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출신 선수들의 연봉 거품, 떠오르는 엘도라도 KBO (출처: 구단 SNS)

쿠바출신 선수들의 연봉 거품, 떠오르는 엘도라도 KBO (출처: 구단 SNS) ⓒ LA 다저스/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메이저리그에서 쿠바 선수 영입 열풍은 2012년 요에니스 세스페데스가 그 시작이었다. 이후 2013시즌 야시엘 푸이그의 혜성 같은 등장과 맹활약을 통해 점점 거세지더니  2014시즌 호세 아뷰레유가 신인왕을 거머쥐면서 정점을 찍었다.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는 2012시즌 연봉(650만 달러) 대비 약 3배 가치의 활약을 보였고 2013시즌 메이저리그를 강타한 야시엘 푸이그의 운동 능력과 가능성은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 중 한 명인 마이크 트라웃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2013시즌 당시 야시엘 푸이그는 연봉 (200만 달러) 대비 약 15배 가량의 맹활약을 했고 향후 상품성이나 성장 가능성을 놓고 볼 때 투자대비 성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야시엘 푸이그의 성공 이후 메이저리그 팀들은 쿠바 선수들에게 쉽게 지갑을 열었고 심지어 묻지마 투자 열풍까지 불며 쿠바 선수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쓸어담았다.

검증되지 않았다는 리스크는 있었지만 쿠바리그에서 A급 활약을 보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비싼 FA 선수를 영입하는 것에 비해 부담이 적었고 성공만 한다면 투자 대비 놀라운 성과를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준있는 FA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선수 지명권을 포기해야 하지만, 해외 FA인 쿠바 선수를 데려오면 1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큰 이점이 있었다.

다저스는 야시엘 푸이그의 성공에 힘입어 2013년 10월 알렉스 게레로, 2014년 2월 에리스벨 아루에바레나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심지어 알렉스 게레로는 평균 연봉이 푸이그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이 두 명의 쿠바산 선수들은 메이저리그급 기량을 보이지 못했다. 다저스는 알렉스 게레로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결국 퇴출했고, 에리스벨 아루에바레나는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냈다.

2013~2014년 스토브 리그에서 쿠바산 대어는 호세 아뷰레유였다. '쿠바 본즈'라고 불리는 호세 아뷰레유는 쿠바리그에서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던 만큼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호세 아뷰레유는 6년 총 연봉 68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쿠바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평균 연봉 1000만 달러를 뛰어넘는 금액을 기록하게 되었다. 호세 아뷰레유는 2014년 첫해 fWAR(팬그래프 기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5.3으로 연봉대비 5배 이상의 성과를 냈고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등극했다.

 2014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호세 아브레유, 출처: 화이트삭스 SNS

2014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호세 아브레유, 출처: 화이트삭스 SNS ⓒ 시카고 화이트삭스


2014년 주요 쿠바 선수 성적 (팬그래프 기준)

야시엘 푸이그, 연봉 $2M, fWAR 5.3, 가치 $40.5M
호세 아브레유, 연봉 $7M, fWAR 5.3, 가치 $40.4M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연봉 $10.5M, fWAR 3.3, 가치 $24.9M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를 시작으로 야시엘 푸이그, 호세 아뷰레유까지 이어진 성공 사례에 힘입어 쿠바 선수들의 몸값이 무섭게 치솟기 시작했다. 2014년 시즌 후 쿠바 선수의 연봉 거품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보스턴은 2014년 8월 외야수 러스니 카스티요와 7년 총 연봉 7250만 달러에 계약을 했다. 호세 아뷰레유의 총 연봉 68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계약이었다. 카스티요는 알렉스 게레로의 쿠바리그 OPS(출루율+장타율) 성적을 뛰어넘지 못했지만, 쿠바 열풍과 함께 피어오른 거품 속에 7000만 달러 시대를 열어젖혔다.

하지만  카스티요는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0.262와 OPS 0.679으로 계약 당시 기대치에 턱없이  못미치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보스턴은 올해 젊은 외야수 재키 브래들리와 무기 베츠가 활약하는 가운데 연봉 1130만 달러인 러스니 카스티요를 웨이버 공시했고 클레임을 거는 구단이 없자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냈다.

쿠바리그 성적 (타율/출루율/장타율/OPS)
.341/.456/.622/1.078 호세 아브레유
.319/.404/.585/.989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311/.410/.527/.937  야시엘 푸이그
.303/.386/.528/.914  알렉스 게레로
.323/.407/.505/.912  헥터 올리베라
.315/.380/.501/.881  러스니 카스티요
.290/.345/.504/.849  야스마니 토마스
.307/.398/.440/.838  알레디미스 디아즈

 애리조나 다이아몬스백스 야스마니 토마스, 출처: 애리조나 SNS

애리조나 다이아몬스백스 야스마니 토마스, 출처: 애리조나 SNS ⓒ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014~2015년 스토브 리그에서 야스마니 토마스가 시장에 나왔을 때는 점입가경이었다. 야스마니 토마스를 잡기 위해 메이저리그 팀들의 경쟁은 불타올랐고 그 결과 호세 아뷰레유보다 더 높은 연봉인 6년 6850만 달러라는 금액으로 애리조나 디백스와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야스마니 토마스의 쿠바리그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애리조나는 그의 미래를 보고 영입한 것이다. 하지만 야스마니 토마스의 장타력은 아직 터지지 않았고 수비에서도 약점을 노출하며 메이저리그 통산 fWAR -1.7을 기록 중이다. 야스마니 토마스의 계약은 쿠바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상징하는 계약이었으며 무리한 베팅의 종막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다저스는 야심차게 영입했던 알렉스 게레로와 아루에바레나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저스를 떠나게 될 2루수 하위 켄드릭, 유격수 지미 롤린스, 3루수 후안 유리베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치열한 경쟁 끝에 헥터 올리베라를 영입했다.

 헥터 올리베라, 출처: MLB.com

헥터 올리베라, 출처: MLB.com ⓒ MLB.com


다저스는 헥터 올리베라의 나이가 많고 팔꿈치 부상으로 이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금액인 6년 6250만 달러에 1년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헥터 올리베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빠르게 포기했고 연봉의 약 48%를 애틀랜타에 보조해주며 트레이드했다.

헥터 올리베라는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0.245와 OPS 0.674, fWAR -0.2로 극히 부진하다. 설상가상 헥터 올리베라는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82경기 출전 징계를 받기도 했다.

쿠바 선수들의 몸값 거품이 엄청났던 2014~2105년 겨울, 소수의 팀은 KBO리그의 최고 유격수 강정호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다들 아다시피 피츠버그가 강정호의 포스팅 입찰의 승자가 되었다. 피츠버그는 포스팅 금액 500만 달러를 포함해 강정호와 4년 1100만 달러 계약+1년 클럽옵션을 체결했다. 4년 계약 기준 포스팅 금액을 포함하면 강정호의 평균 연봉은 400만 달러였다. 

2015년 계약 첫해 타율 0.287, OPS 0.816, fWAR 3.9를 기록하며 신인왕 3위에 올랐고 팬그래프 기준 연봉 가치 3140만 달러에 해당하는 활약을 펼쳤다. 2015년 연봉대비 12배 이상의 활약한 것이고 포스팅 금액 포함해도 7배 이상 활약한 것이다.

 한국인 야수에 대한 관심을 폭증시킨 강정호의 맹활약 출처: 피츠버그 구단 SNS

한국인 야수에 대한 관심을 폭증시킨 강정호의 맹활약 출처: 피츠버그 구단 SNS ⓒ 피츠버그 파이어리프


KBO리그 출신 최초의 야수 강정호가 KBO 엘도라도 시대를 연 것이다. 강정호의 성공으로 KBO리그 출신 선수들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좀 더 커지기 시작했다. 박병호를 필두로 김현수,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고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던 이대호가 스프링캠프 경쟁을 뚫고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에 승선했다.

쿠바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한 평가를 받던  KBO 출신 주요 선수들은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살아남았고 팀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선수로 떠오르고 있다. (시즌 전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박병호가 부진 끝에 마이너리거가 된 것은 아쉽지만 후반기 반전을 기대해 본다 )

김현수가 시범경기에서 타율 0.178로 부진하자 볼티모어 구단이 언론 플레이를 통해 김현수를 마이너리그로 보내기 위해 압박하는 촌극도 있었다. 개막전 홈 팀 팬들에게 야유를 받았던 김현수는 이후 절치부심하였고 띄엄띄엄 찾아온 기회를 잘 살려 마침내 주전급으로 올라섰다. 김현수는 ESPN을 통해 볼티모어 전반기 최고의 신인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2016 상반기를 마친 코리안리거들 (출처: 각구단 SNS)

2016 상반기를 마친 코리안리거들 (출처: 각구단 SNS) ⓒ 미네소타/볼티모어/세인트루이스/시애틀 구단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던 이대호는 스프랭캠프 초청 선수로 바늘 구멍 같았던 경쟁에서 이겨내 25인 로스터에 합류했고 주전 1루수였던 아담 린드 이상의 활약을 보였다. 이대호 역시 MLB.com에서 시애틀 전반기 최고의 신인으로 평가받았다.

'끝판왕' 오승환의 활약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오승환은 올스타까지 거론되었을 정도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로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고 트레버 로젠탈을 대신해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투수가 되었다. 2016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KBO 출신 선수 중 가장 높은 fWAR인 1.4를 기록 중이다.

이쯤에서 쿠바 선수들이  연봉 대비 올시즌 전반기 성적표를 살펴보자. 야시엘 푸이그 이후 쿠바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3년 스토브 시즌 이후 계약했고 메이저리그에 올라 활약했던 쿠바 선수를 그 대상으로 했다.

 쿠바 선수 2016년 전반기 WAR 및 연봉

쿠바 선수 2016년 전반기 WAR 및 연봉 ⓒ 베이스볼젠


쿠바 선수들의 2016시즌 평균 연봉은 약 700만 달러였도 전반기 팀공헌도 bWAR(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0.4, fWAR는 0.2를 기록했다. 전반기 기록을 2배로 늘려 한 시즌으로 생각해 1WAR 당 얼마나 들었는지 계산해보자.

쿠바 선수에게 1WAR 당 bWAR 기준 800만 달러, fWAR기준 1600만 달러가 들었다. 1WAR 당 가치가 800만 달러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쿠바 선수들를 향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묻지마식 투자는 낙제점에 가깝다.

 한국 선수 2016년 전반기 WAR 및 연봉

한국 선수 2016년 전반기 WAR 및 연봉 ⓒ 베이스볼젠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평균연봉은 230만 달러로 쿠바 선수보다 약 3배 정도 낮다. 하지만 팀공헌도 WAR 기준으로 2~4배 이상 더 높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한국 선수에게 1WAR 당 bWAR 기준 120만 달러가 들었고 fWAR 기준 130만 달러의 비용이 든 것이다.

1WAR 당 가치를 800만 달러로 두면 메이저리그 팀들은 한국 선수들을 영입해 대략 6배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한국 선수를 영입한 메이저리그 구단에선 즐거울 만한 일이지만, 쿠바 선수들에 비해 평가 절하된 한국 선수들의 가치가 씁쓸한 현실이다.

쿠바 선수들의 거품이 슬슬 꺼져가고 있음에도, 쿠바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다저스는 여전히 나이 어린 쿠바 유망주들을 입도선매로 쓸어담고 있다.

그 와중에 세인트루이스가 현명한 소비자로 눈에 띈다. 세인트루이스는 2014년 알레디미스 디아즈와 4년 800만 달러로 저렴하게 계약을 맺었다. 디아즈는 올해 전반기 fWAR 2.4로 신인 선수 중 코리 시거 다음으로 2번째로 성적이 좋다. 세인트루이스는 KBO리그 출신 오승환을 영입해 연봉 대비 최고의 효과를 보고 있다.

쿠바 선수들의 거품이 걷히기 시작하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실력있는 선수 공급의 새로운 엘도라도로 떠오르는 KBO리그 출신 한국 선수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강정호-박병호 이상의 규모의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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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 양승준 메이저리그 필진 / 정리 및 자료 제공 :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이 기사는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기록 및 내용 참조 : MLB.com, 팬그래프, 베이스볼서번트, ESPN, 베이스볼젠, 브룩스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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