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대전의 골잡이 아드리아노(29)의 영입으로 서울의 공격력이 극대화될 것이란 예상들이 쏟아졌다. 여기에 패스에 능한 전형적인 일본의 미드필더 다카하기(30)의 합류도 본격화되었다. 또한, 최근에 경기 감각을 되찾고 있는 박주영(31)까지 있다.

선수진의 개편으로 서울의 입장에선 K리그 후반기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FA컵 우승도 노리고 있기 때문에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휴식기 이후에 열린 K리그 24라운드 울산과의 경기에서 이러한 기대는 무너졌다. 승리는 했지만, 공격과 수비에 걸쳐 드러난 서울의 문제점이 너무 뼈아팠기 때문이다.

1. 오스마르 외 중앙 미드필더의 애매한 공수 역할

 수비진과 공을 경합중인 FC서울의 오스마르

수비진과 공을 경합중인 FC서울의 오스마르 ⓒ FC서울



서울은 울산과 리그 24라운드 경기에서 3-5-2 대형으로 3백을 활용했다. 중앙은 오스마르, 몰리나, 다카하기가 구성했다. 오스마르는 수비적인 역할에서 빌드업을 담당했다. 오스마르가 공을 끌고 나올 때, 특히 동료 중앙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만들며 공격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고명진과 고요한은 이러한 부분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몰리나와 다카하기에게 기대하던 바가 크다. 고명진과 고요한보다 상대적으로 패스플레이에 재능이 있는 몰리나와 다카하기다. 그 둘이라면 중앙에서 빌드업은 물론 번뜩이는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충분히 기대해볼 만 하다. 하지만 울산의 촘촘한 중앙 수비 조직에 꽁꽁 묶여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것은 오스마르를 비롯하여 후방 3백이 잡고 있는 공을 측면으로만 향하게 했다. 울산도 이런 플레이를 예상하고 측면에서 강한 압박을 넣었다. 서울의 공격은 틀어막히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해서 몰리나와 다카하기, 후반에 투입된 고요한이 수비에서 공헌도가 높았던 것도 아니다. 오스마르 혼자서 3백 위의 모든 공간을 일차적으로 수비할 순 없다. 이러한 부분에서 몰리나와 다카하기 혹은 고요한이 함께 수비조직을 형성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오스마르를 제외한 중앙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이 부족했다. 이것은 울산이 공격하는 데 있어서 수월함을 제공했다.

수비 가담이 부족한 모습은 비단 이번 경기 뿐만 아니라 서울의 여러 경기에서 볼 수 있다. 공격에서 중원의 답답함은 매번 느껴진다. 또한, 오스마르의 가로채기와 볼 차단 능력이 아니라면 사실상 서울의 수비력이 약해진다. 그래서 공수에서 오스마르를 제외한 나머지 미드필더가 중요하다. 그 미드필더가 될 가능성이 큰 다카하기, 고요한, 몰리나 등의 전술적 역할 분담이 서울엔 꼭 필요하다. FC서울이 이것을 갖추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후반기 성적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2. 수비 3백 조합에서의 고민

 팬들의 환호를 유도하고 있는 FC서울의 김진규

팬들의 환호를 유도하고 있는 FC서울의 김진규 ⓒ FC서울


오히려 수비진에 김진규의 부재가 안정적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리그 24라운드 울산전에서 김진규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무엇보다 대인방어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져 있었다. 김신욱에게 동점골을 허용할 때도 동료 선수와 상대 선수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24라운드 울산전이 이번 시즌 리그 10번째 출전이었다. 부상 복귀 후 경기감각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김진규가 부상일 때 김남춘, 박용우, 이웅희가 3백을 구성했다. 이때 박용우는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중앙에서 스위퍼 역할을 곧장 잘 소화했다. 안정적으로 수비를 이끌었고 빌드업에 있어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수비형 미드필더 오스마르와의 후방 플레이메이킹에서도 문제가 없이 매끄러웠다.

그렇다고 팀의 수비 리더인 김진규를 잠깐 부진이라 하여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김진규가 서울에서 8년째 몸담그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중추적인 역할이란 뜻이다. 복합적인 상황 속 3백이란 퍼즐을 맞춰야 하는 최용수 감독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갈 것이다.

3. 몰리나의 대체자가 누가 될 것인가

 FC서울의 플레이메이커 몰리나

FC서울의 플레이메이커 몰리나 ⓒ FC서울


몰리나는 리그 24라운드 울산과의 경기에서도 박주영과 아드리아노의 공격을 도왔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노련함으로 무장된 킥은 확실히 날카로웠다. 이번 시즌 몰리나는 3골 4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공격에서 서울의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것은 확실하다.

몰리나는 36세로 적지 않은 나이의 선수다. 요즘 리그나 컵 대회 경기에서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리그 24라운드 울산전에서도 경기 막판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 시즌 몰리나가 선발보다 교체 투입으로 출전하는 횟수가 늘어난 것도 이러한 체력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현재 이러한 문제로 최용수 감독도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다. 고명진은 떠났고, 이석현과 이상협이 있지만 몰리나보다 영향력이 부족한 것은 자명하다. 대체자란 단어를 사용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는 편이다. 이번 시즌 리그와 컵 대회만 병행하는 FC서울엔 다행아닌 다행이다. 이제 FC서울은 슬슬 몰리나의 대안도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플레이메이커의 영입 즉, 몰리나의 대체자에 대해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된 것이다.

서울은 이 3가지 문제점을 극복해야 FA컵 우승이 가능하며, 앞으로 리그에서도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최용수 감독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슬로우 스타터'라는 별명을 가진 FC서울. 늦게 상승세를 시작한 만큼 꽃을 피우며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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