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웃음사냥꾼' 편은 속칭 '빅재미'와 '핵노잼'이 공존하던 기괴한 한 회였다. 얼마 전 방영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출연한 박명수의 실패를 되새김하며 '웃음사망꾼'이란 명명하에 장례식을 치를 때까지만 해도 정말 재미있었다. <마리텔>에서의 부진을 완전히 씻은 박명수가 다시 '웃음사냥꾼'으로 완벽히 부활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작 박명수가 야심차게 기획했다는 본편 '웃음사냥꾼'은 정작 큰 웃음을 주지 못했다. 웃음보다는 한숨과 짜증이 더 많이 등장했던 특집이었다. 결국 <무한도전> 역사상 가장 최악의 특집으로 기억되는 '좀비 특집'에 버금간다는 오명만 뒤집어 쓴 채, '웃음사냥꾼' 편은 쓸쓸히 막을 내렸다.

기획부터 무리수였다

 지난 3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웃음사냥꾼> 한 장면

지난 3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웃음사냥꾼> 한 장면 ⓒ MBC


'개그맨 빰치게 웃기는 일반인들을 찾아서'라는 콘셉트를 내세우고, 제보만 믿고 무작정 일반인에게 큰 웃음을 기대한다는 기획 자체가 무리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웃음사냥꾼'이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에 숨겨진 기이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취지로 20년 가까이 장수해온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치자. 하지만 사연 당사자를 오랜 시간 유심히 관찰한 끝에 그만의 독특한 행동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덜컥 연예인 빰치는 장기를 요구하는 '웃음사냥꾼' 속 진행 방식은 영문도 모른 채 카메라 앞에 서게 된 시민들을 위축시킬 뿐이었다.

만약 유재석이 진행하는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나 지금은 폐지된 KBS 2TV <나는 남자다>처럼 일반인 스스로가 방송에 나온다는 의식을 하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라면, 연예인 못지 않게 웃기는 일반인들을 만나는 행운을 기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또한 방송에 낯선 그들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유능한 진행자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재미있는 사람이 있다고 한들, 카메라 앞에서 그를 잘 모르는 불특정 다수를 웃기는 행위는 일상 생활과는 별개의 영역이다. 사람이 재미있는 것과 웃기는 행위가 철저히 다르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 여기서 '웃음사냥꾼'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평소 지인들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꾼이라면 카메라 앞에서도 틀림없이 웃길 것이라고 확신한 박명수는 '웃음사냥꾼' 편을 <마리텔>에서의 부진을 확실히 씻어내 줄 기회로 여기고 확고히 밀어 붙인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처절한 실패였다. 아무리 재미있고 기발한 기획이라고 한들, 막상 실행으로 옮기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다. '좀비 특집'도 그랬고 '인도 특집'도 그랬다.

'웃음사냥꾼' 편이 더욱 실망스러웠던 것은 상상과 현실에서 오는 큰 괴리 뿐만은 아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난관에 부딪힌 박명수가 취한 행동이었다. 이어지는 실패에 그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은 본인의 지인에게 연락하거나, 정준하의 도움을 받고 그의 지인을 급히 섭외하는 것이 전부였다. 무언가를 기획할 때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플랜B'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주먹구구 식으로 위기를 헤쳐나가야 했던 것이다.

실패한 '웃음사냥꾼'이 남긴 의미

 MBC <무한도전> '웃음사냥꾼' 편 스틸컷

MBC <무한도전> '웃음사냥꾼' 편 스틸컷 ⓒ MBC


그럼에도 '웃음사냥꾼' 편의 실패가 남기는 것이 있다. 이번 <무한도전>을 본 시청자라면 누군가를 웃기는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웃음사냥꾼' 편은 <마리텔>에서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었지만, 웃기지 못한 박명수를 위한 변명과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 비록 <마리텔>과 '웃음사냥꾼' 편에서는 부진했지만, 다시 등장한 장례식 장면에서 보았듯 박명수는 웃음을 만드는 능력이 충분한 예능인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무한도전>은 자신이 주축이 되어 움직이는 프로그램에서는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박명수가 가진 뚜렷한 한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했다. 냉탕과 온탕을 극단적으로 오갔던 '웃음사냥꾼' 편처럼 예능인으로서 장점과 한계가 뚜렷한 박명수를 다시금 돌아보게하였다는 점에서 이번 <무한도전>의 의의를 찾아야 할까. 오랜만에 다른 의미에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특집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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