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걷어내는 김민재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김민재가 골문 앞에서 공을 걷어내고 있다.

▲ 공 걷어내는 김민재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김민재가 골문 앞에서 공을 걷어내고 있다. ⓒ 연합뉴스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사상 최초의 대회 3연패와 '무실점 전승 우승'을 달성한 남자축구 대표팀의 중심에는 역시 안정된 수비가 있었다. 특히 김영권과 함께 중앙수비를 책임지며 맹활약한 김민재는 실질적인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민재는 본업인 수비에서의 견고함은 물론이고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며 공수 양면에 걸쳐 대체불가한 존재감을 선보였다.

김민재는 불과 프로 데뷔 3년만에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 최고 수준의 수비수로 자리 잡았다. K리그1 최강 전북 현대에서 주전 수비수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데 이어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2018 러시아월드컵' 발탁이 유력했으나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둔 시점에 부상을 입어 아쉽게 낙마했다. 축구팬들은 만일 김민재가 있었다면 월드컵에서 더 안정된 수비를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김민재는 올시즌에는 중국 슈퍼리그로 전격 이적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일각에선 김민재에 앞서 중국에 진출했다가 좋지 않은 결과를 남긴 여러 선배들의 사례와 비교하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는 슈퍼리그에서도 당당히 실력으로 1년 만에 최고 수비수로 우뚝 섰다.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도 중국무대에서 뛰다보면 기량이 하락한다는 '중국화' 괴담이 아직도 존재한다. 하지만 김영권이나 권경원의 사례에서 보듯이 중국무대에서 뛴다고 무조건 기량이 하락한다는 것은 근거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더구나 중국 선수들의 평균기량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슈퍼리그의 각 구단들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외국인 공격수들이 즐비하다. 김민재는 쟁쟁한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로 몸싸움이나 위치선정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왜 자신이 현재 한국 최고 수비수로 불리는지를 증명했다.

아시아권에선 쉽게 찾기 어려운 육각형 수비수

국가대표팀에서도 김민재는 확고부동한 베스트11로 자리매김했다. 벤투 감독은 장현수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대표팀에서 영구 제명당한 이후 중앙수비에는 김민재-김영권 조합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김민재는 2019년 내내 아시안컵-월드컵 2차예선-동아시안컵을 거치며 벤투호 수비진의 핵으로 활약하며 2022 카타르월드컵 출전을 향한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김민재의 최대 장점은 뛰어난 체격조건을 보유한 전형적인 파이터형 수비수임에도 기동력과 빌드업 능력까지 어느 정도 갖췄다는 점이다. 위치선정, 라인조율, 패스, 몸싸움 등 하나하나의 능력만 놓고보면 김민재보다 더 뛰어난 수비수도 있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김민재보다 고른 능력치를 보유한 '육각형 수비수'는 아시아권에서 쉽게 찾기 어렵다. 

경험치가 쌓이면서 데뷔 초기 약점으로 지적되던 오프사이드 라인 관리나 빌드업 과정에서의 잔실수도 많이 줄었다. 김민재보다 바로 앞세대로 평가받는 김영권-장현수-홍정호 등 런던올림픽 세대와 비교해도 그 나이대에서 지금의 김민재만큼 안정된 경기운영을 보여준 수비수는 없었다.

동아시안컵에서 김민재의 활약은 그에게 아시아권은 이제 좁은 무대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사실 수비수는 경기 중 눈에 띄기 힘든 포지션이다. 보통 수비수가 돋보일 정도라면 그만큼 상대팀에게 일방적으로 공세를 허용하고 있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김민재의 활약은 이런 고정관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상대 선수 2~3명이 함께 경합하는 상황에서도 끝내 몸싸움을 이겨내고 공중볼을 클리어링하는가 하면, 자신보다 작은 선수를 스피드로 따라잡아 볼을 끊어내고, 역습 상황에서는 빌드업의 중추 역할까지 해내는 등 그야말로 전천후였다. 심지어 중국전에서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직접 헤더로 결승골까지 만들어내며 수비수임에도 대회 내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활약을 선보였다.

많은 축구팬들은 한국축구에 김민재같은 대형 수비수가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감안할 때 그가 좀 더 큰 무대에서 뛰면서 성장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민재 역시 현재 중국에 몸담고 있지만 유럽 진출에 대한 열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북 시절부터 김민재에게 관심을 보였던 왓포드(잉글랜드)를 비롯하여 여러 유럽 구단들이 김민재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언론은 다가오는 겨울이적시장에 김민재가 유럽으로 활동 무대를 옮길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축구 미래 좌우할 중요한 변수

과거의 홍명보나 이영표처럼 세계적인 수준의 '대형 수비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최근 한국 축구의 아쉬움이다. 공격에선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 등이 유럽에서 활약중이고, 중원에는 기성용, 이강인, 이재성, 백승호 등을 있지만, 수비수만큼은 유럽파가 한 명도 없다. 물론 김진수-박주호-홍정호 등이 유럽에서 어느 정도 활약한 경험이 있지만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지금은 국내 무대로 모두 유턴했다.

수비수, 그것도 체격조건과 소통능력을 모두 갖춰야하는 중앙수비수 포지션의 특성상, 아시아 선수가 유럽에서 살아남기는 굉장히 힘들다. 한국보다 유럽파가 훨씬 많은 일본조차도 센터백으로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요시다 마야(사우샘프턴), 도미야스 다케히로(볼로냐) 등 일부에 불과하다.

김민재의 현재 기량이나 성장 가능성은 이들에 밀리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향후 몇 년 이내에 유럽무대에 도전할 만한 잠재력을 지닌 한국 수비수는 사실상 김민재가 유일하다. 김민재의 성장세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노리는 벤투호와 한국축구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김민재 동아시안컵 유럽파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