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김원형 두산 베어스 코치를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김원형 SK 신임 감독.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김원형 두산 베어스 코치를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김원형 SK 신임 감독. ⓒ 연합뉴스

 
페넌트레이스를 마친 프로야구에 감독교체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 가을야구에 탈락한 팀들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 9위를 기록한 SK 와이번스는 지난 6일 김원형 두산 1군 투수코치를 8대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SK는 올시즌을 마친후 건강상의 문제로 장기간 자리를 비웠던 염경엽 전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데 이어, 박경완 감독대행도 함께 사퇴한 상황이었다.

김원형 감독은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 김재현 해설위원 등과 함께 SK의 신임 감독 호보군으로 일찌감치 유력하게 거론된 끝에 최후의 승자가 됐다. 두산이 현재 포스트시즌이 아직 진행중인 상황이라 '감독발표 시기'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김원형 신임 감독은 두산 구단의 배려로 9일부터 SK의 마무리 훈련에 합류하여 감독으로서의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형 감독은 SK의 창단 멤버이자 2000년대 'SK 왕조'의 주역중 한 명이었다. 1991년 쌍방울에서 데뷔하여 구단이 해체된 이후에는 선수단을 그대로 승계한 SK에서 2011년 은퇴할 때까지 한번도 트레이드나 이적이 없었기에 사실상 SK의 프랜차이즈스타이자 '원클럽맨'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그만큼 SK의 상황이나 팀문화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다, 은퇴 후에도 SK-롯데-두산 등에서 투수-수석코치로 오랜 경험을 쌓아오며 '준비된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가 김감독 선임에 앞서 구단의 황금기를 설계한 단장 출신 민경삼 대표이사를 복귀시킨 것 역시 왕조 시절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편으로 김원형 감독의 SK행으로 덩달아 주목받는 것이 '감독 양성소'가 된 두산이다. 두산이 잘 짜여진 내부 육성시스템을 바탕으로 매년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 상황에서도 뛰어난 선수들을 새롭게 배출하며 오랜 시간 꾸준한 성적을 올려 '화수분 야구'라는 별명을 얻었다. 믿고쓰는 두산표라는 이야기가 나올만큼 두산 출신 선수들을 타팀에서 영입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런 두산의 시스템이 코칭스태프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두산의 성공을 가까이서 경험해봤거나 능력을 인정받은 두산 출신 코치들이 타팀의 영입대상이 되거나 감독으로 영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

일단 두산 내부적으로 봐도 김경문 국가대표팀 감독과 김태형 현 감독이 좋은 예다. 두산의 전신인 OB의 원년우승멤버이자 프랜차이즈스타 출신인 김경문 감독은 2004년 두산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이래 KBO리그에서만 통산 897승을 수확하고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팀을 정상으로 이끄는등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성장했다. 2011년부터는 NC 다이노스의 초대 사령탑을 맡아 구단의 첫 한국시리즈 진출(2016년)을 이끄는 등 두산을 떠나서도 성공 가도를 이어갔다.

역시 두산의 원클럽맨 출신인 김태형 현 두산 감독은 2015년 사령탑에 오른 이래 5년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회의 우승이라는 업적을 이뤄내며 현 KBO리그 최고 감독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산 코치를 하다가 다른 팀 감독으로 보내준 사례도 최근 4년 사이에만 3명이나 된다.2017년에는 한용덕 투수코치가 한화로, 2018년에는 이강철 수석코치가 KT의 지휘봉을 잡게된데 이어 올해는 김원형 투수코치의 SK행으로 이어졌다. 모두 투수출신이라는 점과 두산이 하필 포스트시즌 중인 상황에서 후임 감독으로 확정되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한용덕 감독은 비록 올해 성적부진으로 사임했지만 2018년 한화에 11년만의 가을야구라는 기쁨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강철 감독은 올해 KT의 첫 가을야구와 정규시즌 2위라는 창단 최고성적을 이끌며 호평을 받았다. 김원형 신임감독에 대해서도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올해 준PO에서 탈락한 LG 트윈스는 류중일 감독의 사임을 발표했다. 2018년부터 LG 지휘봉을 잡았던 류 감독은 3년간 8-4-4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가을야구에 두 번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우승을 기대했던 구단과 팬들의 눈높이에 미치지못했고, 특히 류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었던 올해는 정규리그 2위싸움을 하다가 막판 연패를 당하며 4위까지 밀려난 것과 두산과의 준PO 부진으로 인한 책임론을 피할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LG는 1994년 마지막 우승 이후 26년째 정상과 인연을 맺지못하고 있다. 이는 롯데 자이언츠(28년)에 이어 KBO리그에서 두 번째로 긴 무관 기록이다. 지난 26년간 류중일까지 총 10명의 감독이 팀을 거쳐갔지만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이 단 한명도 없을만큼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꼬리표를 떨쳐내지못하고 있다.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극성팬덤의 감독흔들기가 유난히 심한 것으로 악명높은 LG에서 이번엔 과연 누가 독이 든 성배를 감당하려할지 관심사다.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도 차기 감독 선임을 앞두고 있다. 두 팀은 나란히 시즌중에 손혁-한용덕 감독이 성적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며 각각 김창현-최원호 감독대행 채제로 팀을 이끌어왔다. 올해 5위로 시즌을 마친 히어로즈는 구단 수뇌부와 프런트의 영향력이 지나치고 감독의 권위가 보장되지 않은 구단 분위기 때문에 야구계의 여론이 곱지않다. 히어로즈는 최근 몇 년간 염경엽-장정석-손혁-김창현 등 스타출신이나 베테랑 감독보다는,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는 프런트 출신이나 무명의 초보 감독들을 깜짝 선임하는 파격을 거듭해왔다.

올해 구단 역사상 첫 10위를 기록하며 최악의 성적을 거둔 한화는 이미 신임 감독을 선임하기전부터 대대적인 선수단 정리를 단행하며 팀 개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은퇴한 김태균을 비롯하여 주장 이용규와 윤규진, 최진행, 이성쳘 등 베테랑급 선수들이 대거 방출됐다. 당분간은 성적에 대한 기대보다 험난한 리빌딩과 세대교체가 예고되는 만큼 신임 감독도 누가 되든 어려운 길을 감수해야한다.

현직에서 물러나있는 거물급 감독의 복귀설도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로야구가 대대적인 감독교체의 시기를 맞이하면서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김경문 현 대표팀 감독 등이 현장에 복귀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선동열 감독은 실제로 SK의 감독 후보군에 올라 면접을 봤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은 현재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있어서 만일 프로구단의 러브콜을 받게된다면, 내년으로 연기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 사령탑 겸임 여부가 뜨거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프로야구 감독들의 연령대가 점점 젊어지고 '경력자들'보다 새로운 인물을 선호하는 분위기속에서, 베테랑 감독들에게 다시 한번 명예회복의 기회가 주어질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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