상에 그대로 남는다.
 
유투브도 나름의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어느새 컨텐츠의 바다가 된 유투브에서 혐오나 괴롭힘에 관련된 내용을 모니터해서 가이드라인만큼 정의롭게 구현되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독일은 '네트워크 집행법'을 도입하여 게시자가 올린 불법적이고 공격적인 컨텐츠에 대하여 문제가 있다면 24시간안에 삭제하도록 한 것. 한국도 영국과 호주의 온라인 안전법을 참고하여 온라인 가해자와 해당 플랫폼을 운영하는 인터넷 사업자까지 처벌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논의중이다.
 
모든 현상과 결과에는 책임이 따른다. 비난과 혐오가 일상에 스며들어 누군가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사회라면 '표현의 자유', '시장과 개인의 자율'이라는 이야기가 언제까지 면죄부가 될수는 없다. 게시자와 시청자들을 통해 수익을 얻는 플랫폼이라면 일정한 사회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이버 세상 또한 공포와 분열의 공간이 아닌, 소통과 통합의 공간으로 거듭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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