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농담 삼아 지어진 '먹튀'(먹고 튀는의 준말)라는 표현은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높은 계약금이나 연봉을 받고 이적한 선수가 이적한 팀에서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일 때 해당 선수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올 시즌 유럽축구 무대에서 '먹튀' 떠오르고 있는 주인공은 폴 포그바다. 그는 유벤투스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네 시즌을 뛰며 에이스로 활약했고, 이탈리아 세리에A 4연패와 프랑스의 유로 2016 준우승 이끌며 축구팬들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올 여름엔 1억500만 유로(약 1290억 원)라는 엄청난 이적료에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하지만 비싼 몸값에 걸맞지 않게 부진한 모습를 선보이자 포그바를 향한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첼시FC와의 경기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채 팀의 0-4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경기 종료 이후엔 맨유 팬들의 비난은 물론, 1986 멕시코월드컵 득점왕 출신이자 현재 영국BBC 해설가로 활동 중인 개리 리네커에게 "첼시의 미드필더 캉테보다 6000만 파운드(약 831억 원) 비싼 선수" 라는 비아냥 섞인 조롱까지 들어야 했다.

과거 후안 베론을 시작으로 클레베르손, 오언 하그리브스, 디마리아 등을 최대 1000억 원이 넘는 이적료를 지불하고 선수들을 데려왔지만 극심한 부진과 부상에 시달리며 별다른 소득없이 떠나 보내야 했던 맨유로서는 포그바의 부진이 안타깝기만 하다.

    21일 오전 4시 05분(한국 시각)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16·2017 UEFA 유로파 리그 조별리그 A조 3차전 맨유와 페네르바체의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끈 폴 포그바의 모습

지난 21일 오전 4시 05분(한국 시각)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16·2017 UEFA 유로파 리그 조별리그 A조 3차전 맨유와 페네르바체의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끈 폴 포그바의 모습.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토레스와 카카

이외에도 '먹튀'를 이야기 할 때 축구팬들에게 절대 빠지지 않는 선수가 있다면 바로 페르난도 토레스(스페인)다. 수려한 외모와 폭발적인 속도를 이용한 드리블, 그리고 천부적인 골 결정력까지. 2007년 리버풀FC에서 입단해 2011년 초까지 102경기에 출장해 65골을 몰아넣으며 에릭 칸토나, 티에리 앙리의 뒤를 이을 프리미어리그의 '킬러'로 주목받았다.

2011년 2월엔 당시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인 900억 원을 기록하며 첼시로 깜짝 이적하며 세간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런던에 입성한 토레스는 피 눈물을 흘러야 했다. 이적 첫 시즌 리그 1골(14경기)을 기록하며 축구팬들을 경악케했고, 이후 시즌에도 6골(11-12시즌), 6골(12-13시즌)에 머물며 아브라히모비치 첼시 구단주의 영입전략이 실패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2011-2012 시즌 맨유와의 원정 경기에서 보여준 토레스의 실축 장면은 아직까지도 축구팬들에게 화자될 정도. 당시 경기에서 맨유 골키퍼 데 헤아를 제치고 빈 골문 앞 노마크 찬스 기회를 얻었던 토레스는 빈 골대를 바로 앞에 두고 어처구니 엎는 슛을 날리며 한동안 팬들의 조롱에 시달려야 했다. 몸값에 걸맞지 않은 최악의 부진으로 2014년엔 미국< ESPN >이 실시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악의 계약 선수는 누구인가?"라는 설문 조사에서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현재 미국 MLS 올랜도 시티에서 뛰고 있는 카카(브라질)도 축구계의 대표적인 '먹튀' 중 한 명이다. 2007년 AC밀란에서의 대활약에 힘입어 세계최고의 선수로 올라섰던 카카는 2009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적료 1100억 원을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로 입단해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첫 시즌이던 2009-2010시즌 33경기에 출전해 9골 8도움에 그치며 1100억 원의 이적료 가치에 대해 물음표를 던졌고, 그 다음 시즌엔 왼쪽무릎부상으로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리며 기다려보자던 팬들마저 등 돌리게 했다. 이후엔 고질병이던 스포츠 헤르니아까지 도지며 페이스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결국 레알 마드리드 팬들에게 카카는 잊을 수 없는 실패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외에도 안드리 세브첸코(AC밀란→ 첼시, 이적료 554억 원), 호비뉴(레알 마드리드→맨체스터 시티, 504억 원), 로비 킨(토트넘 핫스퍼→ 리버풀, 306억 원), 알베르토 아퀼라니(AS로마→리버풀, 306억 원) 앤디 캐롤(뉴캐슬→리버풀, 630억 원), 스튜어트 다우닝(아스톤 빌라→리버풀, 360억 원) 등이 대표적인 '먹튀' 사례로 꼽힌다.

먹튀 논란 딛고 일어난 가레스 베일

 웨일스의 가레스 베일이 21일(한국 시각) 열린 유로 2016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웨일스는 이날 경기에서 러시아를 3-0으로 완파했다.

웨일스의 가레스 베일이 지난 6월 21일(한국 시각) 열린 유로 2016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웨일스는 이날 경기에서 러시아를 3-0으로 완파했다. ⓒ 연합뉴스/EPA


국내 선수로는 설기현(은퇴)이 한 때 '먹튀'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아직까지도 포항팬들에게 설기현은 잊을 수 없는 '먹튀'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풀럼FC)에서의 적응 실패로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로 임대 생활해왔던 설기현은 2010년 포항의 부름을 받고 K리그에 첫 발을 들이며 포항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입단 직후 첫 훈련에서 부상을 당해 전반기 시즌을 허무하게 날렸고, 후반기에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 2차전 조브 아한FC(이란)과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날려버리며 팀의 패배를 자초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후 좋은 활약을 펼치며 포항팬들은 그에게 생일 케이크를 선물하는 등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 물론 설기현도 팬의 보답에 포항 스틸러스와의 재계약 의사를 내비치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하지만 설기현은 개막 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라이벌' 울산으로 이적하면서 포항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2011시즌 포항 서포터즈들은 설기현이 소속된 울산과의 리그 7라운드 경기에서 대금청구서 플래카드 시위를 펼치는 웃지 못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당시 서포터즈들이 작성한 대금청구서에는 설기현에게 선물했던 케이크 값은 물론, 조브 아한 전 실축에 대한 정신적 피해값까지 적혀 있었다.

축구팬들에게 '먹튀'로 기억된 씁쓸한 축구선수가 있는가 하면 먹튀 논란을 딛고 화려한 성공을 거둔 스타도 적잖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가레스 베일(웨일즈)이다. 지난 2013년 1311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토트넘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가레스 베일은 시즌 초반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시달리며 활약은 커녕 경기조차 출전하지 못했다. 또 힘겹게 출전한 FC 바르셀로나와의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선보이며 같은 시기 영입된 '라이벌' 네이마르와 비교당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안첼로티 감독의 두터운 신뢰로 끝내 주전 공격수 자리를 꿰찬 베일은 호날두, 벤제마와 함께 찰떡궁합 같은 'BBC 라인'을 구성하며 이적 시즌에 코파 델 레이와 챔피언스리그 우승(두 대회 결승전서 득점)을 이끌었다. 또 지난 시즌에 밀라노에서 열린 AT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부상 투혼을 딛고 맹활약하며 팀의 통산 11번째 챔스 우승을 일구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유럽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