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스의 가레스 베일이 21일(한국 시각) 열린 유로 2016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웨일스는 이날 경기에서 러시아를 3-0으로 완파했다.

웨일스의 가레스 베일이 21일(한국 시각) 열린 유로 2016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웨일스는 이날 경기에서 러시아를 3-0으로 완파했다. ⓒ 연합뉴스/EPA


유로 2016 조별리그 일정이 모두 막을 내렸다. 이번 유로컵의 두드러진 특징은 수비축구의 득세와 저득점 현상으로 요약된다.

이번 대회부터 본선이 기존 16개국 체제에서 24개국으로 확대되었고 토너먼트도 8강이 아닌 16강전부터 시작하게 됐다. 유로컵 첫 출전국만 무려 5개나 됐다. 종전 조 2위까지만 주어지던 토너먼트행 티켓은 와일드카드 형식으로 조 3위 상위 4개국까지 확대됐다. 강팀과 약팀의 전력 차가 커지고 대부분 '승부보다 승점'에 무게를 두는 실리적인 경기운영을 선택하며 자연히 공격력이 반감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조별리그 36경기를 소화하면서 총 69골이 터졌다. 경기당 1.91골이다. 그나마 대회 초반에 비하면 많이 올라온 편이지만 끝내 2골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4년 전 유로 2012 당시에는 조별리그에서만 2.5골을 뽑아내는 등 2000년대 이후 유로컵에서는 항상 두 골 이상의 평균 득점이 나온 바 있다.

유로와 같은 시기에 진행 중인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는 조별리그에서만 평균 2.87골이 터졌다. 유로보다 조별리그 경기 수(24경기)는 3분의 2밖에 되지 않음에도 총득점(69골)은 동일했다.

물론 오로지 골의 숫자에 따라서 재미가 있다, 없다를 따지는 것은 단순한 구분이다. 하지만 축구의 꽃은 어디까지나 골이고, 팬들은 기왕이면 확실하게 승부를 가릴 수 있는 과감한 플레이를 원한다. 단지 지지 않기 위하여 후방에서 볼만 돌리거나, 시간을 끄는 플레이를 보기 위하여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은 없다.

축구의 꽃인 골이 줄어든 유로 2016

  3일(한국시간) 프랑스 릴의 스타드 피에르 모루아에서 열린 유로2016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독일의 슈바인슈타이거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독일은 이날 경기에서 우크라이나를 2대 0으로 물리치고 조별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3일(한국시간) 프랑스 릴의 스타드 피에르 모루아에서 열린 유로2016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독일의 슈바인슈타이거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독일은 이날 경기에서 우크라이나를 2대 0으로 물리치고 조별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 연합뉴스/EPA


그나마 지루할 뻔했던 유로를 살린 것은 다크호스들의 선전과 속출하는 '극장골' 덕분이었다. 실리축구의 영향으로 예전의 유로나 올해 코파와 비교하면 일방적인 승부는 많이 줄었다. 조별리그 36경기 중 거의 절반에 이르는 16경기가 1점 차 승부였고, 이중 1-0 스코어 경기가 10차례로 가장 많았다. 무승부도 10경기나 됐다.

2골 차 이상으로 벌어진 경기는 9경기에 불과했다. 한 팀이 3골 이상을 기록한 것은 4경기였다. 가장 많은 점수가 나온 것은 F조의 포르투갈-헝가리(3-3)전의 총 6골이었다. 그나마도 내용상 일방적인 경기는 많지 않았다. 골이 쉽게 터지지 않다보니 강팀들도 약팀을 상대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조별리그 최다 득점 팀은 웨일스와 헝가리로 각각 6골을 넣었다. 반면 무득점과 무승점을 동시에 기록한 팀은 3전 전패를 기록한 우크라이나가 유일했다.

득점 비율로 따지면 전반(24골)보다 후반(45골)에 터진 득점 비중이 거의 두 배에 이를 만큼 월등히 높았다. 시간대로 구분하면 경기 종반이라고 할 수 있는 후반 30분 이후에만 가장 많은 20골이 터지며 전체의 약 28.9%를 차지했다. 정규시간이 다 끝나고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극장골'도 7골이나 된다.

우승후보 프랑스는 초반 2경기(루마니아-알바니아)에서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종반에 터진 결승골로 기사회생했다. 잉글랜드는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종료 직전 뼈아픈 동점골을 내줬으나, 웨일즈와의 2차전에서는 정반대로 추기 시간에 결승골을 넣으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체코는 크로아티아에 두 골을 먼저 내주고 끌려가다가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2-2 무승부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일랜드는 조별리그 마지막날 로비 브래디의 결승골로 이탈리아를 침몰시키며 16강에 막차로 합류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 종반 마지막 '10분의 기적'으로 이전까지의 경기 내용이 한 번에 뒤바뀌는 경우가 허다했다. 팬들도 지루한 저득점 축구에 하품을 하다가도 방심하는 사이에 결과가 뒤집히니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이러한 극장골마저 없었더라면 올해 유로 조별리그는 졸전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잠시 숨을 돌린 유로 2016은 25일부터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이제부터는 지면 그대로 탈락하는 벼랑 끝 승부인 만큼 다득점을 더욱 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대신 또 어떤 극장골과 멋진 플레이로 팬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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