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선수들... 왼쪽부터 양지에, 김연경, 마윈원, 장위쳰

상하이 선수들... 왼쪽부터 양지에, 김연경, 마윈원, 장위쳰 ⓒ 인스포코리아


너무도 아쉬운 패배였다. 다 잡은 고기를 어망에 넣은 순간, 손에서 미끄러져 나가 버렸다.

김연경 소속팀인 상하이가 '시즌 첫 패배'를 기록했다. 상하이는 지난 9일 펼쳐진 2017~2018시즌 중국 리그에서 강호 톈진에게 세트 스코어 2-3(23-25, 25-21, 16-25, 30-28, 14-16)으로 분패했다.

이날 경기는 5세트 막판까지 숨 막히는 접전의 연속이었다. 김연경도 9연승을 이어가기 위해 승부욕을 불태웠다.

특히 4세트 막판 듀스를 거듭하는 대접전 상황에서 김연경은 연속 득점과 끝내기 블로킹까지 성공시키며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다.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내주는 결정력(클러치 능력)이 단연 돋보였다.

5세트에서도 김연경은 순도 높은 공격력을 선보였다. 상하이는 줄곧 1~2점 차이로 앞서갔다. 그러나 막판에 한끗 차이로 역전패를 당했다.

반면, 톈진은 끈끈한 수비와 주 공격수 리잉잉의 가공할 득점력을 앞세워 1차전 패배를 설욕했다. 지난 11월 18일 상하이-톈진의 1차전은 상하이가 3-0(30-28, 25-16, 25-22)으로 완승을 거둔 바 있다.

주전 세터 공백... 센터진·수비 조직력 '와르르'

이날 상하이는 주전 세터인 미양(29세·180cm)이 팀 소속 문제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미양은 2009~2010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톈진 소속이었다. 이후 2014~2015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푸젠에서 뛰었다.

한 중국 매체는 9일 "미양의 올 시즌 등록 신분은 푸젠에서 톈진으로 다시 복귀했고, 다만 상하이에서 (임대 형식으로) 임시적으로 뛰고 있다"라며 "이런 경우 '회피 조항' 규제 때문에 미양은 톈진의 홈 경기에서는 출전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양은 이날 경기장에서 유니폼 대신 사복을 입고 관전만 했다. 미양의 부재로 백업 세터인 볜위쳰(28세·180cm)이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초반부터 세터와 공격수의 호흡이 불안했다.

세터와 호흡이 특히 중요한 센터진에서 급격히 무너졌다. 그동안 잘되던 이동 공격과 중앙 속공이 자주 엇박자가 나고 상대 블로킹에 막혔다. 블로킹도 저조했다. 상하이의 블로킹 수는 김연경이 5개, 양지에가 3개로 가장 많았다. 센터진이 해야 할 블로킹을 레프트가 도맡아 한 꼴이다.

수비 조직력도 이전 경기들과 다르게 크게 흔들렸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들을 많이 놓쳤다.

이날 상하이는 레프트 공격수인 김연경(30세·192cm)과 양지에(24세·194cm)가 똑같이 24득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라이트 장레이(33세·182cm)도 13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그러나 마윈원(32세·190cm)과 장위쳰(20세·183cm) 등 센터진은 빈곤했다. 2명의 득점을 합쳐도 13득점에 불과했다.

세터와 센터진의 손발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부분이 5세트 막판 역전패의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

상하이가 12-11로 앞선 상황에서 볜위쳰이 이동 공격 토스를 했는데, 마윈원이 헛손질을 하면서 동점을 허용하고 곧바로 12-13으로 역전까지 당했다. 마치 허공에다 토스를 한 것 같은 '유령 토스'였다. 이 치명적 범실만 아니었다면, 상하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잘나가는 팀도 긴 리그를 치르다 보면, 주전 선수 전원이 경기가 안 풀리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상하이에겐 그런 날이었고, 이제 첫 패배를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김연경의 불꽃 투혼과 아쉬운 패배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17세' 리잉잉, 중국리그 득점 1위... '제2의 주팅' 경계령

 '17세 주 공격수' 리잉잉(192cm)... 2017 월드그랑프리 대회 중국 국가대표 21명 엔트리에 발탁

'17세 주 공격수' 리잉잉(192cm)... 2017 월드그랑프리 대회 중국 국가대표 21명 엔트리에 발탁 ⓒ 국제배구연맹


톈진은 역시 방심해서는 안될 강호였다. 톈진은 중국 리그 챔피언결정전 최다 우승 팀이다. 지난 2015~2016시즌 우승까지 총 10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놀라운 부분은 톈진의 주 공격수이자 주 득점원이 '만 17세(2000년생)'의 장신 유망주인 리잉잉(192cm)이란 점이다.

리잉잉은 상하이와 1차전에서도 양팀 통틀어 최다인 30득점을 올렸다. 혼자서 '몰빵 배구'를 한 것이다. 지난 2일 베이징전에서도 37득점을 기록했다. 이날도 무려 45득점을 상하이 코트에 퍼부었다.

리잉잉은 현재 중국 리그 득점 부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주팅(24세·198cm)의 뒤를 이을 차세대 중국 국가대표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는 2017 월드그랑프리 대회에서 중국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됐으나 경기 출전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다. 중국의 월드그랑프리 국가대표 엔트리 21명 중 최연소 선수였다.

어린 나이에도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신장과 공격력을 갖추었다.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도 자주 구사한다. 특히 왼손잡이인데도 공격과 수비를 하는 레프트로 활약한다.

그러나 리잉잉은 톈진에서 서브 리시브를 거의 하지 않고 공격만 전담한다. 이날 경기에서도 레프트 포지션으로 출전했다. 그러나 리시브는 라이트 양이(21세·185cm)와 레프트 천리이(29세·184cm) 그리고 리베로 3인이 전담했다. 이 점이 아직 공격과 수비 모두 뛰어난 완성형 레프트 김연경에게 미치지 못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한편, 올해 중국 국가대표로 활약한 야오디(26세·182cm·세터)와 왕위안위안(21세·195cm·센터)도 이날 팀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왕위안위안은 센터임에도 리잉잉 다음으로 많은 19득점을 올렸다. 천리이도 공격과 수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16득점을 기록했다.

상하이, 베이징 반드시 이겨야 '조 1위' 유력

9일은 상하이-톈진 경기와 같은 시간에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강팀들의 빅매치가 줄줄이 펼쳐졌다.

B조에서 2라운드 진출이 유력한 저장과 베이징도 '풀세트 혈전'을 벌였다. 저장이 3-2로 힘겹게 승리했다. A조도 우승 후보인 장쑤와 바이 선전이 맞대결했다. 장쑤가 3-0 완승을 거두었다.

이날 경기 결과 1라운드 B조는 상하이가 8승 1패(승점 23점)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톈진이 7승 1패(19점)로 1위 탈환을 노리는 상황이 됐다.

이어 베이징 5승 4패(17점), 저장 5승 3패(15점), 산둥 4승 5패(12점), 윈난대학 1승 7패(4점), 허베이 9패(0점) 순이다.

톈진과 저장은 상하이보다 1경기를 덜 치른 상태다. 톈진은 1라운드에서 베이징(12일), 산둥(16일), 저장(23일), 윈난대학(26일)과 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상하이는 3경기만 남아 있다. 베이징(16일), 허베이(23일), 산둥(26일) 순이다. 모두 원정 경기라는 점도 부담이다.

상하이가 B조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베이징전 승리가 매우 중요하다. 남은 3팀 중 베이징의 전력이 가장 앞서기 때문이다. 상하이는 베이징과 1차전에서 3-1로 승리한 바 있다.

한편, A조는 현재 '1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바이 선전이 8승 2패(23점)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랴오닝 7승 2패(22점), 장쑤 7승 1패(20점)로 3팀이 대혼전이다.

바이 선전이 랴오닝보다 1경기, 장쑤보다 2경기를 더 치른 상태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1위가 바뀔 수 있다.

2라운드는 한국 프로축구처럼 상하위 스플릿 라운드로 치른다. 1라운드 각 조 1~4위까지 8개 팀이 2라운드 상위 리그로, 5~7위 6개 팀이 하위 리그로 편성된다.

1라운드 같은 조에 속했던 팀들과는 다시 경기를 치르지 않고, 1라운드에서의 승패와 승점을 2라운드 순위 계산에 그대로 합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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