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프랑스 제압... 역대 첫 우승 포르투갈이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 소재 스타드 드 프랑스의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4분 터진 에데르의 결승골로 프랑스를 1-0으로 꺾고 앙리 들로네컵(우승 트로피)을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 2천700만 유로(약 350억 원)를 거머쥔 포르투갈은 역대 월드컵과 유로 대회를 통틀어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사진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모습.

▲ 포르투갈, 프랑스 제압... 역대 첫 우승 포르투갈이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 소재 스타드 드 프랑스의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4분 터진 에데르의 결승골로 프랑스를 1-0으로 꺾고 앙리 들로네컵(우승 트로피)을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 2천700만 유로(약 350억 원)를 거머쥔 포르투갈은 역대 월드컵과 유로 대회를 통틀어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사진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모습. ⓒ 연합뉴스/EPA


축구팬들을 잠 못 이루게 하던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가 포르투갈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유로컵은 사상 처음으로 기존 본선 16개국 체제에서 24개국으로 무려 8팀이 더 늘어나며 규모가 크게 확장됐다. 경기 수가 늘어난 만큼 관중 수도 증가했으며 다양한 볼거리와 이변의 연속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한편으로 지나친 수비축구와 저득점 현상으로 대회의 질이 떨어졌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했다.

이변, 이변 그리고 이변

 웨일스의 가레스 베일이 21일(한국 시각) 열린 유로 2016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웨일스는 이날 경기에서 러시아를 3-0으로 완파했다.

웨일스의 가레스 베일이 21일(한국 시각) 열린 유로 2016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웨일스는 이날 경기에서 러시아를 3-0으로 완파했다. ⓒ 연합뉴스/EPA


참가국 확대로 인하여 이루어진 이번 유로컵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언더독'의 선전과 이변의 연속이었다. 이번 대회를 통하여 자국의 역대 최고 성적을 경신한 팀이 유독 많았다. 우승팀 포르투갈만 해도 이번 대회전까지 유로컵을 비롯한 메이저대회 우승 경험이 없었고 톱시드 국가 중에는 전력상 가장 저평가받았던 팀이었다.

특히 포르투갈은 이번 대회 참가국 확대로 도입된 와일드카드 제도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포르투갈은 조별리그에서 3연속 무승부에 그치며 조 3위에 그쳤으나 상위 4개국까지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로 힘겹게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토너먼트에서 크로아티아-폴란드-웨일스-프랑스를 잇달아 꺾으며 사상 첫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포르투갈이 이번 대회에서 치른 7경기 중 6경기에서 정규시간 90분 이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상대 팀보다 리드를 잡은 시간은 모두 합쳐도 약 73분에 불과할 정도로 실리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또한, 유로컵 본선에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유로 본선에 오른 팀만 북아일랜드- 아이슬란드-웨일스- 알바니아-슬로바키아 등 무려 5팀이나 됐다. 이중 알바니아를 제외하면 모두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이들의 본선행이 그저 참가국 확대 덕분이라는 선입견을 보란 듯이 극복했다.

특히 웨일스는 첫 출전에 4강 진출이라는 기염을 토하며 이번 대회 최대 돌풍의 주역이 됐다. 인구 33만으로 대회 참가국 중 가장 작은 나라인 데다 자국에 정식 프로리그도 없는 아이슬란드가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격침하고 8강에 진출한 것도 놀라운 이변이었다. 이밖에 오랜만에 유로 본선 무대로 돌아온 폴란드(8강)와 헝가리(16강)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그간의 약체 이미지를 어느 정도 벗는 데 성공했다.

전통의 강팀들 중에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의 선전이 돋보였다. 개최국 프랑스는 에이스 카림 벤제마의 최종엔트리 탈락과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결승행을 이뤄내며 아트사커의 명성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프랑스의 에이스로 부상한 앙투안 그리지만은 대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에까지 선정됐다. 월드컵 우승국 독일은 비로 유로 제패에는 실패했지만 최근 10년간 메이저대회(월드컵-유로컵) 5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세우며 특유의 꾸준함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안토니오 콩테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는 역대 최약체라는 우려를 딛고 특유의 수비축구를 앞세워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유로 3연패를 노리던 스페인을 침몰시키고 독일과도 연장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치는 등 매력적인 축구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유로 2016이 남긴 과제들

UEFA 유로 2016 4강 지난 2일(현지시각), 프랑스에서 열린 독일과 이탈리아의 UEFA 유로 2016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독일이 승리하자 독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UEFA 유로 2016 4강 지난 2일(현지시각), 프랑스에서 열린 독일과 이탈리아의 UEFA 유로 2016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독일이 승리하자 독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반면 실망스러웠던 팀들도 많았다. C조의 우크라이나는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무득점 3전 전패를 기록하며 승점도 골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고 대회를 마감했다. E조의 스웨덴은 '죽음의 조'에서 최하위로 밀리며 에이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역시 마지막 국가대항전 무대를 득점 없이 쓸쓸하게 마감해야 했다. 유로 3연패를 노리던 D조의 스페인은 '티키타카'의 노쇠화를 드러내며 16강에서 이탈리아에 완패하여 무적함대의 전성기가 끝났음을 알렸다.

B조의 잉글랜드는 역대 최고의 멤버라는 기대와 달리 조별리그에서 웨일스에 밀려 2위에 그쳤고 16강에서는 대회 최약체 팀 중 하나인 아이슬란드에 역전패를 당하며 망신살이 뻗쳤다. 웨일스와 북아일랜드 등 영연방 국가들의 선전과 대조를 이룬 장면이다. 대회가 끝난 후 로이 호지슨 감독은 사임했지만, 잉글랜드 축구의 거품론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경기 외적으로 더 악명을 떨쳤다. 대회 초반부터 훌리건들의 난동, 잉글랜드 팬들과의 충돌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다수의 과격 팬들이 추방 조치를 당하는 등 외교적 갈등을 빚기도 했다. 자국팀의 성적도 엉망이었다. 러시아는 1무 2패로 B조 최하위에 그치며 탈락했다. 그간 레오니드 슬루츠키 러시아 감독이 연봉 한 푼 받지 못하고 대표팀을 겸임하는 등 러시아 축구협회의 막장 행정까지 드러나며 이래저래 국제 망신을 당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총 51경기가 열리는 동안 108골이 터져 경기당 평균 2.12골이 나왔다. 16개 팀 체제였던 유로 2012 당시 경기당 평균 2.45골에 비해 득점의 숫자가 감소했다. 21경기가 1점 차 승부였고, 무승부가 13경기였다. 2골 차 이상을 기록한 경우는 17경기였고 이 중 한 경기 4골 이상의 다득점이나 3골 차 이상의 완승이 나온 경우는 모두 5경기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나온 스코어는 1-0경기가 13차례로 가장 많았다.

전체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약팀들이 이번 본선에 많이 합류한 데다 강팀들도 토너먼트로 접어들수록 이기기 위한 공격적인 플레이보다는 '지지 않는데 비중을 둔' 신중한 축구를 구사하면서 득점이 감소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은 대회 내내 철저한 수비와 역습 위주의 플레이에 충실했고 독일 같은 강팀들도 상황에 따라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할 정도였다.

치열한 박빙의 승부가 늘어나기는 했다. 동시에 한 골을 넣고 지키는 데 치중하는 소극적인 플레이로 유로컵의 수준이 하락하고 지루해졌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점유율과 압박의 경쟁이 어느 정도 공존하던 지난 대회에 비하여 전술적인 트렌드 면에서는 다소 정체된 대회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나마 언더독들이 연출한 이변과 경기 후반 터진 짜릿한 '극장 골'들의 연속이 유로컵의 재미를 살렸다는 평가다. 또한, 참가국들의 증가로 경기 수가 증가한 만큼 어쨌든 수익 면에서는 큰 성공을 거둔 것이 분명하다. UEFA는 이번 대회의 예상 수익이 지난 유로 2012에 비해 34% 늘어난 21억3000만 달러(약 2조4474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통의 강팀들이 대체로 참가국 확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임에도 양과 질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유로컵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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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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