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긴 것만 같은 연휴... 어떻게 보낼까요?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의 시끌벅적한 만남도 잠시. 장시간 귀향길에 지친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갈 여력도 되지 않는 당신. 이번 연휴에 '드라마 몰아보기'는 어떨까요?

그래서 최신 인기 드라마의 꼬리를 덥썩 물었습니다. 드라마 피디, 작가, 배우, 가수, 스토리... 꼬리를 콱 물고 이들을 따라 다른 드라마로 이동해보기로 했습니다. [편집자말]
 <청춘시대>와 관련 있는 작품

ⓒ 유지영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를 재밌게 본 사람들에게 이 작품을 소개한다. 어쩌면 '추천'을 빙자한 '취향 나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청춘시대>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분명 이들 작품도 좋아할 거라 믿는다.

[하나] 한예리가 전공을 살린 작품 SBS <육룡이 나르샤>

한예리는 <청춘시대>에서 3개의 알바를 병행하며 빚을 갚아 나가는 대학생 윤진명 역할을 현실적으로 연기해 큰 호평을 받았다. <청춘시대>를 집필한 박연선 작가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예리에 빚을 졌다"고 말할 정도로 한예리의 세심한 연기를 아꼈다. 박 작가는 그 중에서도 한예리의 자연스러운 손동작이 좋았다고 언급했다.

어쩌면 한예리의 전공이 한국무용이기 때문일까. 과거 한예리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나와 한국무용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용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는 그녀는 키 때문에 무용을 계속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과거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용은 키가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성장이 멈춰 콤플렉스가 심했다"고 고백했다. 한예리는 이후 우연한 계기로 단편 영화의 주연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된다고 한다. 덕분에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쉽게 한예리를 볼 수 있게 됐으니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SBS <육룡이나르샤> 속 윤랑 역할 맡은 한예리

SBS <육룡이나르샤> 속 윤랑 역할 맡은 한예리 ⓒ SBS


하지만 그 무용 실력은 어디 가지 않는다. 무용을 접고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한예리지만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한예리는 또 한 번 무용을 선보인다. 한예리가 <육룡이 나르샤>에서 맡은 인물은 '윤랑'이다. 윤랑은 고려 공양왕 왕요가 아끼는 여인으로 한예리의 무용 실력이 십분 발휘된 인물이다. 아예 등장하는 장면부터 춤을 추면서 등장한다. 영화 <취권>의 성룡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무술을 선보인다면 한예리는 춤을 추듯 칼을 휘두른다. 윤랑이 한 번 회전하면 사람이든 가마든 깔끔하게 두 동강 난다. 한예리가 선보이는 화려한 '무용 액션'을 보고 싶다면 SBS <육룡이 나르샤>를 추천한다. 무려 50부작 드라마다. 한예리는 28회(2016.01.04 방송분)부터 등장한다.

SBS <육룡이 나르샤>의 관전 포인트 하나. <청춘시대>에서 윤진명을 시종일관 괴롭히는 레스토랑 매니저 역할의 배우 민성욱과 한예리는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먼저 인연을 맺는다. 그들의 '악연'이 <청춘시대>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엿봐도 좋을 듯하다.

[둘] <청춘시대>의 이란성 쌍둥이, 박연선 작가의 <얼렁뚱땅 흥신소>

<청춘시대>와 닮은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의 마니아들 역시 <청춘시대>의 마니아들처럼 시즌2를 요구한다. 시청률도 비슷하다. 2% 남짓이다. 또한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은 대표적인 마니아 드라마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바로 2007년 KBS에서 방영한 <얼렁뚱땅 흥신소>다. 서로 만화방, 태권도장, 그리고 점집을 운영하는 주인공들이 '고종이 숨겨둔 황금을 찾기 위해' 흥신소에 모여 일을 진행해간다.

박연선 작가 특유의 미스터리한 요소가 드라마 곳곳에 포진돼있고, 서로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 모여 성장하고 상처를 치유하면서 유사 가족을 이룬다는 설정도 그대로다.

무엇보다 <얼렁뚱땅 흥신소>에도 유은재(이은성 분)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드라마 속 유은재 역시 <청춘시대>의 유은재처럼 아버지가 남긴 기억 속에서 헤매는 인물이다. 또 그로 인해 강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이 각기 다른 '유은재들'이 흥신소와 셰어하우스에 찾아오면서 자신이 가진 상처를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지켜보는 것 또한 이 드라마를 보는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얼렁뚱땅 흥신소> 이미지 파일

예지원, 이민기, 류승수, 이은성 주연의 KBS <얼렁뚱땅 흥신소>(2007). ⓒ KBS


박연선 작가가 <연애시대>부터 끊임없이 말하고자 하는 화두 중 하나인 "삶은 죽을 때까지 계속 된다"는 주제의식도 이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다. <얼렁뚱땅 흥신소> 속 인물들은 과연 황금을 찾았을까. 이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들이 황금을 찾든 찾지 않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청춘시대>와 아주 세세한 설정까지 유사한 면이 많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어쩌면 박연선 작가가 <얼렁뚱땅 흥신소>의 팬들을 위해 숨겨둔 '이스터에그'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 '이스터에그'를 한 번 찾아보시라.

[셋] 청춘시대 OST 강아솔 '매일의 고백' - '나의 대답'

"나는 오늘도 그대가 건네준 이 온기를 싣고서 그 어떤 슬픔도 그 어떤 눈물도 넉넉히 견뎌 걸어간다." - 강아솔, '매일의 고백' 가사 중에서

<청춘시대>는 그 드라마만큼 삽입곡 또한 큰 호평을 받았다. <청춘시대> 이남연 음악감독은 <오마이스타>에 "일부러 '기획된' 냄새가 나는 노래를 배제하고 기존에 있던 노래들을 삽입했다, 이 노래들이 정말 '청춘'을 담아낸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OST 중 한 곡은 강아솔의 노래 '매일의 고백'이다. 강아솔은 투명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마음'을 노래한다. 한없이 섬세한 강아솔의 목소리는 노래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매일의 고백'처럼 강아솔 2집 <정직한 마음>에 실린 노래 '나의 대답'은 강아솔의 그런 강점을 볼 수 있는 곡이다.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 어느 때보다 그대 정직한 사람이길.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 어느 때보다 그대 여린 사람이길. 그대여 난 온전한 그댈 원해요." - 강아솔, '나의 대답' 가사 중에서

강아솔은 <스트리트H>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 음악을 듣고 사람들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고, 서로 위로가 되고 연결시켜주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욕심을 부려본다"고 말했다. 그의 노래는 꼭 그의 대답만큼 따뜻하고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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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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