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대장은 떠났지만 <복면가왕>은 건재했다. 여전히 가면 뒤 얼굴은 호기심을 자극했고, 진심을 담아 부르는 참가자들의 노래는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음악대장의 부재가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질 거란 걱정도 기우에 불과했다. 12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은 14.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우리 동네 음악대장'의 정체가 밝혀진 지난주 방송보다 오히려 0.2% 상승한 수치다. 이는 음악대장을 떠나보내는 시청자의 아쉬움이 새로운 도전자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타 음악 예능과 차별화된 <복면가왕>의 경쟁력

 12일 방영된 <복면가왕>에 출연하여 놀라움을 안긴 EXID 혜린(위)과 인피니트 엘(아래).

12일 방영된 <복면가왕>에 출연하여 놀라움을 안긴 EXID 혜린(위)과 인피니트 엘(아래). ⓒ MBC


화려한 출연진을 앞세운 다른 음악 예능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복면가왕>의 흥행이 계속되는 이유는 바로 '반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날 방송이 음악대장의 부재를 극복하고 시청률 상승을 꾀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한 '반전 4연타' 덕이 아니었나 싶다.
첫 번째 반전의 주인공은 걸그룹 EXID의 막내 혜린이었다. 이미 솔지와 하니가 <복면가왕> 무대를 찾은 적이 있는 만큼 그녀의 정체를 유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연예인 패널들 역시 혜린을 두고 나이 많은 가수로 몰아가는 하는 실수를 범했다.

비록 1라운드에서 탈락해 가면을 벗어야 했지만, EXID의 혜린이란 이름은 이날 <복면가왕>을 지켜본 시청자에게 똑똑히 각인됐다. 그녀의 맑은 음색과 듣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노래 솜씨 <복면가왕>이 선사한 기분 좋은 반전이었다.

혜린의 바통을 이어받은 두 번째 반전 주인공은 인피니트의 엘. 그룹의 비주얼 담당으로만 알려졌던 엘 역시 이날 숨겨뒀던 노래 실력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복면가왕>이 아니었더라면 과연 누가 비주얼 멤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을까? 외향적인 모습이 아닌 내면적인 감성과 목소리를 찾기 위해 <복면가왕>을 찾았다던 엘의 선택은 절대 틀리지 않았다.

반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마치 가왕 결정전을 보는 듯했던 세 번째 무대에서는 노브레인의 이성우가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 정체를 드러냈다. 이성우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거친 목소리 덕에 그의 정체를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가왕에 올라도 손색없는 실력의 소유인 이성우가 떨어지는 것 역시 <복면가왕>에서만 볼 수 있는 반전이 아닐까 싶다.

<복면가왕>이 추구하는 '진짜' 반전

 무대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노브레인 이성우(위)와 이상민(아래)

무대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노브레인 이성우(위)와 이상민(아래) ⓒ MBC


이날 <복면가왕>의 반전 퍼레이드는 네 번째 무대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싸이의 '챔피언'을 도전 곡으로 들고나온 두 사람은 랩을 위주로 선보이고, 이어 파트 구분 없이 노래를 부르는 등 평가를 아주 어렵게(?) 만들었다.

개그맨과 배우 등으로 출연자의 정체가 좁혀지는 과정에서 복면을 벗은 건 바로 룰라의 이상민. 그 역시 추리 대상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는 만큼 판정단과 시청자의 충격은 배가 됐다.

한 번도 꾸며본 적 없는 솔로 무대라서, 혹은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온 복귀 무대라서, <복면가왕>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간절함을 가지고 무대에 오른다. 그래서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한음 한음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때로는 가면 뒤 정체를 맞춰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그들의 목소리에 푹 빠지게 되는 이유다.

<복면가왕>이 선사하는 반전이란 단순히 예상을 빗나간 정체만이 전부는 아니다. 승패가 정해지는 경연을 뛰어넘어 목소리 하나만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치와 이야기가 많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이 선사하는 진짜 반전이 아닐까?

무대에 대한 열정과 자기 목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복면가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복면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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