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원진아.

배우 원진아. ⓒ 넷플릭스


 
배우 원진아에게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출연은 새로운 경험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상 캐릭터와 CG(컴퓨터 그래픽) 효과가 뒤섞인 판타지 장르가 처음이었고,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절절한 감정 표현을 한 것 또한 처음이었다.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의기투합한 <지옥>은 어느 날 갑자기 미상의 존재로부터 사망 날짜를 고지받는 사람들과 이 현상을 이용해 세를 불리는 사이비 종교 단체, 그리고 거기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원진아는 이중 방금 태어난 자신의 아이가 고지를 받게 돼 혼란스러워하는 송소현 역을 맡았다.

"어머니 통해 영감 많이 받아"

영화 <롱 리브 더 킹> 등 웹툰 기반의 작품을 경험해봤던 원진아는 원작을 보는 대신 시나리오를 파고드는 편이라고 한다. 다만 <지옥>은 달랐다. "연상호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받은 뒤 원작을 봤다"며 그는 "사실 어떤 역할을 할지 알지 못한 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열정 어렸던 당시를 전했다. 

"판타지 요소와 CG가 들어가는 작품에 처음 참여해서 어떻게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했다. 종종 감독님이 프리퀄 영상을 보여주곤 했는데 엄청 신기했다. CG 덕에 극의 몰입도가 극대화된 것 같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대화의 기회를 많이 주시는 편이다. 그래서 배우들이 함께 많이 얘기할 수 있었다."

<지옥>에서 송소현은 지상파 방송사 PD이자 남편 배영재(박정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이비 종교단체 새진리회에 아이를 데리고 가면서 큰 위기를 자초한다. 신생아가 태어나자 마자 지옥에 가야한다는 사실에 그 이유라도 알고 싶은 것. 그만큼 모성애로 판단력을 잃은 한 엄마를 현실감 있게 제시해야 할 임무가 원진아에게 있었다.

"저 또한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왜 아기 엄마가 거길 찾아가나 답답한 마음이 크게 들었다. 소현의 혼란과 슬픔이 캐릭터의 매력이라 생각했다. 제가 답답함을 느꼈듯 시청자분들도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잘 전달해야 했다. 나중에 그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는 요소가 나오니까 걱정은 없었다. 

소현이 아무래도 온전치 못한 정신 상태로 등장하기에 그의 평소 성격이나 특징은 제가 표현하는 데에 제약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저의 본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 친한 사람에게 장난기 있게 대하는 모습 등이 저와 많이 닮았다. 모성애 연기라는 게 아직 상상하기 힘들어서, 내가 실제로 그런 일을 겪는다면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을 많이 하면서 했다. 어머니께도 많이 물어봤다. 아이 문제에 대해 슬프고 마음 아프다는 어머니 반응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드라마를 보시고 어머니가 우셨다. 그만큼 감수성이 풍부하셔서 딸이 그런 일을 겪은 것 마냥 생각하시더라."
 
 
 배우 원진아.

"소현이 아무래도 온전치 못한 정신 상태로 등장하기에 그의 평소 성격이나 특징은 제가 표현하는 데에 제약아 없었다." ⓒ 넷플릭스


    
"연기에 대한 애정 더욱 커져"

시즌1에서 배영재와 송소현은 끝내 비극을 맞이하지만 원진아는 "시즌2에 다시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매우 크다"며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소현과 영재가 희생하면서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에 후회가 없다"며 그는 "드라마 자체가 어둡고 분위기에 압도될 수 있는데 사랑을 통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옥이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얼마나 건강하냐에 따라 지옥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생각에 따라 주어진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인간에게 있는 게 아닐지. 권력과 힘으로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 약자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주가 된다면 그곳이 지옥일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고지받은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고 도우려는 이웃이 많았다면 그렇게 어둡고 침침하게 분위기가 흘러가지 않았을 것이다."

데뷔 6년 차인 원진아는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자신을 서서히 알리고 있다. <오징어 게임> 배우들처럼 급격한 인기나 애정 공세는 없다고 한다. 그는 "강한 파도에 휩쓸리기보단 잔잔하게 여러 해석들이 나오면서 언급되는 게 개인적으론 좋은 것 같다"며 "연말과 연초에도 아마 작품 촬영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처음 배우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땐 연기에 대한 애정만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재밌어 보이니 하고 싶었던 거지. 데뷔한 이후 자책과 후회, 스스로 실망하면서 제대로 연기를 즐기지 못했다. 힘든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젠 내려 놓을 건 내려놓으면서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좀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내가 행복할 방법을 찾다 보니 연기할 때도 좀 즐기면서 하자는 마음이 들더라. 고민의 양은 줄지 않았지만 연기를 만족할 만큼 잘 해내지 못하더라도 행복하게 해보려는 마음의 공간이 생겼다. 좀 더 연기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 아닐까 싶다."


작품 활동과 더불어 요즘 취미를 붙인 캠핑에도 그는 진심이었다. "새해엔 아프지 않게 체력관리도 하면서 여러 운동을 하려 한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더 나아져서 캠핑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새해가 됐으면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배우 원진아.

"지옥이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얼마나 건강하냐에 따라 지옥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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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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