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에 키스하는 MVP 이동국 지난 1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어워즈에서 전북 현대의 이동국이 MVP에 선정된 뒤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 트로피에 키스하는 MVP 이동국 지난 1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어워즈에서 전북 현대의 이동국이 MVP에 선정된 뒤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 연합뉴스


K리그의 전설 이동국이 또 하나의 역사를 추가했다. 이동국은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5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클래식(1부리그) MVP로 선정됐다. 이동국은 기자단 투표에서 52표를 얻어 수원 삼성의 2위를 이끈 염기훈(48표)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이동국은 올해로 통산 4번째 MVP로 K리그 역대 최다이자 최초의 2년 연속 수상에 성공했다. 지난 2009년 전북의 첫 우승과 함께 MVP를 처음 탄 이동국은 2011·2014·2015년까지 팀의 우승 기록과 함께 MVP의 역사도 차곡차곡 쌓아왔다. 이동국의 전성기가 곧 전북의 전성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동국은 올해 역대 최고령 MVP 수상자라는 기록도 추가했다.

이동국은 올 시즌 13골(5도움)로 득점 4위에 올랐다. 사실 득점왕이나 공격 포인트 등 개인 기록 면에서는 김신욱(울산)-염기훈(수원) 같은 후배들에게 뒤졌다. 하지만, K리그 최강 전북의 주전 공격수이자 주장으로서 팀의 2연패에 가장 큰 수훈을 세운 공헌도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고령 필드 플레이어, 나이 잊은 대활약

'상의탈의 이동국' 지난 11월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성남FC의 경기 이후 전북 이동국이 K리그 우승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 '상의탈의 이동국' 지난 11월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성남FC의 경기 이후 전북 이동국이 K리그 우승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동국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노장이 되었다. 우리 나이로 내년이 되면 38세가 된다. 이미 필드 플레이어로는 K리그 최고령 선수다. 웬만한 선수들 같으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조연으로 밀려나거나 아예 은퇴를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실제로 올 시즌 은퇴를 선언한 이천수(인천)나 차두리(서울) 모두 이동국보다 후배들이다.

하지만 이동국은 여전히 팀 내 부동의 주전으로 뛰는 것도 모자라, 아직도 리그에서 가장 핫한 골잡이로 건재하다. 이동국은 축구선수로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이동국은 전북 입단 이후 올해로만 벌써 7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을 만큼 기복 없이 꾸준했다.

올 시즌에는 자신이 보유하고 이는 K리그 통산 최다 골 기록을 다시 180골까지 경신했다. 이동국의 지금의 페이스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2년 이내에 대망의 200골 고지에 도달하는 것도 꿈이 아니다. 개인 기록만 아니라 나이를 먹어갈수록 팀의 리더이자 최고 선임자 선수로서 운동장 안팎에서 후배들을 아우르는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기에 더욱 빛난다.

이동국의 장수는 그 자체로 축구계에 좋은 선례가 된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이동국은 누구보다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특유의 근성과 철저한 자기 관리로 끊임없이 재기를 거듭하며 '오뚝이'같은 축구인생을 살아왔다. 한두 번의 시련이나 현실의 벽에 쉽게 좌절하는 청춘들에는 좋은 본보기가 되는 장면이다.

돌이켜보면 이동국만큼 '흑역사'가 많은 선수도 드물다. 2002 한일월드컵 최종엔트리 탈락, 부산 아시안게임 준결승전 승부차기 패배로 입대,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당한 무릎부상, 독일과 영국 등 유럽진출에서의 연이은 실패, 2007년 아시안컵에서의 음주 파문과 국가대표 징계, 2010 남아공월드컵 우루과이전의 결정적인 실축 등 이동국은 한두 가지만 겪어도 평생 한으로 남을만한 무수한 시련을 경험했고, 그때마다 수많은 비판과 논란에 직면해야 했다. 어쩌면 이동국이 축구화를 벗더라도 이 장면들은 그의 축구인생을 논할 때 두고두고 대중들의 안줏거리로 남을 수도 있다.

사실 평범한 선수라면 아예 그런 시련을 겪어야 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공격수라는 포지션 자체가 원래 주목받는 만큼 욕도 많이 먹는 자리지만, 청소년 시절부터 엘리트코스만을 밟아왔고 한국축구 공격수 계보를 잇는 유망주로 주목받아왔던 이동국은 항상 끊임없이 세간의 높은 기대치와 엄격한 평가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와야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동국이 언제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젊은 날의 쓰라린 실패도, 경솔한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이동국은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섰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자리를 되찾아가곤 했다. 그리고 지금 이동국은 K리그의 역사를 대표하는 살아있는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이동국의 진정한 전성기는 전북에 입단한 30대 이후에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팀 성적은 아쉽지만, 클럽 성적 폄훼할 이유 없다

공 올리는 이동국 14일 오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코스타리카 축구대표팀의 평가전에서 후반전 때 이동국이 코스타리카 문전으로 공을 차 올리고 있다.

▲ 공 올리는 이동국 지난 2014년 10월 14일 오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코스타리카 축구대표팀의 평가전에서 후반전 때 이동국이 코스타리카 문전으로 공을 차 올리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K리그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서의 아쉬웠던 장면들로 이동국이라는 선수를 재단하려는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전북의 이동국도, 대표팀의 이동국도, 모두 다 이동국의 축구인생을 구성하는 일부분이다. 심지어 이동국은 A매치에서도 100경기로 센추리클럽에 가입하며 무려 33골이나 넣었다. 이동국이 정말 국내용이거나 실력이 없었다면 그렇게 수많은 경기에 발탁되어 골을 넣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클럽에서의 성과는 클럽대로, 대표팀은 대표팀대로 나름의 업적은 존중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인 평가를 외면하고 대표팀에서 보여준 몇몇 단편적인 인상만으로 이동국이라는 선수의 가치를 재단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그렇다면 이동국은 언제까지 현역으로 건재할 수 있을까. 최근 차두리-이천수 등 월드컵 스타들의 현역 은퇴와 더불어, 이동국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자연히 은퇴 시기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씩 거론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왔다. 하지만 이동국은 한결같다. 대표팀에서도 은퇴 시기를 못 박지 않은 것처럼, 현역으로서 체력과 경기력이 유지되는 이상 미리 한계를 정하지 않고 최대한 오래 뛰고 싶다는 것이 이동국의 의지다.

해외에서는 40이 넘어서도 현역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K리그에도 골키퍼 김병지 같은 선수들이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는 이동국과 띠동갑인 48세의 미우라 카즈요시(요코하마)가 여전히 필드플레이어로 활약 중이며 최근 소속팀과 또다시 1년 계약을 연장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이동국은 아직도 한창 청춘에 불과하다.

이동국은 축구인생 내내 수많은 선입견과 싸워왔다. 어느덧 축구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든 이동국은 이제 '세월'이라는 또 다른 강적과 마주하고 있다. 어쩌면 운동선수에게 가장 큰 강적이 세월의 흐름을 극복하는 것이다. 흔히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도 있지만, 김병지나 미우라처럼 나이가 들었다고 떠밀리듯 은퇴를 고민하기보다 당당히 세월과 맞서 싸우며 스스로 한계를 넘어서는 것도 의미 있는 도전이다. 그리고 이동국은 여전히 올해보다도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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