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빌/비엔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모로코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10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빌/비엔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모로코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 연합뉴스


추락하는 신태용호에 날개가 보이지 않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각) 스위스 빌 비엔의 티소 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 평가전에서 1-3으로 완패했다. 3일전 러시아와 경기(2-4패)에 이어 또 한 번의 참패를 당하며 본선진출 확정 이후 첫 해외 원정을 2연패로 초라하게 마감했다.

결과와 내용 모두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심지어 무너지는 과정도 비슷했다. 러시아전에서 먼저 4골이나 내주며 종료 직전에 간신히 두 골을 만회했던 러시아전과 마찬가지로, 모로코전에서도 후반 초반까지 0-3으로 끌려가다가 손흥민의 PK로 겨우 영패를 면했을 뿐 두 경기 모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졸전이었다. 해외파 선수들로만 실험적인 구성을 시도한 대표팀은 조직력-개인기-체력-투지 등에서 모두 낙제점이었고, 신태용 감독의 무리한 변형 스리백 전술과 포지션 파괴 실험 역시 두 경기 연속 대실패로 돌아갔다.

그나마 이번 유럽 원정이 남긴 의미라면, 한국축구와 신태용호의 초라한 민낯을 여과없이 드러낸 뼈아픈 교훈뿐이다. 한국축구는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을 포함하여 2017년 A매치에서 1승 3무 4패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3월 시리아와의 홈경기 승리 이후로는 최근 6경기 연속 무승(3무 3패)이기도 하다. 특히 원정 경기로만 국한하면 지난 2016년 6월 5일 프라하에서 열린 체코전(2-1) 승리 이후 무려 1년 4개월(8경기 연속)째 '원정 무승'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6월 경질된 슈틸리케 감독의 뒤를 이어 한국의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 역시 부임후 4경기에서 2무 2패(3득점 7실점)에 그치며 아직 첫 승도 신고하지 못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대표팀 사령탑 가운데 역대 최저승률 감독(5승 4무 10패. 승률 26.3%)이자, 부임 직후 최장기간 무승을 기록했던 홍명보 전 감독(4경기 연속/ 3무 1패)의 기록보다 더 나쁜 출발이다.

신태용 감독에게 이번 유럽 원정 2연전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신 감독은 지난 최종예선에서 '소방수'로 투입되어 한국축구를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으로 이끄는데 성공했으나 정작 기대에 못미치는 경기내용과 잇단 구설수로 많은 질타를 받았다. 여기에 본선확정 이후에는 때아닌 히딩크 복귀설 논란까지 불거지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유럽 원정은 신태용 감독이 축구협회나 히딩크 같은 '외부적 요인'에 좌우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능력만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아시아권을 벗어난 강호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지난 최종예선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고, 내년으로 다가온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신태용호를 바라보는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결과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쓰고 말았다. 히딩크 복귀설이나 감독교체의 당위성에 대하여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이들조차 더 이상 옹호가 불가능할 정도로 신태용호의 경기력은 처참했다. 이번에는 지난 최종예선처럼 "시간이 부족했다"거나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없었다"는 변명조차  통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신 감독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신태용 감독의 추락은 묘하게도 전임 슈틸리케 감독의 행보와도 흡사한 대목이 매우 많다. 일단 선수 선발부터가 패착이었다. 월드컵 본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최상의 전력을 꾸려서 한시바삐 조직력을 끌어올려도 모자랄 판에 K리그 배려를 운운하며 해외파 위주로 꾸려진 반쪽짜리 선수단으로 러시아-모로코 같은 팀을 상대하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부터 무모한 만용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최종예선 중국전을 앞두고 "뛸 수 있는 선수만 뽑겠다"며 엔트리도 다 채우지 못한 20명의 선수만을 선발했다가 뭇매를 맞은 장면을 연상시킨다.

 10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빌/비엔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모로코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10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빌/비엔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모로코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K리그에 대한 배려와 공존도 좋지만 부상자와 취약 포지션을 감안하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선수는 국내파라도 반드시 뽑아야 했다. 신 감독은 윤석영의 부상이탈로 가뜩이나 열악한 전문 풀백 자원이 더욱 부족해진 상황에서도 엉뚱하게 수비형 미드필더인 해외파 박종우를 대체자원으로 선발했다. 이로 인해 이청용이나 김영권, 장현수 같은 선수들이 자신의 본래 포지션이 아닌 윙백이나 포어 리베로로 뛰어야 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서 선수들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조직력에서도 많은 문제점만 드러냈다.

한동안 대표팀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존재였던 '해외파 우월론'의 허상은 이번 유럽원정을 통하여 다시 한번 처참하게 무너졌다. 유럽파와 중국파 등 한국이 자랑하던 해외파 선수들은 유럽원정에서 하나같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손흥민은 모로코전에서 PK골로 간신히 1년만에 A매치 무득점에서 탈출했지만 여전히 대표팀에서는 토트넘에서 만큼의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기성용-이청용-구자철-지동원-김보경-김영권 등 소위 '홍명보 세대'로 불리던 기존 주축 해외파들은 하나같이 기량이 정체되거나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또한 해외파 선수들을 점검한다는 명분으로 지동원이나 이청용처럼 그리 소속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선수들을 대거 뽑아놓고 정작 이승우, 백승호, 이진현 등 새로운 얼굴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도 '실험'의 진정성이 퇴색된 장면이다. 4~5년째 건강한 내부 경쟁이 실종된 대표팀의 전력이 정체된 근본적인 이유다.

'학습효과'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신태용 감독의 리더십과 현실인식도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신태용 감독은 홍명보 전 감독과 마찬가지로 각급 연령대별 대표팀을 거쳐 A대표팀 지휘봉까지 거머쥐는 고속승진으로 축구협회의 새로운 황태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매번 기대치에 조금씩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며 A대표팀 사령탑으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많았다.

냉정히 말해 신태용호는 지난 최종예선에서 월드컵 본선에 탈락하더라도 할말이 없었다. 2연속 무득점 무승부라는 저조한 성적에도 상대팀들의 경기결과에 따라 어부지리로 본선행 티켓을 건네받았다. '강제 본선진출'을 당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거듭되는 '경고 신호'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다. 최종예선은 시간이 부족해서 '자신이 원하는 공격축구를 할수 없었다.'고 변명하며 '졸전'이라는 여론의 비판에는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내부의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기보다 '외부 탓'에 치중하며 자기 방어에만 급급한 모습은 축구팬들이 기대하던 대표팀의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려한대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나서겠다'던 유럽 원정에서도 상식을 벗어난 안이한 선수 선발과, 실패한 전술을 다시 들고 나오는 아집으로 더 큰 위기를 자초했다.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은 비록 4개월이지만 이미 연령대별 대표팀 시절부터 꾸준히 신태용 축구를 지켜봐온 팬들에게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도무지 발전 가능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게 부정적인 여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번 유럽 원정 2연전이 신태용호에게 확인시켜준 것이라면 지난 최종예선의 졸전이 단지 우연이나 시간 부족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신태용호는 '월드컵 본선에 나갈 자격이 없는 팀'이었다는 냉엄한 확인사살 뿐이다.

 10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빌/비엔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모로코의 경기. 손흥민이 슛하고 있다.

10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빌/비엔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모로코의 경기. 손흥민이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심지어 신 감독은 모로코전 완패 이후에도 선수들의 경기력을 지적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으로 팬들을 또 한 번 실망시켰다. 전반 30분도 안 되어 대규모 선수교체를 단행하고 전술을 수정해야 했다는 것은 애초에 감독부터가 경기 전 기본적인 선수단 장악이나 컨디션 파악도 안 되어 있었다는 증거다. 그런데 본인이 뽑아놓은 선수들의 정신자세나 경기력을 탓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가 될 뿐이다.

신 감독도 '반성'이라늗 단어를 입에 올리기는 했지만 정작 감독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개선해나가겠다는 구체적이고 진솔한 자기 반성은 빠져있었다. 마치 영혼없는 제3자의 시선에서 남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태도는,  바로 슈틸리케나 홍명보 전 감독에게서도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유체이탈 화법이기도 했다.

이쯤되면 신태용호를 흔드는 가장 큰 위협요소는 더 이상 '히딩크'나 월드컵에서 만날 강팀들이 아니라, 과거의 연이은 실패에서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는 신태용 감독의 무능과 독선이 아닐지 걱정된다. 신태용 감독은 자신이 한국을 대표하여 월드컵에 나설만한 자격을 스스로 증명하는데 실패했다.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태극군단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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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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