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 올림픽 남자축구 4강 대진이 확정됐다. 개최국 브라질이 한국을 꺾고 4강에 오른 온두라스와 격돌한다. 독일은 나이지리아와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어려운 올림픽 축구의 특성을 보여준 결과다. 조별리그 무패로 조 1위를 차지했던 포르투갈과 한국이 모두 8강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탈락했다.

악연 끊고자 하는 독일, 온두라스 누를까

나브리 만회골 독일 세르지 나브리(가운데)가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전반전 때 만회골을 넣은 뒤 두 팔을 벌려 달리고 있다.

▲ 나브리 만회골 독일 세르지 나브리(가운데)가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전반전 때 만회골을 넣은 뒤 두 팔을 벌려 달리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간신히 비기며 C조 2위에 그쳤던 독일은 D조 1위 포르투갈을 무려 4-0으로 대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번 대회 최다득점팀(19골)에 이름을 올린 독일은 조별리그 멕시코(2-2), 한국(3-3)전에 이어 피지(10-0)전에서는 한 경기 최다 골을 기록하는 등, 대회 전 경기 멀티 골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유일한 팀이다.

공교롭게도 독일과 포르투갈은 2년 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만난 바 있는데 당시도 독일이 똑같은 점수로 이긴 바 있다. 브라질이 두 팀에게는 악연의 땅이 된 셈이다.

독일은 동서분단 시절이던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당시 동독이 올림픽 정상에 오른 바 있다. 2014 월드컵 우승국이기도 한 독일은 지난 유로 2016, 4강에 이어, 연령대별 대회인 올림픽에서도 유럽팀으로서는 유일하게 4강에 올라 메이저대회의 영원한 우승 후보다운 관록을 증명했다.

북중미의 온두라스는 신태용 감독이 이끈 한국을 1-0으로 꺾고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했다. 온두라스 A팀과 올림픽팀 사령탑을 겸임하고 있는 콜롬비아 출신의 호르헤 루이스 핀투 감독은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코스타리카를 사상 첫 8강으로 이끈 데 이어 이번엔 온두라스의 성공신화를 이끌며 '북중미 축구의 히딩크'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온두라스전에서 슈팅 수와 점유율 모두 일방적으로 앞서며 파상 공세를 퍼부었으나 역습 한 방에 눈물을 흘렸다.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던 멕시코전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되었고, 경기 막판 상대의 시간 지연 플레이와 침대 축구에 농락당한 것은 보너스였다. D조의 강호였던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를 피해 온두라스를 만난 것이 최상의 대진운으로 여겨졌으나 결과적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어버렸다.

자존심 회복한 브라질, 기적 연출한 나이지리아

한국 응원하는 브라질 축구팬 지난 13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축구 8강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에서 전반전 브라질 축구팬들이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

▲ 한국 응원하는 브라질 축구팬 지난 13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축구 8강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에서 전반전 브라질 축구팬들이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개최국 브라질의 자존심 회복도 눈에 띈다. 조별리그 초반만 해도 고전을 면치 못하며 탈락위기에 몰렸던 브라질은 덴마크와의 최종전(4-0)을 잡으며 조 1위로 기사회생한 데 이어 8강에서는 '월드컵 악연'으로 얽혀있던 콜롬비아에 2-0으로 설욕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조별리그 무득점으로 부진했던 에이스 네이마르가 1골 1도움의 활약을 펼치며 부활한 것도 고무적이다. 4경기 연속 클린시트를 기록한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남은 무실점팀이기도 하다.

브라질이 올림픽 4강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8년 베이징(중국) 대회와 2012년 런던(영국) 대회에 이어 3회 연속이다. 브라질은 올림픽에서는 은메달만 세 번이나 차지했을 뿐 우승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최근 월드컵과 코파 등 A대표팀이 나선 대회에서 연이어 좌절을 맛봤던 브라질로서는 이번 올림픽 우승이 더욱 절실하다. 4강 상대인 온두라스와는 4년 전 런던올림픽 8강전에서도 만나 3-2로 브라질이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미네이랑의 비극'으로 연결된 브라질과 독일이 나란히 4강까지 생존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브라질은 2년 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준결승에서 네이마르와 티아고 실바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독일이 7-1로 대패하며 자국 축구 역사상 희대의 굴욕을 겪었다.

두 팀은 준결승에서 승리할 경우 바로 올림픽 결승에서 맞붙게 된다. 성사만 된다면 이보다 더 극적인 인연이 없다. 더구나 올림픽 결승전(8월 21일)이 열리는 장소는 브라질축구의 또 다른 흑역사인 '마라카낭의 비극'(1950년 브라질월드컵 결승 우루과이전)이 열렸던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냥 경기장에서 열린다. 특히 브라질에 특별한 동기부여(혹은 부담)가 될만한 대목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적적인 팀이자 막장다운 양면까지 모두 보여주고 있는 것은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팀으로 유일하게 4강 진출까지 성공하는 이변을 거듭했다. B조 1위 나이지리아는 와일드카드 존 오비 미켈(첼시)의 결승 골을 앞세워 C조 2위 덴마크를 2-0으로 꺾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일본전만 하더라도 비행기 연착으로 경기 시작 7시간 전에서 브라질에 도착하는 등 몰수패 위기까지 몰렸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나이지리아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아프리카 국가로는 첫 올림픽 정상에 올랐던 화려한 전력을 자랑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자국 축구협회의 부실한 행정지원과 코치진의 임금체납, 감독의 돌연한 자진사퇴 해프닝 등 여러 가지 막장다운 행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경기력을 거듭하며 이래저래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올림픽 4강전은 브라질과 온두라스가 오는 18일 오전 1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브라질과 온두라스가 먼저 격돌하고, 4시에는 브라질 아레나 코린치앙스에서 나이지리아와 독일이 맞대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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