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3쿼터 전자랜드 김지완이 3점슛을 성공한 뒤 수비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3쿼터 전자랜드 김지완이 3점슛을 성공한 뒤 수비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가드 김지완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된 사실이 알려졌다. 최근 막을 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깜짝 스타'로 떠오른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 터진 사건이라 팬들이 받은 충격과 실망감은 더 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0일 음주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혐의로 도로 교통법 위반을 적용해 김지완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지완은 9일 오전 8시께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상가 건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26%로 알려졌다.

'깜짝스타' 김지완의 음주운전

김지완은 2012년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에 데뷔했다. 187cm의 포인트가드로서는 우수한 신체조건과 발군의 스피드를 바탕으로 고질적인 가드난에 시달리던 전자랜드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매시즌 냉온탕을 오가는 활약으로 주전과 벤치를 들락거리며 희망고문을 거듭하며 전자랜드 팬들과 관계자들의 속을 태웠다. 중요한 경기에서 뜬금없이 빅샷을 터뜨리며 맹활약하다가도 어떤 날은 이해할수 없는 실책과 답답한 경기력으로 도깨비같은 행보를 이어가기 일쑤였다. 2015년에는 특이하게도 한국인 선수 최초로 필리핀 리그에 잠시 진출하기도 했다.

김지완은 2016-17시즌 국가대표 가드 박찬희가 영입되면서 주전에서 밀려 다시 백업으로 내려갔다. 지난해보다 현저히 줄어든 출전시간과 팀내 비중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백업으로는 나쁘지 않은 활약을 선보이며 전자랜드가 2년만에 플레이오프 무대로 복귀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삼성과의 지난 6강 PO에서는 예상을 깨고 주전급으로 깜짝 중용되며 5경기 평균 12점, 6.2어시스트의 맹활약을 펼쳐 일약 PO 스타로 떠올랐다. 전자랜드의 국내 선수 중에서는 단연 독보적인 활약이었다.

김지완은 슛에 약점이 있는 박찬희를 대신하여 전자랜드의 속공을 진두지휘했을 뿐 아니라 특유의 스피드와 체력을 앞세워 삼성의 노쇠한 가드진을 끊임 없이 압박하며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로 꼽힌 전자랜드가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고갈 수 있었던 든든한 원동력이 됐다. 비록 전자랜드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그야말로 김지완의 농구인생에서는 두고두고 기억될 만한 하이라이트 필름을 남긴 순간이었다.

하지만 김지완은 자신의 '인생 경기'를 장식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음주운전을 저지른 범죄자 신세가 되어 나락으로 떨어지는 극단적 롤러코스터를 체험해야 했다. 김지완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하여 지난 PO 시리즈에 보여준 눈부신 활약이나 소속팀 전자랜드가 보여준 언더독의 투혼도 모두 빛이 바래는 상황을 초래했다. 김지완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던 팬들의 여론도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이번 사건은 김지완의 농구인생에도 엄청난 타격이 될 전망이다. 김지완은 당초 이번 시즌을 마치고 상무 입대를 신청해놓은 상황이다. 김지완은 3~4년전부터 상무 입대를 검토해왔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그동안 병역문제 해결을 미뤄온 게 오히려 독이 됐다. 올해 PO의 활약을 감안하면 상무행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였으나 이번 음주운전 사건으로 사실상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대리운전 비용을 한 번 아끼려다가 농구 인생 전체를 탕진할 절체절명의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김민구와 강정호의 반면교사

강정호, 음주운전 죄송...동승자 바꿔치기와 음주 전력 묵묵부답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소속 강정호 선수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재소환 조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강정호 선수는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사거리에서 면허 정지 수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84%로 운전, 가드레일을 치고 달아난 혐의로 불구속 입건 됐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소속 강정호 선수가 지난 2016년 12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재소환 조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정민


돌아가는 여론도 좋지 않다. 과거에 비하여 팬들의 여론이나 사회적 분위기도 음주 관련 사건사고에 더 이상 관대하지 않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전주 KCC의 김민구가 2013년 국가대표 소집중 외박 기간에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저질러 하마터면 본인부터가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야구의 메이저리거 강정호(피츠버그)는 지난해 12월 음주운전으로 도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저지른 것을 비롯하여 음주운전으로만 세 번이나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의 징계를 받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운동선수로서 한창 인생의 절정기를 맞이하던 시점에 스스로의 잘못된 선택으로 나락에 빠졌다는 점이다. 운동선수에게 재능과 실력만큼이나 자기관리와 인성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한때 '제 2의 허재'로까지 불리우며 프로농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던 김민구는 이후 코트에는 복귀했지만 치명적인 고관절 부상의 후유증으로 더 이상 예전 같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16-17시즌에는 고작 14경기에 출전하여 4.1점에 그쳤다. 설상가상 복귀 후에도 김민구는 음주운전에서 대한 KBL와 구단의 솜방망이 징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까지 겹쳐 이래저래 팬들로부터 여전히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강정호는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으며 미국행을 위한 비자 발급이 거부되며 시즌이 개막한 지금까지 아직 소속팀에도 합류하지 못해 한국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거 경력에 중단될 수 있는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강정호는 현재 처벌이 과하다며 재심을 청구한 상황이지만,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집행유예만 해도 이미 과분한 선처인 데다 많은 팬들은 강정호가 야구로 속죄하겠다는 변명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지완 역시 중징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어떤 이유에서든 음주 운전은 정당화될 수 없는 데다 이미 숱한 스포츠계 선후배들의 사례를 통하여 경각심을 심어줄 만한 계기는 차고 넘쳤다. 가뜩이나 KBL이나 구단들이 음주운전에 대하여 솜방망이 징계로 일관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상황에서 김지완이 빠져나갈 곳은 보이지 않는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기 마련이다. PO무대에서 반짝하며 잠시 스타로 떠올랐던 김지완은 이제 말 그대로 반짝 스타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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