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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꿈이 있다. 어린이들은 한 번쯤 모험가가 되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상상을 한다. 삭막해 보이는 어른들도 과거에는 자신만의 꿈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대중매체에서 꿈을 향해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은 긍정적으로 그려진다. 어떤 꿈은 사람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꿈에 바쳐야 하는 걸까? 삶의 다른 가치를 희생시켜서라도 꿈을 이루는 삶은 바람직한 것일까? 이런 복잡한 질문에 대한 영화가 바로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UP>이다.

<UP>은 독특한 영화다. 영화의 등장인물은 사각 얼굴의 늙은 할아버지, 포동포동한 2.5 등신 꼬마, 말하는 개와 거대 새의 4인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격 인물은 기묘하게 각진 얼굴을 자랑하는 은퇴한 풍선 판매원인 칼 프레드릭슨. 가족 없이 홀로 재개발 지역 인근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다.

지금은 늙어서 집에서 혼자 지내지만, 칼은 어린 시절에는 모험을 좋아하는 어린이였다. 파라다이스 폭포로 모험을 떠난 모험가 찰스 먼츠를 동경했다. 하지만 엘리와 결혼한 이후 모험은 그만두고 풍선을 팔면서 살게 되었다. 아내 엘리와 언젠가 파라다이스 폭포로 여행을 가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돈을 모을 때마다 생기는 자잘한 일들에 돈을 쓰다가 결국 가지 못한 것이다.

불임이었던 엘리가 죽은 후, 혼자 남겨진 칼에게 남은 것은 집뿐이다. 그런 집마저 더 이상 지킬 수 없게 되는 시기가 온다. 주변 지역이 재개발되는데도 매매를 거부하는 칼 때문에 칼의 주변에서는 갈등이 일어난다. 심지어 인부를 폭행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하게 된다. 칼은 양로원에 갈 신세가 되고, 나이가 들어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집을 떠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칼은 양로원에 가는 대신 집에 풍선을 달고 하늘로 날아간다. 풍선을 타고 자신이 꿈에 그리던 남미의 파라다이스 폭포로 향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UP>의 초반부다.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노인의 이야기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UP>은 단순히 꿈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며 꿈을 향해 나아가라고 말하는 영화가 아니다.

꿈을 이루라고 말하는 영화가 아닌

기묘하게도, 칼은 꿈에 그리던 파라다이스 폭포 인근에 금세 도착한다. 몰래 칼의 집에 탔던 동네 꼬마 러셀과 폭풍우를 겪다가 착륙한 것이다. 하지만 폭포로 향해 나아가는 칼 한 명의 모습이 아닌, 폭포로 나아가면서 우연히 만나는 꼬마 '러셀', 개 '더그', 새 '케빈'과 겪는 해프닝이 중요하게 그려진다.

칼이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인물 중에는 자신이 동경했던 인물 '찰스 먼츠'도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존경했던 인물을 만나 놀라는 칼. 찰스는 칼의 어린 시절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대립하는 인물은 칼과 찰스, 그리고 그들의 꿈에 대한 입장이다.

영화 초반부에 언급되는 찰스 먼츠는 모험을 펼치며 어린 칼에게 꿈을 심어주던 멋진 모험가다. 그러나 희귀새를 직접 잡아오겠다는 집념 하에 남미로 떠난 지 수십 년, 칼이 어린이에서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도 찰스는 그곳에서 새를 노린다.

칼과 함께 찰스를 만난 러셀이 새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찰스는 갑자기 돌변한다. 그리고 자신을 방문했던 이들의 헬멧을 하나씩 땅에 굴려버리는데, 그를 찾아온 이들이 뭔가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암시다. 그리고 새를 찾겠다는 일념 하에 칼과 러셀을 습격하기에 이른다.

자신이 바라는 꿈만 보고 노력하는 이들이 긍정적으로 묘사될 때도 있다. 오랜 노력으로 마침내 성과를 본다거나, 실패해도 아름다운 노력을 다른 사람들이 감탄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찰스는 집착과 광기에 미친 노인으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 인간성, 생명, 커뮤니케이션,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전부 버릴 수 있는 사람이다.

반면 칼은 변화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칼은 원래 뜬금없이 만나게 된 러셀과 더그, 케빈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찰스의 미친 집착에 여행까지 방해받자 화를 내고 만다. 자신이 바라던 목표는 폭포에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목표와 맞지 않는 이들을 포용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러셀이 케빈을 구하기 위해 떠난 후, 집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던 중 죽은 아내 엘리의 수첩을 본 칼은 태도를 바꾼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도 모험이었고, 앞으로 새로운 모험을 떠나며 살 것임을 알게 된 칼은 추억이 깃든 가구들을 내다 버린다. 가벼워진 집을 타고 찰스에 맞서 싸우러 가는 칼의 모습은 집착에 갇혀 완고한 태도를 보이는 찰스와 대립된다.

영화는 꿈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마다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 꿈에 대한 외골수적인 집착을 보이는 광기를 모두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 놓인 꿈과 추억을 대하는 칼의 모습을 통해 인생과 꿈의 관계를 말한다.

풍선의 하늘하늘한 이미지와는 달리, 영화가 말하는 주제 의식은 생각보다 무겁다. 소외된 인물들인 독거노인 칼, 아버지의 관심 밖에 내몰린 어린이 러셀의 모습도 담담히 보여준다. 과거의 꿈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 추억과 꿈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하는 영화다.

 <업>의 포스터.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노인 칼 프레드릭슨이 주인공이다.

<업>의 포스터.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노인 칼 프레드릭슨이 주인공이다. ⓒ 픽사



UP 추억 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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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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