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실로 오랜만에 승리의 기쁨에 다가섰다. 허나 대구에는 세징야가 있었다. 고요한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세징야에게 통한의 프리킥 실점을 내주며 승점 3점을 눈 앞에서 놓쳤다. 서울의 무승 행진은 12경기로 늘어났다.

4일 오후 2시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5라운드 대구FC와 FC서울의 대결이 1-1로 종료됐다. 무승부만 거둬도 성공적이었던 대구가 웃고, 승점 3점이 간절했던 서울은 울상을 짓게 된 경기 결과였다.

강등권과 거리가 있는 대구와 잔류에 비상등이 들어온 서울의 만남이었다. 급박함에 차이 때문인지 전반전은 완전히 서울의 흐름이었다. 위기를 타개할 소방수로 합류한 서울의 최용수 감독의 준비가 인상적이었다.

서울이 들고 나온 카드는 강한 전방 압박이었다. 효과는 탁월했다. 투톱으로 나선 윤주태와 박희성을 비롯해 중원의 고요한과 신진호도 강건한 압박으로 대구를 괴롭혔다. 서울의 맹렬한 압박에 당황한 대구는 전진 패스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역습에 강점이 있는 대구는 후방에서 질 높은 패스 자체가 나오지 못하면서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치밀하게 대구전을 준비한 서울은 시종일관 대구의 골문을 두드렸다. 어린 재능 윤종규가 오른쪽 측면을 활발히 누볐고, 징계에서 돌아온 고요한은 한 차원 높은 플레이로 대구의 수비진을 휘저었다. 윤주태의 발 끝도 날카로웠다. 조현우의 방어가 없었다면 2골 이상을 기대해봐도 좋은 정도로 압도적으로 대구를 몰아친 서울이었다.

결국 결실을 맺었다. 해결사는 고요한이었다. 후반 9분 윤석영이 동료들과 연속된 짧은 패스로 패널티 박스 근처까지 진입했다. 윤석영의 정확한 패스를 받은 고요한이 완벽한 퍼스트 터치 이후의 정교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조현우도 막을 수 없는 코스였다. 근래 들어 가장 확실한 플레이 끝에 선제골까지 뽑아낸 서울은 승리를 향해 성큼 다가섰다.

급격히 떨어진 서울의 체력... 세징야의 '놀라운 한 방'

서울의 맞춤 전술에 대구는 이렇다 할 찬스를 잡지 못했다. 고요한의 득점까지 서울이 총 16개의 슈팅을 쏟아낸 반면 대구는 김대원과 세징야가 한 차례씩 슈팅을 시도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대구는 저력을 갖춘 팀이었다. 선제 실점을 기점으로 오히려 경기력이 살아났다. 홈에서 무기력하게 패할 수 없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변화였다.

중심에는 역시 '에이스' 세징야가 있었다. 대구 공격의 모든 것이라 평해도 모자라지 않은 세징야가 급격하게 살아났다. 이번에는 대구의 안드레 감독의 전술 변화가 적중했다. 전반전까지 높은 위치에 세징야를 올려놨던 안드레 감독은 선제 실점 이후 세징야의 활동 범위를 보다 낮은 지역까지로 수정했다.

곧바로 효과가 있었다. 탁월한 개인 기량의 세징야가 빌드업 과정에 참여하자 대구의 공격 작업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세징야의 가세로 자신감을 얻은 김대원과 장성원 등의 적극적인 전진도 대구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상승 곡선을 그리는 대구의 기세를 잡기 위한 서울의 선택은 공격수의 교체였다. 윤주태와 박희성을 박주영과 에반드로로 차례대로 교체했다. 공격의 에너지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였다. 즉, 최선의 수비로 공격을 택한 최용수 감독이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악수였다. 경기 초반부터 강렬한 전방 압박 작전을 수행한 서울 선수들은 후반 중반부터 급격한 체력 저하 현상을 보였다. 중원에서 쉽게 공을 잃었고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비 상황에서 압박의 타이밍은 갈수록 늦어졌고 강도 또한 약해졌다. 때문에 교체되어 들어온 박주영과 에반드로는 의미 없이 전방을 뛰어다닐 뿐이었다.

밀도가 현저히 떨어진 수비 라인은 세징야의 먹잇감이었다. K리그 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인 세징야는 화려함에 효율성을 동반한 드리블로 서울의 수비 진형을 유영했다. 세징야가 공을 잡는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덩달아 최전방 공격수 에드가도 좋은 찬스를 잡기 시작했다.
 
 4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프로축구 KEB하나은행 K리그1 35라운드 대구FC와 FC서울의 경기에서 대구FC 세징야가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4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프로축구 KEB하나은행 K리그1 35라운드 대구FC와 FC서울의 경기에서 대구FC 세징야가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연합뉴스

 
후반 39분 기어코 세징야가 방점을 찍었다. 세징야가 드리블로 수비수 세 명을 벗기는 과정에서 파울을 얻어냈다. 프리킥을 만들어 낸 자리는 세징야의 오른발이면 득점이 가능한 거리였고, 여지없이 세징야의 발을 떠난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득점으로 연결됐다. 

이날 무승부로 승점 43점(12승 7무 16패)을 획득한 대구는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내년 시즌도 K리그1에서 보낼 자격을 얻었다. 반면 승점 37점의 서울은 살얼음판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대구전 무승부로 순위가 9위로 한 단계 상승했지만 안심할 단계가 전혀 아니다.

당장 턱 밑에서 10위 상주 상무(승점 36점)가 있고, 11위 인천 유나이티드(33점)와 12위 전남 드래곤즈(승점 32점)도 서울을 지근거리에서 추격하고 있다. 하필 서울은 남은 일정 동안 최하위권 세 팀과 만난다. 

'승점 6점'짜리 경기를 넘어 '생존'이 달린 마지막 3연전을 앞두고 있는 서울이다. 나름의 승리 방정식을 찾아가고 있는 다른 클럽과 달리 비슷한 문제로 계속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서울에게는 쉽지 않은 매치업이다.

서울이 또다시 승리하지 못했다. 서울에게 주어진 기회는 이제 3경기뿐이다. 서울이 남은 3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지 아니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지 K리그 팬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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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대구FC 잔류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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