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18일까지 구례에서 열리는 '극장을 찾아서' 기획전

4월 15일~18일까지 구례에서 열리는 '극장을 찾아서' 기획전 ⓒ 모극장


지금까지 서울이나 대도시의 멀티플렉스에서 주로 열리던, 작은 영화제이기도 한 기획전이 처음으로 지방의 소도시에서 개최된다. 그것도 극장이 2개 밖에 없는 지리산 자락 전남 구례에서다. 15일(금)~18일(월) 전남 구례 자연드림시네마에서 열리는 '극장을 찾아서' 기획전이 그것이다.

개막작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던 <두번째 스물>이다. 역시 부산영화제 폐막작이었던 <산이 울다>를 비롯해 최근 개봉한 2015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 <스틸 플라워>와 <시티즌포>, < 33 > 등 국내·외 상업·저예산·독립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 13편이 선보인다. 지리산자락에서 열린다는 특성에 맞게 1990년에 개봉했던 정지영 감독의 대표작 <남부군>이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프로그램 구성 자체가 군침을 돌게 할 만큼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특색 있는 영화들로 구성됐다. 극장 사정이 좋지 않은 지방 소도시에서는 쉽사리 접하기 힘든 영화들이다.

품고 있는 주제 또한 묵직하다. 작은 규모의 대안 상영관들이 힘을 합해 극장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스크린독과점 문제 해소를 논의해 보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고작 70석에 불과한 극장 2개관을 운영 중인 구례 자연드림시네마에서 열리는 작은 기획전임에도 불구하고, 드물게 개막식과 포럼, 관객과의 대화 등 조밀한 행사로 구성된 것도 특징이다.

이번 기획전은 소규모 영화 상영회와 공동체 상영을 지원하는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협동조합(이하 모극장)과 구례에서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아이쿱 생협, 오동진 영화평론가 등이 함께 준비했다.

새로운 영화운동

 '극장을 찾아서' 기획전 개막작 영화 <두번째 스물>

'극장을 찾아서' 기획전 개막작 영화 <두번째 스물> ⓒ 박흥식


실무를 주관하고 있는 오동진 평론가는 이번 행사에 대해 "'극장을 찾아서'라는 슬로건을 건 새로운 영화 운동"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멀티플렉스가 아닌 전국의 문화회관, 대학 강당, 미디어센터, 생협 교육장 등을 영화 상영관으로 활용하는, 그래서 이들을 새로운 대안의 극장 체인으로 만들자는 취지의 운동"이라는 것이다.

오 평론가는 또 "한달에 한번씩 전국을 돌며 상영회를 여는 방식으로 새로운 극장 운동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스크린독과점 문제는 멀티플렉스에 대한 규제 법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새로운 공간에 대한 신설 법안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상업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해 저예산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들을 밀어내는 상황에서, 대안을 찾아보기 위한 자리를 만든 셈이다.

지난 3월 29일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스크린독과점의 폐해가 잘 드러난 사례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최대 1708개 스크린을 장악했지만 최종 관객은 220만을 간신히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멀티플렉스의 과도한 스크린 밀어주기에도 흥행은커녕 욕만 먹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마나 스크린독과점이 아니었으면 100만 정도만 간신히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 과정에서 예술영화와 저예산 독립영화들은 물론이요 다른 상업영화들까지 상영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 오 평론가는 "스크린독과점의 폐해가 작은 영화 뿐 아니라 큰 영화까지 산업 전반에 적용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작은영화관 연대를 위한 포럼 개최

이번 기획전에서는 16일 오전 '스크린독과점 해소를 위한 만민공동회'가 개최된다. 정지영 감독과 부천문화재단 대표를 역임한 김혜준 모극장 이사장 등이 나서 스크린독과점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한다. 현재 영화계에는 법적 규제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형성하고 있어, 어떤 대안들이 나올지 주목된다.

같은 날 오후에 열리는 '영화공동체 네트워크 포럼'에서는 독립영화 정책전문가인 원승환 소장과 지역미디어센터 관계자 등이 참여해 새로운 영화 협동 제안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주로 극장이 없는 곳에 신설되고 있는 작은 상영관들이 협력을 할 경우 독립예술영화들의 활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공론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계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안성기 아시아나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가 고착된 현실에서 지리산에서 시작하는 영화운동이 어떠한 방향을 잡을지 주목된다.

극장을 찾아서 스크린독과점 작은 영화관 영화운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