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자기불신, 우울함. 상큼한 아이유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유의 단독 콘서트 <스물네 걸음: 하나 둘 셋 넷>을 찾았다. 아이유는 콘서트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보여줬다. 잠 못 이룬 밤들과 자신을 미워했던 못난 마음들을 털어놨다. 그림자 속에 '인간 아이유'가 있었다. 그의 솔직한 고백을 전한다.

어둠 속에서 품었던 꿈

 아이유가 12월 3일~4일 양일간 단독콘서트 <스물네 걸음: 하나 둘 셋 넷>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했다. 이번 콘서트에서 아이유는 앙코르까지 총 3시간 30분을 노래 부르는가 하면, 힘들었던 시간들도 솔직히 고백하며 팬들 곁에 가까이 다가갔다.

아이유가 12월 3일~4일 양일간 단독콘서트 <스물네 걸음: 하나 둘 셋 넷>을 개최했다. ⓒ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첫 곡으로 '스물넷'을 부른 아이유는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에 인사를 건넸다. 이번 콘서트에 전보다 시간과 돈을 더 많이 들이고 구성도 탄탄하게 했다며 자랑했다. "특히 댄스가 화려하다"고 강조하기도. "항상 남9:여1 비율이었는데 연차가 쌓이다 보니 성비가 1:1 비율로 맞춰졌다"며 "이 점이 가장 뿌듯하다"고 웃어 보였다. '너랑 나'를 부르기에 앞서 "이번에 들려드릴 곡은 히트곡인데 앞에 배치했다"며 "히트곡이 많아서 그렇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유는 1부부터 체력과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2부에 의상을 갈아입고 나온 아이유는 첫 곡으로 '썸데이'를 불렀다. 그가 출연한 드라마 <드림하이>의 수록곡이다. 콘서트에서는 처음 부른다고 했다. 이 곡은 꿈에 대해 고백하는 2부의 특징을 담은 선곡이었다. 아이유는 "데뷔한 지 좀 됐는데 이런 시간을 갖는 게 처음"이라며 자신이 혼자서 꿔온 꿈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중2 때 (구)로엔엔터에 연습생으로 들어왔는데 그때 전 우울하고 낯가림이 심한 중학생이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고, 그래서 주변인을 불편하게 하는 막내였고요. 제가 가진 게 없었어요. 노래 잘하고 키 크고 예쁜 언니들이 회사에 많았는데... 전 그때 가난하기도 했고요.

회사에서 마련해준 숙소는 의정부 저의 집과 비교가 안 되게 크고 깨끗하고, 심지어 부촌에 있었으며 제게 독방을 주셨어요. 냉장고엔 늘 맛있는 것이 있었고 밥도 잘 차려 주셨어요. 그냥 누리면 됐을 텐데 그게 빚 같아서 누리지 못했어요. 사실 빚 맞더라고요(웃음). 레슨비, 식대 등을 데뷔 후 청산했어요, 여러분 덕분에. 아무튼, 그렇게 따뜻한 곳에 있으면서 제가 함께 데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모난 것들, 모서리가 더 부각되는 느낌이었어요."

 아이유가 12월 3일~4일 양일간 단독콘서트 <스물네 걸음: 하나 둘 셋 넷>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했다. 이번 콘서트에서 아이유는 앙코르까지 총 3시간 30분을 노래 부르는가 하면, 힘들었던 시간들도 솔직히 고백하며 팬들 곁에 가까이 다가갔다.

기타연주하며 노래하는 아이유. ⓒ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아이유는 불안했던 그때를 회상했다. 그땐 하루하루 자신이 없었고 모든 게 불분명하고 허투루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시달렸다.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나 오늘 살았음" 하고 그 증거를 한 줄이라도 남겨두기 위해서. 기타연주와 함께, 당시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 작사·작곡한 '싫은 날'(3집)을 불렀다.

"텅 빈 놀이터 벤치에 누군가 다녀간 온기 / 왜 따뜻함이 날 더 춥게 만드는 거야 / 웅크린 어깨에 얼굴을 묻다가 / 주머니 속에 감춘 두 손이 시리네" - '싫은 날'

아이유는 마지막 가사 "내 방 고드름도 녹을까 햇볕 드는 좋은 날 오면은"을 낮고 차분한 음성으로 불렀다. 그의 고백 중 가장 공감한 부분은 '잠'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잠자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잠을 자고 일어나면 시간이 휙 가 있는 게 너무 좋았어요. 노력하지 않아도 시간이 가 있는 게 정말 고마웠어요." 정말 힘들 때는 시간을 지워주는 잠만큼 위로 되는 게 없다. 느껴본 사람만이 아는 그 감정을 어린 나이에 느꼈다고 하니, 쉽지 않았겠단 생각이 들었다. 

피하기만 했던 이야기, 한 번은 하고 싶었다

 아이유가 12월 3일~4일 양일간 단독콘서트 <스물네 걸음: 하나 둘 셋 넷>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했다. 이번 콘서트에서 아이유는 앙코르까지 총 3시간 30분을 노래 부르는가 하면, 힘들었던 시간들도 솔직히 고백하며 팬들 곁에 가까이 다가갔다.

이번 콘서트에서 아이유는 힘들었던 시간들에 대해 솔직히 고백하며 팬들 곁에 가까이 다가갔다. ⓒ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아이유는 토크쇼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노래를 녹여 불렀다. 2부는 아이유의 마음속 이야기와 함께 보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그는 자신의 그림자를 계속해서 털어놨다. 2008년, 중3 때 '미아'란 곡으로 데뷔했지만 정작 데뷔를 실감한 건 2014년이었다고.

"2014년은 저의 22살 때였고, 그때 1년 동안 정말 많은 음원을 냈어요. '봄 사랑 벚꽃 말고'에서부터 <꽃갈피> 리메이크 앨범을 내고 소극장 콘서트도 했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서태지 선배님에게 연락을 받고 '나 출세했다' 느끼면서 '소격동'을 부르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 해에 기쁜 한편 우울하기도 했어요. 스스로를 폄하하고 저 자신을 못미더워하고 방송하기 힘들어서 집에서 숨어 지냈어요. 자신이 너무 없었어요.

타고난 건강체질인데 이상하게 먹는 게 조절이 안 되어서 심하게 먹게 되고, 잠이 잘 안 오고 미치겠더라고요. 몸이 안 좋아졌어요. 많은 밤을 스스로 미워하면서 보내고 새벽 내내 뜬눈으로 지새웠어요. 불면증이 이어지니 악순환이었어요. 그해 회사 계약만료까지 겹치면서, 제 히트곡을 만들어주신 분들과 헤어지고 재계약을 통해 제가 더 주도권을 갖게 되는 등 변화가 있었어요.

프로듀싱을 처음 맡게 됐는데 마음속으로는 "뭘하든 내가 나를 미워하는데 뭐가 되겠어" 싶었어요. 그러다 '나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앨범을 내자' 결심했고 그게 <챗셔>였어요. 저의 심심함, 심각함, 장난기를 꾹꾹 담았는데 정말 힘들게 작업한 결과물이에요. 다 끝나고 잠을 푹 잤을 만큼요. 더 잘 만들고 좋은 앨범 들려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하고, 이음새는 투박했지만, 과대포장 없는 있는 그대로의 저를 담은 앨범입니다."

3시간 30분 공연, 탄탄한 보컬로 채워

 아이유가 12월 3일~4일 양일간 단독콘서트 <스물네 걸음: 하나 둘 셋 넷>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했다. 이번 콘서트에서 아이유는 앙코르까지 총 3시간 30분을 노래 부르는가 하면, 힘들었던 시간들도 솔직히 고백하며 팬들 곁에 가까이 다가갔다.

아이유는 화려한 안무를 소화하며 안정된 노래를 선보였다. ⓒ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아이유는 아픈 손가락이라고 소개하며 '제제'를 불렀다. 그러면서 "이 앨범을 안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꼼꼼히 봐주신 분은 저란 사람을 꼼꼼히 본 것과 마찬가지"라며 "<챗셔>는 저란 사람이 정말 많이 들어간 앨범"이라고 했다. <챗셔>를 작업하면서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이 많이 사라졌다고. 그러면서 "요즘은 밝아졌다"고 웃어 보이며 "요즘의 내가 마음에 든다"고 고백했다. 그는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앞으로도 가질 것이고 계속 꿈을 꿀 것"이라며 "내년 25살에는 제가 받는 사랑을 못 견뎌 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건강한 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9년 만에 비로소 그런 마음 상태가 된 것 같다며 "아, 오늘이 저 데뷔 3000일 이래요!" 하고 외쳤다.

아이유는 그동안 겁내고 못 했던 이야기를 이렇게 들려주고 싶었다며 2부 끝 곡으로 '무릎'을 불렀다. "불면증에 시달릴 때 정말 자고 싶어서 썼다"며 "주변 분들이 이 곡을 듣고 아이유가 위험한 것 아니냐 걱정했는데 정말 잘 살고 싶어서 만든 곡이고 희망을 담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무릎을 베고 누우면 /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 머리칼을 넘겨줘요 /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 깨우지 말아요 /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 '무릎'

 아이유가 12월 3일~4일 양일간 단독콘서트 <스물네 걸음: 하나 둘 셋 넷>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했다. 이번 콘서트에서 아이유는 앙코르까지 총 3시간 30분을 노래 부르는가 하면, 힘들었던 시간들도 솔직히 고백하며 팬들 곁에 가까이 다가갔다.

이번 콘서트를 위해 제작한 마쉬멜로우가 아이유의 백댄서로 활약하고 있다. ⓒ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이날 게스트로 혁오가 무대를 꾸몄다. 3곡을 부른 후 앙코르 요청까지 받았지만, 조용히 무대에서 내려왔다. 다시 나타난 아이유는 밝은 노래들로 3부를 꾸몄다. 3부 첫 곡으로 'BOO'와 '마쉬멜로우'를 불렀고 이어서 <슬램덩크> <두치와 뿌꾸> <달빛천사> 만화 주제곡을 메들리로 부르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웠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를 부르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냈는데, 객석에 폭설 수준의 종이가 뿌려지자 "여러분 표정이 안 좋다"며 "가방에도 다 들어갔을 텐데 기념품이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가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본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를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아이유 장학퀴즈>가 마련됐다. 객석의 팬들이 100점을 채우자 아이유가 2층 객석에 나타나 팬들을 놀라게 했다. 2층 구석구석 눈을 맞추며 '푸르던'을 불렀고 "관객의 얼굴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럴 때면 '그래, 이렇게 좋은데 뭐가 문제야' 싶어 고민도 날아간다"고 말하며 이어서 '마음'을 불렀다. "제가 쓴 곡 중에서 가장 맑고 깨끗한 마음만 담아서 쓴 노래"라고 소개하며 팬들과 함께 목소리를 맞췄다. 앙코르까지 3시간 30분 동안 노래 부른 아이유는 이날 주저 없이 '인간 아이유'를 보여줬다.

 아이유가 12월 3일~4일 양일간 단독콘서트 <스물네 걸음: 하나 둘 셋 넷>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했다. 이번 콘서트에서 아이유는 앙코르까지 총 3시간 30분을 노래 부르는가 하면, 힘들었던 시간들도 솔직히 고백하며 팬들 곁에 가까이 다가갔다.

아이유는 이날 3시간 30분 동안 열창했다. ⓒ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아이유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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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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