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방송된 SBS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25일 방송된 SBS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 SBS


"일주일 전 <블랙하우스> 개업식 직전에 JTBC는 비트코인 긴급 토론회를 편성했습니다. 유시민 작가에 손석희 사장까지 최강의 투톱. 이러 깁니까? 진짜? 그리고 <썰전> 방어를 위해 저 집안은 사장까지 저렇게 뛰는데, SBS 사장님, 그때 어디서 뭐 하고 계셨습니까? 그럼에도 블랙하우스 동시간대 1위. (AGB 닐슨 수도권 기준) 그래서 저는 김어준입니다."

25일 방송된 SBS <블랙하우스> 2회 문을 연 진행자 김어준의 멘트다. 이미 굳건히 뿌리 내린 경쟁 프로그램의 아성에 도전하는 후발주자의 초조함이 묻어나는 너스레가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썰전>이 토대를 닦아둔 '시사 토크', '정치 예능' 장르의 반석 위에 '김어준'이란 캐릭터를 올려놓은 <블랙하우스>는 이미 시작부터 절반의 성공을 거뒀는지 모른다.

사실 김어준은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를 통해 줄곧 '<뉴스룸> 손석희 사장과의 대결 구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뉴스룸>이 기록 중인 7~8%의 시청률을 따라잡기에는, 그 절반 수준으로 출발한 <블랙하우스>의 갈 길은 조금 멀어 보인다.

반면 <블랙하우스>는 동시간대 <썰전>과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데는 이미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화제성 면만 본다면 김어준과 <그것이 알고 싶다> 배정훈 PD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고, 김어준의 강력한 '팬덤'의 존재도 든든한 원군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형식 역시 토크쇼인 <썰전>보다 생동감 있고, 인터뷰를 포함한 형식도 훨씬 다채롭게 꾸밀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 <블랙하우스> 2회 시청률은 3.8%(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로 지난주 4%보다 소폭 하락했다. 흥미롭게도 <썰전> 역시 4.9%에서 4.5%로 동반 하락했다. 의의로 승자는 이경규였다. 채널A의 <도시어부>가 5.1%를 기록하면서 지상파 동시간대 1위인 KBS1 <해피투게더3>(4.4%) 마저 제친 것이다. 

지상파에 입성한 김어준이 겪어내야 할 시청률 경쟁이 이리 '정글'과도 같다. 기존 오후 11시 시간대 예능과도 싸워야 하고, 은근히 선발주자 <썰전>과의 신경전도 벌여야 한다.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유시민 <썰전> vs. 김어준 <블랙하우스>, 그 승자는? 


 25일 방송된 SBS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25일 방송된 SBS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 SBS



"그때 복수를 얘기를 쓰셨어요. 그런데 그 복수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누구에 대한 앙갚음이 아니에요.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게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아름다운 복수라고 얘기하시는데, 이분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 우리의 가장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어느 사건을 극복하고 아름답게 뛰어넘는 방식, 그런 걸 봤어요."

<블랙하우스> 1화, 이른바 '양비'라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출연은 확실히 드라마틱했다. 그가 털어놓은 문재인 대통령에 관한 일화도 감동적이기 그지없었다. 파일로 저장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 첫 출력본을 고이 접어 지갑에 넣은 문재인 (당시) 실장. 여전히 그 유서를 지갑 속에 넣고 다닌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야기는 분명 큰 울림을 주었다.

입국한 양 전 비서관을 공항에서 반 '납치'하다시피 인터뷰 장소에 앉힌 그 과정, 양 전 비서관의 입을 통해 듣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붙들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11월 파일럿 방송에 등장한 고(故) 유병언 전 세모 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한 인터뷰도 그랬다. 하지만 매번 이런 인물들을 섭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단독', '특종'의 특성이 그렇다. 유대균씨나 강경화 장관, 양정철 전 비서관처럼 섭외가 쉽지 않은, <블랙하우스>만의 '단독' 인터뷰를 매번 성사시킬 순 없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기대는 '중독'과도 같아서 매번 어느 정도의 수준을 기대하고, 요구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결국은 이탈층이 생기기 마련이다.

<블랙하우스> 2회가 딱 그랬다. '더티 섹시'란 자막과 함께 김어준의 단독 샷과 촬영장 뒷모습이 화면을 채우는 것도 어쩌면 그러한 기대의 빈 구석을 '김어준' 개인으로 채우려는 시도였는지 모른다. 아니, 그렇게 보일 여지가 적지 않았다.

김어준의 유시민 새 일자리 알선, 필요할까? 

 25일 방송된 SBS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25일 방송된 SBS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 SBS




"첫째,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둘째, 얼굴 클로즈업 웬만해선 안 하겠습니다. 셋째, 유시민 작가 새 일자리 알선해 드림." 

<블랙하우스> 첫 회, 김어준이 방송 첫머리에서 내건 공약이다. 첫 번째는 지켜지고 있지만, 두 번째는 이미 무너졌다. 김어준의 클로즈업이 벌써 출현하기 시작했다. '웬만'한 일도 없었는데 말이다.

파일럿 방송에서 호평을 받은 강유미의 활약 포인트도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슈 브리핑'의 분량이 늘면서 강유미의 개그와 개인기 분량도 늘었다. 하지만 강유미의 활약 역시 세기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배정훈 PD가 출연하는 '블랙 캐비닛'의 위치 역시 불안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이미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파헤쳤던 '농협-캐나다 사기 대출 사건'의 연장선이었다. 김어준의 표현대로 '롱저널리즘'은 옳고 또 필요하다. <블랙하우스>에만 담긴 추가 내용도 있었지만, 단순 사건 환기 차원의 내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벌어진 여러 권력형 비리 사건을 장기 취재하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과거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취재한 미해결 사건들이나 권력형 비리 사건들을 지속해서 파헤치는 것 또한 의미가 깊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프로그램의 어떤 평균과 일정 수준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정규 편성된 <블랙하우스>가 먼저 챙겨야 할 '기본', '관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날 방송된 <썰전>에서 MB와 문재인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펼쳐진 '유시민 vs 박형준' 대결 구도는 안정적이었다. 곧 김어준과는 콤비이자 짝패인 <시사인> 주진우 기자 역시 배우 김의성과 함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오는 2월 4일 방송될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서다.

비록 방송 요일은 다르지만, '유시민 vs. 김어준' 구도에  '유시민 vs. 김어준 vs. 주진우'의 구도가 더해지는 것이다. 그만큼 방송사 간 '시사 토크', '정치 예능' 장르가 아직은 블루오션으로 진단되는 듯한 분위기다. 여기에 고대영 사장이 물러난 KBS가 어떤 방송을 기획할지도 주목된다. 김어준의 바람 혹은 선포는 강렬했지만, 유시민 작가가 <썰전> 외에 새 일자리를 알아볼 일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 

블랙하우스 김어준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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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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